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군에 계엄령 선포하라는 게 내란선동 아니면 뭔가”

[인터뷰] 태극기집회 고발 김형남 군인권센터 팀장 “조선‧한국당 ‘속보인다’? 물타기” 경찰 “엄중한 사건 신중히 수사”

2017-08-30 14:55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지난 연말 박근혜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서 공공연히 계엄령선포 및 군부 쿠데타를 촉구한 집회 주도 인사들에 대해 검경이 내란선동 혐의 수사에 나섰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자유한국당은 “속보인다” “지나치다” “편파적이다” “이중잣대”라며 수사팀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3개월 여 동안 자료검토와 피고발인 확정 등 기초수사를 통해 엄중한 사건으로 보고 신중하게 수사를 하고 있으며 아직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복성 수사와는 무관하다고도 밝혔다.

고발인인 군인권센터 담당팀장은 집회 주최측 인사가 백주대낮에 계엄령 선포와 군투입을 현직 총리에 종용하고 빨갱이들을 쏴죽여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내란선동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조선일보 등에 대해 물타기를 통해 끔찍한 사회불안의 씨앗을 그대로 두게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이들은 모두 5명이다.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한성주 예비역 공군 소장, 송만기 양평군 의원, 운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으로 주로 고위직에 있었거나 현직에 있는 인사들이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 ‘태극기 집회를 ‘내란 선동’이라고 수사한다니’에서 이 같은 검찰수사를 두고 “당시 태극기 집회 관계자들 주장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나 우리 국민 누구도 계엄령이 선포되거나 군대가 일어날 것으로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특히 “당시 이미 실제 권력은 야당과 촛불시위대로 넘어가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외마디 소리 같은 구호들을 갖고 ‘내란 선동’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을 붙여 수사한다는 것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돌연 촛불시위대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로 진격해 박근혜를 끌어내자’고 외쳤던 촛불시위대는 괜찮은가”라고 조선은 따졌다. 또한 조선은 “내란 선동죄는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폭력 행사를 선동하는 중(重)범죄”라며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들어 “지하 혁명조직 회합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국가 주요 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한 혐의가 드러나 내란 선동죄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이번에 고발된 이들도 내란 선동이 인정되려면 조직적으로 모의했거나 무력 동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랬다는 의혹조차 나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그런데도 고발한 지 7개월이 지나 갑자기 본격 수사에 나선다니 속이 뻔히 보인다”고 비난했다.

세계일보도 같은 날짜 사설 ‘태극기집회 참가자에 ‘내란 선동’ 적용 타당한가’에서 “아무리 시민단체의 고발이라지만 내란 선동 혐의 적용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며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른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라고 주장했다.

▲ 한성주 예비역 육군 소장이 지난 1월 교회에서 개최한 계엄령뿐입니다라는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사진=한성주 동영상 갈무리
이 신문은 “내란선동 혐의 적용은 촛불집회 세력과의 형평성 논란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며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해 국가변란 선동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촛불집회에선 ‘가짜 보수 정치세력,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립시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쿠데타를 일으키라는 사람과 문 대통령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한 것이다.

세계일보는 “그간 아무 말이 없던 검경이 반년도 훨씬 지나 내란선동 죄목으로 조사한다면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앞서 지난 28일 논평에서 “집회 중에 일부 참석자가 울분에 차 다소 과격한 구호를 외친 것을 국가 전복의도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촛불집회에서도 과격한 정치 구호는 넘쳐났었다”고 주장했다. 내란음모를 실제로 획책했던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도 나왔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이런 식이라면 지난 6월 주한미국대사관을 포위하고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식의 구호를 외쳤던 단체부터 엄중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대선 전부터 ‘태극기집회 주도자를 내란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촛불혁명정부’라 부르며 촛불집회를 백서로 만들어 기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태극기집회에 대해서는 내란 선동 혐의를 씌우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보복수사라는 식의 주장은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진영 서울청 보안2과 보안1대장(경정)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복성 수사라는 건 전혀 아니다”라며 “보안수사대는 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사건을 다 수사하는 곳으로, 민원인이 제출한 고발장에 대해 죄가 되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복성이라면 인지수사와 같이 단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고발사건 수사”라며 “정부 바뀌었다고 하는 것 역시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장은 “지난 1월 말 고발장을 제출받은 검찰은 사건 기록을 검토하다 3월 말 경에 서울청에 내려왔다”며 “보안수사대에서 피고발인 특정도 하고, 기존 법률과 관련자료도 살펴보면서 3개월 정도가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장은 이 사건에 대해 “일반 사기사건도 아니고 엄중한 사건인데 검토를 해보고 검토가 끝났으니 고발인 부른 것”이라며 “기존 판례도 살펴보고 있다. 상당히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장은 “내란선동이 안된다고 보면 피고발인을 안부를 수도 있지만,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추가 자료 제출을 받고, 피고발인 조사를 하게 되면, 9월 이후에나 하게 되지 않을까 보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지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하고 있다.

▲ 정광용(구속)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대변인이 지난 3월10일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황교안 총리에게 계엄령 선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아시아투데이 영상 갈무리
지난 22일 서울경찰청에 출석해 고발인조사를 받고 온 김형남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이들 신문의 주장이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2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누구도 계엄령 선포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안이한 생각으로 판단한다”며 “고발 대상자들은 그 말의 파급력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로, 현직 군의원도, 대한민국 헌정회장 지낸 인사, 시민사회단체 대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사회적인 저명한 인사들이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서 ‘계엄령, 사람 죽여도 된다’는 말을 한 것은 선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첨예한 사안에서 대립하면서 자극하는 구호를 쏟아내고, 자극적으로 내란을 선동하는 듯한 말을 다중앞에서 공공연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굉장히 사회불안 야기한 것”이라며 “상대방을 쏴죽이자고 하고, 군대가 일어나고, 계엄령을 선포하도록 하는 것까지 놔둬서 되겠느냐”고 역설했다.

김 팀장은 “일부 인사는 지금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며 “방송으로 만들어서 유포한다. 엄정 수사를 해서 어떤 의도를 그랬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군사쿠데타를 경험한 나라이고, 그 비극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실제 권력이 야당과 촛불시위대로 넘어가 있었다’는 조선의 주장에 대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황교안 총리였고, 시위대의 구호는 총리에게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청원했으며, 이는 실제 군사력을 보유한 군인에게 군대 이끌고 나와서 쿠데타 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촛불시위대를 쏴죽이는게 애국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탄핵이 중론이었지만 이런 행위를 실제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선동에 군이 넘어가서 움직인다던가 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위험한 일이며, 가볍게 볼 사안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계엄선포 주장 세력과 촛불시위대를 비교한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김 팀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박근혜를 끌어내자는 구호는 실행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청와대는 공권력이 지키고 있었다”며 “하지만 계엄령 선포는 반대로 군대에게 일어나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적시해서 얘기한 것이므로 내란 선동 구성요건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단체이름에 ‘계엄령 선포 촉구를 위한’이라는 단어까지 포함시켜놓고, 이를 선동하기 위한 행동을 조직적으로 모의하고 돈을 들여 집회도 열고 유투브 방송까지 차리고, 계속 이런 주장을 재생산했다”며 “이는 내란선동을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라고 봐야지, 그냥 일회성 분노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 김 팀장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군대가 일어서 총으로 쏴죽이는 것을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에, 당장 수사해서 이런 사람들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해야 맞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7개월이 지나서야 수사하는 것이야 말로 뒤늦은 것”이라며 “이런 세력을 두둔하는 물타기 세력이 있어서는 안된다. 민주 사회에서 합의한 틀안에서 표현을 해야지 껏을 벗어나 위험하고 끔찍하고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장기적으로 이런 위험한 씨앗을 남겨둘 수 있는 주장이라고 김 팀장은 지적했다.

▲ 김형남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사진=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