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찰·통제, 이명박 책임져야 할 것”

박 시장‧서울시, MB‧원세훈‧국정원 간부·직원‧어버이연합 등 고소고발 “민주주의 훼손 중대사건…책임 물어야”

2017-09-19 18:51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서울시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구속)을 비롯해 박 시장 사찰 및 제압 문건 작성자, 책임자, 어버이연합 관계자 등을 국정원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박 시장과 서울시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피고소‧피고발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구속), 기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 외곽팀 관여자, 민병환 전 국가정보원 2차장,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추명호 반값등록금 문건 작성 팀장, 함춘호 반값등록금 문건 작성 4급 직원, 조계영 반값등록금 문건 작성자(6급 직원), 어버이연합 관련자 등이다.

고발대상자들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허위사실적시,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이다.

고발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박 시장 등은 지난 11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개혁위’)가 ‘적폐청산 T/F’로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및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件’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 신속한 후속조치를 권고했다고 발표한 내용을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조사 결과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의 左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해 관련 심리전 활동으로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국정원이 2009년 9월과 2010년 9월에도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비판활동을 수행하고 원세훈 전 원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발표 내용이다.

박 시장 등은 이 사건에 대해 “한 개인과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침해를 넘어서 국가의 근간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고소고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 등은 국정원이 해당 문건에 작성 목적을 기재한 점을 들었다. ‘서울시장의 左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문건(박원순이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당선된지 한달 후 작성)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이후 세금급식 확대‧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가] 긴요”하다고 기재돼 있다고 박 시장은 전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특히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박 시장의 서울시정에 대해 “좌파 편들기 및 세 확산 지원”을 위한 사례로 △깃발시위대 손해배상금 징수 포기 △좌파인물 시정 관여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 취하 △‘지역공동체’ 조성 확대를 들었다. 박 시장이 “과도한 복지정책 남발”을 위해 △세금급식 확대실시 △민관합동 사회투자기금 조성 △복지확대 명분 지역개발 사업예산 대폭 축소 등을 실시했다고 국정원은 평가했다. 박 시장이 주민과 주지지층의 환심을 사거나 정치지향 행보를 위해 △우면산 산사태 재조사 △시 기간제근로자 정규직 전환 △시 지하철 해고자 복직 △소규모 단위 주택 개보수 사업(두꺼비 하우징) △야권 ‘HUB' 역할 등 정치 행태 등을 벌였다고 국정원은 문건에서 평가했다.

박 시장 등은 “이는 당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던 무상급식(문건은 ‘稅金급식’이라 표현), 마을공동체, 복지예산 확대, 기간제근로자 정규직화, 도시재생 등 전향적인 주요 정책들을 망라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서울시의 시정을 국정원은 좌편향ㆍ독선 시정운영으로 민심을 오도하고 국정 안정을 저해하는 것이라 단정하면서 면밀한 제어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이에 따른 총괄적 대응 방안으로 “아직 박 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한 명확한 긍‧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현 시점에서의 어설픈 견제는 역풍만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명백한 불‧편법 행태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되, 여타 편파‧독선적 시정 운영은 박 시장에 대한 불만여론이 어느정도 형성될 때까지 자료를 축적, 적기에 터뜨려 제압하는 등 단계적‧전략적 대응”을 대응방향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시 인사‧주택정책 등 각 분야별 폐해와 관련해서는 시간을 두고 내용을 계속 수집, 여건성숙시 행정‧제도적 견제수단을 총동원해 본격 압박”하되, 그 구체적 수단으로 “감사원‧행안부 감사”를 제안했다.

박 시장 등은 이 같은 국정원의 대응 계획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봤다. 국정원 개혁위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 같은 정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9년 9월경 국정원은 박원순 변호사가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박 변호사가 맞고소하겠다며 반발하자 원세훈 전 원장은 ‘박원순 비리의혹 폭로’ 등 비판활동을 지시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9월18일~30일간 △다음 아고라에 ‘박원순 변호사 적반하장 행태 및 이중성’ 규탄 토론글과 댓글(1000여건) 게재 △인터넷매체 등 협조 ‘박원순의 두 얼굴’ 논평 및 칼럼 게재 및 일간지 독자투고 △박 변호사 비판 사이버콘텐츠(웹툰 및 e–만평 등) 제작 확산 △보수단체 협조, ‘박원순 규탄’ 시국광고 중앙일간지 게재 등을 실시했다고 국정원 개혁위는 밝혔다.

특히 박 시장 등은 피고소 고발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넣은 것과 관련해 국정원 문건의 청와대 보고 사실을 들었다. 박 시장 등은 고발장에서 “국정원 적폐청산TF가 8월 3일 국정원 개혁위에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2011년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내용의 문건 8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중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국정원이 10월6일~11월4일 작성해 11월8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라며 “이 보고서에는 ‘총선·대선 대비 여당 국회의원 등 보수권 인사의 SNS 여론주도권 확보매진 제안’, ‘중장기로 페이스북 장악력 확대 및 차세대 SNS 매체선점’ 등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 등은 “실제 국정원이 청와대에 이 문건을 보고한 이후인 11월18일 원세훈 전 원장은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했고, 12월 심리전단에 1개팀(35명)을 증원했다”며 “2012년 대선 때 댓글 조작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한 부서인 심리전단 확대가 청와대의 지시·보고를 거쳐 이뤄진 것은 댓글 조작을 통한 대선개입도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시장 등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인들도 서울특별시 및 서울시장에 대한 권력기관의 지속적인 사찰·통제와 정책수행 방해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 등은 피고발인들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상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장의 업무를 사찰·통제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을 가장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하고 시민을 기망”했다며 “특정 정치인에 대한 반대의견 및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고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직권남용) 그 권리행사를 방해함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 등은 이들의 행위에 대해 “조직적, 계획적으로 관여하여 방해·왜곡 하였고, 그 관여방식도 민주주의의 가장 근간인 언론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를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국민과의 보편적인 합의를 위반한 것이자 민주정부로서 지킬 기본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