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사수하자던 조선, 갑자기 자주국방, 왜?

‘안보족쇄 풀자’ 시리즈서 “미국편중 구매 줄이자”… MB 정부 치적용? 주문생산?

2012-07-20 14:56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가 최근 양국 간 불평등 조약을 비판하며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은 지난 16일부터 5일 연속으로 기획시리즈 ‘대한민국 안보현안 족쇄 풀자’를 통해 33년 전 한미 미사일지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은 1979년 미국의 요구에 의해 국내개발이 가능한 미사일 스펙을 사거리 180km 이내, 탄두 중량을 500kg 이내로 제한했다. 현재 양국은 19개월 째 재개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사거리 550km, 중량 500kg 이하를, 한국은 사거리 800km, 중량 500kg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은 16일자 머리기사에서 “33년 전 한미 미사일지침이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미사일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일이 미국의 허락을 받는 것은 국가적 위상에 걸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어 “유사시 북한 전역을 타격하기 위해선 사거리가 800km 이상은 돼야 한다”며 정부협상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의 이 같은 보도는 이례적이다. 조선은 18일자 기사에선 ‘트레이드오프(trade-off, 사거리확장 시 탄두 중량 축소)’ 규정을, 19일자 기사엔 “한미 미사일지침이 우주발사체 기술 개발에 걸림돌”이라 비판했다. 이어 조선은 20일자 5면 기사에선 “미국에 편중된 무기구매를 줄여나가자”고까지 주장했다.

이처럼 미사일 사거리 증가를 통한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조선의 모습은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하던 평소의 모습과 대비된다. 조선은 참여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 및 국방력 강화 등 ‘자주국방’ 계획을 추진할 당시 “참여정부가 한미동맹을 훼손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은 지난 2월 13일자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그 친위 세력이 노 정권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웠던 전시작전권 한국 이양 문제 역시 유사시 미국의 지원 축소를 메울 자체 전략증강에 필요한 예산을 조달해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고 질타했었다.

조선이 이번 보도 배경을 두고 김종대 디엔디포커스 편집장은 “조선이 갑자기 안보관이 투철해졌다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문 기획기사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자신의 실적을 내고 싶은데 미국 쪽에서 협상안에 대해 요지부동인 상황이라 여론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배경을 추측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에 의해 미사일 개발의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사정거리 연장이 안 된다면 당장 국방과학연구소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조선 보도를 평가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관련 전문기자는 “한미동맹만 강조하던 조선이 오랜만에 보수지로서 제대로 된 보도를 했다”며 “한미 간 불평등조약 문제는 친미 보수 세력이 뚫어줘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은 이번 기획에서도 어김없이 북한과 해묵은 안보이슈를 꺼내들었다. 조선은 17일자 3면 기사에서 “우리가 미사일 지침에 묶여 있는 사이 북한은 사거리 1300km이 노동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날 4면 기사에선 “북한의 미사일이 ‘도발’이라면, 한국의 미사일은 ‘자위’ 성격이 크다”고 강변했다.

조선은 18일자 6면 기사에선 ‘선군정치에 밀린 북한 신군부, 총구 어디로 돌리나’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북한군 일인자 리영호 총참모장의 전격해임 사실을 전한 뒤 “북한군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국내 안보 불안을 조장함과 동시에 미사일 사거리 증가의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