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브랜드 전략, 여전히 간판은 중요하다

[한국 언론 혁신과 생존 ⑩] 브랜드 해체의 시대, 버티컬 브랜드를 키워라… 정체성 강화하되, 브랜드 확장 전략 필요

2016-06-11 17:30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가 구글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 뉴스 사이트 쿼츠(quartz)에 따르면 2007년을 계기로 뉴스를 수시로 보는 비율이 특정 시간에 보는 비율을 앞질렀다. 2007년은 스마트폰이 출시된 해다. 독자들은 특정 뉴스 사이트를 더 이상 고정 방문하지 않는다.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개인들이 쥐게 됐고 미디어의 브랜드 영향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뉴스 소비행태는 신문→PC→모바일로 변화했다. 모바일 뉴스 소비 행태의 특징은 바이라인을 확인하지 않고, 기호에 따라 개별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있다. 신문 지면 편집이나 뉴스 리포트의 배치 순서는 더 이상 뉴스 수용자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기존의 미디어의 브랜드는 뉴스 수용자에게 ‘경험’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미디어는 단독·특종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브랜드(Brand)는 좁게는 상품이나 회사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표를 뜻한다. 위키백과는 ‘생산자를 구별하는 경험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미디어는 오래전부터 브랜드를 키워왔고, 확장시켜왔다. 브랜드는 곧바로 매체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유료부수와 시청률로 드러난다. 브랜드가 강조되는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한겨레는 한겨레21과 씨네21, 이코노미21을 연달아 창간하며 한겨레만의 진취적이고 젊은 감성을 바탕으로 한 ‘21’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더 나은 미래’, 중앙일보의 ‘강남통신’도 브랜드 다변화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조선일보가 스포츠조선을 만들고 동아일보가 과학동아를 만드는 식으로 중심 브랜드를 기본으로 한 브랜드 다변화 전략은 한국 언론도 계속 해왔다”고 지적했다. 강정수 소장은 “해외의 경우 온라인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레거시(기성) 미디어가 인수하는 형태로 이미 입증된 브랜드를 통한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으며 “주간지 월간지 분야별로 메인 브랜드를 연결시켜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키우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인 브랜드를 연결시킨 브랜드 전략은 BBC의 전략이기도 했다. 강정수 소장은 “BBC는 수년 전 브랜드를 27개로 확대하고 다양한 채널을 타켓에 맞춰 만들어냈다. 콘텐츠와 목표고객 간의 일치감을 주는 브랜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강 소장은 그러나 “한국은 메인 브랜드 중심주의가 강하다. 계층별 시장 분화가 잘 안 된 부분도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흐름은 브랜드의 세분화”라고 강조했다. 메인 브랜드를 디지털에 주입시키려고 해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도전문 채널 YTN은 디지털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페이스북도 타 언론사가 하니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YTN 디지털센터 모바일프로젝트팀은 YTN의 ‘24시간 뉴스채널’이란 브랜드를 디지털에서 새롭게 확장시키는데 도전했다. 기폭제는 제보영상 CMS였다. 간편하게 제보하는 시스템을 연 뒤 24시간 보도채널 브랜드를 결합시켰다. 뉴스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제보 영상이 올라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년도 안 돼 페이스북 구독자는 100배 이상 늘었고 버즈량 또한 언론사 가운데 1위를 기록하게 됐다.

서정호 YTN 디지털프로젝트팀장은 “브랜드는 외부적 시선이다. 외부적 시선을 키우는 건 고도의 집중을 요한다”고 말했다. YTN은 고정형 PC로 뉴스를 소비하던 2000년대 초 ‘돌발영상’을 킬러 콘텐츠로 만들며 보도전문 채널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디지털 분야에서 언론사 브랜드를 확장시키려면 특화된 콘텐츠와 방향성, 무엇보다 디지털만의 문법이 필요하다.

독일 전통의 유력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해 ‘벤토’(bento)라는 디지털 뉴스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잡지를 접하지 않는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고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는 SBS 스브스뉴스가 좋은 사례다. 스브스뉴스는 기존 SBS의 방송뉴스와는 차별화된 문법을 구사하고 있다. 스브스뉴스는 10~20대 디지털문법에 맞춰 영상과 시각적 이미지를 다양하게 사용하며 ‘최저 시급으로 장보기’와 같은 프로젝트로 SBS의 채널 브랜드를 확장시켰다.

▲ 다양한 브랜드 전략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iStock
다양한 브랜드 전략은 수익 다각화로 연결될 수 있다. 보그(vogue) 등 유명 패션잡지를 소유한 미디어 기업 콩데나스트는 2013년 영국 런던에 ‘패션&디자인 컬리지’를 설립해 1년 과정으로 보그 패션 재단 이름의 학위와 10주 과정의 보그 패션 수료증을 발급하고 있다. 수업료는 1년에 2만4000파운드(약 4200만원)로, 정원은 180명이다. 콩데나스트는 런던에서 성공하며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 패션학교 ‘콩데나스트 센터 오브 패션&디자인’을 오픈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나 ㅍㅍㅅㅅ처럼 매체 브랜드에 따라 네이티브 광고 등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방송의 경우 개별 프로그램이 매체 브랜드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MBC는 방송 11년째를 맞고 있는 ‘무한도전’ 브랜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매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프로그램 몰입도’ 1위를 기록하는 무한도전은 광고수익 뿐 아니라 음원 매출, 달력 판매 등 기획 상품 수입이 높다.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따르면 ‘무한도전’의 연간 경제적 효과는 400억~1500억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SBS ‘런닝맨’도 중국에 지적재산권(Intelletual Property, IP) 수출로 중국판 런닝맨의 매 시즌마다 수백억 원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KBS의 경우 ‘전국노래자랑’이 36년 넘게 쌓은 ‘지역 순회 홍보’ 브랜드가 수신료의 가치를 홍보하는데 있어 유용하다.

언론계에선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과 같은 일회성 프로젝트보다, 새로운 것을 반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브랜드 확장에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여러 브랜드를 파생시킬 수 있는 메인 브랜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TV조선의 한 고위급 인사는 “TV조선 브랜드에 변화를 주기 위해 채널 이름의 교체까지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체 브랜드 확장이 생존으로 직결되는 현실에서 메인브랜드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경우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1등 신문’과 같은 기존의 강력한 브랜드에 안주하는 경우에도 디지털 환경변화에 휩쓸려 순식간에 도태될 수도 있다.

브랜드는 미디어가 가진 최후의 자산이자, 가장 견고한 토대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브랜드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계가 공통적으로 소유하게 된 브랜드는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다. 혁신과 생존을 외치는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