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노조, 박종운 교수 형사고소 ‘재갈물리기’ 논란

‘지진시 이탈가능성·마피아·갑질’ 허위·명예훼손 “개연성 있는 상황 예측한 것을 오해…고소까지 할 일인가”

2017-08-29 09:26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공사중단 뿐 아니라 탈원전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이 돌연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 교수는 원자력학계와 업계에서 탈원전 및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에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수파 원자력공학자이다. 이 때문에 한수원노조가 원자력학계와 업계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펴고 있는 대표적인 원자력 전문가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노조는 박 교수가 허위사실 유포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수원노조는 박 교수가 JTBC 토론방송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한수원 직원(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8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이날 저녁 노조 관계자가 전했다.

한수원 노조가 문제삼은 것은 JTBC 출연 발언과 경향신문 인터뷰 주장 중 일부 표현 등 모두 3~4가지 정도이다.

우선, 한수원 노조는 박 교수가 지난 지난 7월 28일 방송된 JTBC <밤샘 토론> ‘탈원전, 득인가 실인가’ 토론에 출연해 지진시 한수원 직원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남건호 한수원 노조 기획처장은 28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미 우리는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당시 97% 이상이 다 복귀했는데, 박 교수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며 “누가 봐도 경주지진 사태를 두고 한 얘기로, 사실과 다르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방송에서 한 얘기는 지난해 발생한 지진상황을 지칭하지는 않았다.

“지진 7,8 정도만 나도 그 주변이 초토화 될 것이고, 송전탑이 무너져 외부에서 내부로 전기가 공급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운전원들이 아마 그 상황에서 자기 부모님이나 동생이나 부인이나 애기가 어디 집에서 깔려서 큰 상황이 돼 있을지도 몰라요, 발전소 운전원들이 사고복구하는데 발전소에 있겠습니까. 다 가버릴거에요. 지진현장으로.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 지난달 28일 JTBC 밤샘토론에 출연한 박종운(왼쪽)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사진=JTBC 동영상 갈무리
지진 규모 7이나 8 정도의 지진이 벌어졌을 경우 대혼란 양상을 설정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한수원노조가 문제삼은 것은 지난 5일자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보기 좋게 찍혔다” 원전 비판 원전 학자’에 나온 박 교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남건호 기획처장은 박 교수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부, 연구원, 규제기관, 학계가 똘똘 뭉쳐있다. 세상에 이런 마피아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과 “한수원 직원은 원천기술이 없는 발전사업자인데 돈은 다 벌고 갑질은 갑질대로 한다”라고 한 대목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슨 깡패조직이냐”며 “세상에 이런 마피아도 없다는 것은 우리가 사람 죽이는 마피아라는 뜻이냐.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이자 한수원 같은 회사의 중앙연구원 출신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자신의 후배들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이고, 한수원 직원만을 지칭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 남 처장은 “표현이 심했고, 일반인이 그렇게 말했으면 몰라도 원자력 전문가들 중에는 그동안 한 번도 마피아란 말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천기술이 없는 발전사업자이자 갑질은 갑질대로 한다는 표현을 두고 남 처장은 “허위사실을 날조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지고, 현장 테스트도 하고, 시공도 우리가 다했다. 용역은 일부만 한 것인데, 우리를 무슨 자동차 운전수에 비유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천기술이 없다고 하는데, 협력업체가 나사푸는 것도 우리 지시에 의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경향과 인터뷰에서 각각 이렇게 언급한 것으로 나온다.

→마피아 발언 관련 답변

“원전 분야 종사인력 3만5000명 중에 원자력학과 출신이 8%에 불과하지만 이 중 박사가 40%가 넘는다. 가방끈이 기니 상위직으로 진출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고위직들이 서로 동문 학맥으로 묶여 있다. 원전이 많아지면 학계 연구과제와 연구비도 늘어나니까 학계가 더 나서서 사업자 이득을 대변한다. 일부는 정부에 들어가서 (고속로 같은) 허황된 연구하라고 밀어준다. 정부·연구원·규제기관·학계가 똘똘 뭉쳐 있다. 세상에 이런 ‘마피아’도 없을 거다.”

→원천기술, 갑질 발언 관련 답변

“완벽 점검은 불가능한 얘기다. 많은 경우 검사는 한수원 직원이 직접 하지 않고 한국전력보수라는 외주업체 인력이 들어와서 한다. 한수원 직원들은 최종관리만 한다. 나사 풀고 교체하는 현장일은 다 외부 인력의 몫이다. 우리가 자동차 운전은 잘하지만 고장 나면 카센터에 전화하잖아. 한수원 직원이 딱 그런 식이다. 원천기술이 없는 발전사업자인데 돈은 자기네가 다 벌고, ‘갑질’은 ‘갑질’대로 한다.”

고소하기 전, 해당 언론사나 본인에게 항의하거나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진 않았다고 한수원노조는 설명했다. 남 처장은 “대화시도를 할 필요도 없다”며 “원자력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일반인이라면 얘기하겠지만, 우리보다 더 전문가이니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다 인터뷰해버렸는데 뭘 더 얘기하겠느냐”고 덧붙였다.

▲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수원노조를 비롯한 원자력 업계와 학계를 비판하는 원자력공학자에 대한 재갈을 물리고, 건전한 원전 공론화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 고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남 처장은 “이번엔 신고리 5,6호기의 문제까지 있는데 박 교수의 저런 주장을 그냥 놔두면 공론화 과정에서 이런 주장이 그대로 들어갈 수 있다”며 “박 교수에 대한 고소는 박 교수가 틀렸다고 말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자기검열을 확대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남 처장은 “공론화위원회 논의 내용과 박 교수 고소고발 내용은 다르다”며 “지진 문제, 마피아 발언, 정비 원천기술 문제 등을 가만히 놔두면 또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른다. 재갈 물리기가 아니라 허위사실만 아니면 얼마든지 주장해도 상관없다. 똘똘 뭉쳐있는 세상에 없는 마피아라고 할 정도의 근거자료가 있느냐. 허위사실이면 명예훼손죄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자신이 한 말을 한수원노조가 오해한 것이라며 이것이 과연 법적 대응까지 갈 일이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28일 밤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지진 규모 7,8이 생겼을 때 운전원이 지진현장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명예훼손이라는 한수원노조 주장에 대해 “그건 한수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 앞으로 7,8,9 규모 지진이 오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말한 것”이라며 “한수원 직원과 연결된 얘기는 아니다. 직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으리라 보고 한 얘기이다. 한수원 노조가 (의미를)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돈을 많이 벌고 갑질을 한다는 발언이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2015년 원자력 연감에 보면, 한수원 매출 20조, 나머지 기업이 5조원으로, 산업이 역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냐”며 “돈을 가장 많이 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갑질을 한다는 것은 원전비리를 말한 것으로 앞으로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경종을 울리고자 한 말”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마피아’ 표현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언론을 통해 마피아라는 말이 많이 나왔고, 나 역시 일반적인 의미로 얘기한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얘기를 많이 하고,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은 원자력분야가 좁기 때문에, (이런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비유적 표현”이라며 “마피아는 이태리 조직이니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 깡패조직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불법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형사고소한 것에 대해 박 교수는 “소송할 자유는 있지만, 나한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도 안주고 법적 대응한 것은 과한 것 아니냐”며 “법적으로 하는 것은 대화와 건전한 토론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 본의를 들어보지도 않고, 보도된 내용만으로 고소할 일인지 모르겠다”며 “나한테 기사 댓글에서 인신공격한 사람들을 그럼 다 고소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본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