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천부씩 폐기, 본사 착취에 지국은 절대빈곤”

지국 수금액 50% 이상 본사 입금, 지국장이 배달까지 해도 월 200만원도 벌기 어려워

2012-07-31 09:20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경기지역에서 10년 이상 조선일보 지국장을 맡아온 A씨는 요즘 매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을 집에 갖다 주고 있다. 조선일보에서 워낙 지대를 많이 뜯어가기 때문이다. A씨 지국의 경우 2000부가 필요한데 본사에서 3000부를 주고 3000부에 해당하는 지대를 받아간다. 나머지 1000부는 폐지가 된다. 본사에 2000부만 달라고 하소연하면 “광고 때문에 줄일 수 없다”, “본사 정책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문유통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시작된 신문고시가 올해로 15년을 맞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신문고시가 사문화된 상황에서 신문지국들은 높은 지대에 과열 경쟁으로 생존 위기에 몰렸다. A씨는 “지국장들은 본사의 강도 높은 착취로 절대빈곤을 맛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 바른 소리를 하면 한 달 뒤 지대가 올라갔다. 지국장들은 늘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본사는 지대 인상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높은 지대는 다른 지국장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조선일보 지국장 증언에 따르면 조선일보 지대는 지국 수금액의 50%가 넘어간다. 지국장들은 생존을 위해선 30~40% 수준으로 지대비율이 내려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매달 전국 독자수가 2만부 이상 줄어들고 있지만 지국장들이 판촉을 할 여유가 없어 새 독자도 데려올 수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동아일보 지국을 운영하는 C씨의 경우 2002년에는 독자가 2000명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1200명 수준이다. 동아일보 역시 한 번 올라간 지대는 내려가지 않았고, 수금액의 50% 이상을 떼어 가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C씨는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지국을 내놓아도 후임자로 들어올 사람이 없는 형편”이라 전했다.

서울에서 한겨레 신문지국장을 하고 있는 D씨 역시 “어떤 곳이든 신문지국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 뒤 “조선일보는 투자 개념으로 지국을 운영하는 지국장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지국장이 배달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시장이 끝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한 번 올라간 지대는 신문 배포부수가 줄어도 내려가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경우 전단지(일명 ‘찌라시’)의 수입이 타사에 비해 좋았지만 그나마도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2000년대 중반 전단지유통을 담당하는 ‘조선IS’와 ‘조선AD’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지국장들에게 높은 마진을 떼고 있다.

본사와 지국 간의 ‘갑을’관계는 지국장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조선일보 지국장들은 “조선일보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 기사를 쓸 수 없는 곳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선은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보다 많은 관리자를 투입, 지국장들에게 “독자가 왜 늘어나지 않느냐”, “독자들 전화를 잘 받아라”는 식의 압박과 통제를 일상화했다. 지국장들 사이에선 “TV조선 적자를 메우려고 지국장들에게 뜯어 낼 만큼 뜯어내는 것”이란 얘기도 돌았다.

서울에서 조선일보 지국장을 하고 있는 B씨는 “CRM(고객관리프로그램)상 수금액의 50% 이상을 받아 가면 안 되는데 요즘은 60% 이상을 가져간다”며 “많이 팔면 (지대를) 많이 내고 적게 팔면 적게 내야하는데 실상이 그렇지 않다. 요즘은 신문판매만으로는 적자를 보게 돼 찌라시 수입으로 메우는 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쌓이는 건 빚더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국 간의 과열 판촉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B씨는 “중앙일보가 독자에게 현금을 10만원씩 주고 1년 무료 구독 서비스를 준다. 중앙은 직영센터여서 판촉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중앙일보 지국 주변이 초토화되고 있다. 똑똑한 지국장은 다 떠났다”고 말했다. 무료 서비스 기간을 줄이고 경품을 쓰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신사협정’은 불가능했다. B씨는 “이대로라면 전국의 신문지국은 다 죽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본사는 신문지국들의 아우성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이항수 경영기획팀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대가 타사보다 높다는 주장에 대해 “지대는 각 신문사와 지국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책정되어온 기준에 따라 정해져왔다. 신문마다 품질이 다른 것을 고려한 합리적인 책정가”라고 반박했으며, 형벌적으로 지대를 책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유통 담당관계자도 “신문사와 지국 간의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