언론학자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이후 한·일갈등 보도와 관련,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국익을 삼켜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만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 9월호 기고 글에서 “일반적으론 보수가 ‘국익 우위론’, 진보가 ‘진실 보도 우위론’에 기우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에서 이 원칙은 통용되지 않는다”며 “이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 그건 바로 정파성”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한일 관계를 둘러싼 국익 논쟁도 국익이 정파성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며 “선의로 해석하면 이해할 수 있는 노선과 방법의 차이임에도 모질고 독한 말로 상대편에게 타격을 주려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익이 정파성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한 상황에선 생산적인 토론은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주제로 한 정상적인 국익 논쟁이라면 ‘바람직한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선택이나 절충을 둘러싼 합리적 논쟁이 돼야 옳다. 하지만 마음속에 사실상의 독립 국가를 세운 각 정파는 그런 논쟁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현실의 주범으로 “이른바 ‘내로남불’을 상시적으로 일어나게 만드는 ‘승자독식’ 체제”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 언론이 무슨 사건이건 국익에 개의치 않고 ‘쏠림 현상’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강 교수는 현재와 같은 ‘승자독식’ 체제에서 언론은 “정파성을 최상위 가치로 여기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한 뒤 “언론은 반대편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엔 매우 능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고민하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래선 대다수 언론의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강 교수는 국익 논쟁의 한국적 특성을 잘 보여준 사건으로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언급하며 “이 사건의 흥미로운 점은 국익 우위론 주체가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는 일반 네티즌들이었고, 여기에 평소 국익을 사랑하는 보수 언론과 보수 시민들이 가세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진보마저 권력을 잡으면 개발독재 시대의 국익론을 그대로 따른다는 건 정파성이 민주-반민주, 진보-보수의 경계를 초월하는 상위 개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언론이 국익 관련 사안에서도 정파적 개입자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제는 정파적 충돌이 발생하면 국익의 실체성이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이른바 애국 프레임을 선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국익이라는 단어를 워낙 오남용해댄 탓에 이 단어는 거의 걸레가 되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언론이 문제 해결의 공론장 수행 역할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정파성과 국익 사이의 균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어떤 나라의 언론보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인다”는 문제의식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 위주로 보도하는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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