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 조선기자 칼럼, 문성근 김미화 “답할 가치 없어”

자신의 정치 성향과 다른 영화배우는 덜 배려해야 한다? … “매체 영향력도 없는 신문 언급할 필요있나”

2017-09-22 18:44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성근 시민의날개 이사와 방송인 김미화 씨에 대해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골수 정치인이 됐고, 왜 웃기지 않는 개그우먼이 됐는지 책임질 때가 됐다”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문성근 김미화씨는 답변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22일자 칼럼 ‘해묵은 ‘블랙리스트’ 꺼내 들며 탄압받은 正義의 사도처럼…’에서 최근 문성근 김미화씨의 방송 인터뷰나 검찰 앞 기자회견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기자는 “이명박을 고소하겠다”, “백주대낮에 그가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이 어이 상실”이라며 마구 쏟아내는 광경을 보면 자기들 세상이 도래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블랙리스트에 대해 최 기자는 “권력의 속성을 알면 피아(彼我) 성향 분류의 리스트는 크게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정치색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권력 한쪽에 줄을 대거나 맞서는 언론인·학자·문화예술인 등은 그 대상이 돼 왔다”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이어 “블랙리스트가 보수 정권의 ‘음습한 작품’ 만은 아니라는 뜻”이라며 “아직 못 찾아냈을 뿐 진보 정권에서도 다 작성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연한 추정일 뿐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최 기자는 문성근 이사 등에 대해 “진보 정권에서는 ‘대접’을 받았고, 그렇지 않은 연예인들은 물먹었던 것도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문 이사의 경우를 들어 최 기자는 “진보 정권에서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을 맡았다”며 “반면 그 시절 여배우 김지미씨는 영화인협회 이사장직을 중도에 물러났다”고 썼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김지미씨는 “영화 역사(歷史)를 지켜온 사람이 누군데, 그때 명계남·문성근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혁명군처럼 ‘구세대는 다 물러가라’는 식으로 나왔다”라고 증언했다고 최 기자는 증언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배우 문성근씨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해 상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어떻게 혁명군처럼 구세대 축출을 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이 뿐 아니라 최 기자는 문성근 이사를 두고 “세상이 다 알다시피 문씨는 ‘노사모’ 결성을 주도한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라며 “보수 정권 시절 영화·드라마 출연에 제약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전부터 출연이 뜸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문 이사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당대표 대행까지 맡은 사실을 들어 큰일을 하는데 한낱 영화 출연에 관심이 있었겠나 싶다고 짐작하기도 했다.

최 기자는 “(연예인도) 선택에는 자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며 “잘나가던 정치 실세라도 정권이 바뀌면 뒷전 신세로 밀리고, 더 운이 나쁘면 검찰에 불려간다. 마찬가지로 ‘정치 연예인’도 힘을 뽐내고 혜택을 누리는 시절만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출연 제약을 받는 영락의 세월을 맞을 수 있다”며 “정치판에 몸을 담갔으면서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만인의 사랑을 받겠다는 것은 자기 착각과 탐욕”이라고 썼다.

김규리씨가 가장 큰 피해자였다는 문성근 이사의 발언을 들어 최 기자는 “보수 정권에서 김규리씨가 집중적으로 배제와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 그녀는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다”며 “문성근씨도 영화 출연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작품과 연기력에서 과거보다 덜 주목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해당 영화제작사가 투자를 받는 데 좋은 시절에 비하면 어려움은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보수 정권에서 나서서 이런 문씨를 배려하고 혜택을 더 줬어야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분은 자신의 정치 성향과 다른 영화배우라면 당연히 덜 배려해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내 밥줄을 끊었다”는 방송인 김미화씨의 주장을 두고 최 기자는 “진보 정권에서는 호시절을 보냈다”며 라디오 시사프로와 ‘TV 책을 말하다’ 진행을 두고 “지적 이미지의 ‘개념 연예인’으로 변신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미화씨에 대해 “자신의 능력 때문에 발탁됐다고 여기겠지만, 상당수 국민은 그런 김씨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면서 “그녀가 방송 프로에서 퇴출된 것은 단순히 국정원의 개입 때문이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잃은 측면이 더 컸다고 본다”고 썼다.

▲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방송인 김미화가 참고인 신분으로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하지만 최 기자의 이런 진단은 별다른 근거 없이 김미화씨를 평가절하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기자는 그냥 국민도 아니고 보수 성향의 국민들이 문성근씨를 “배우가 아닌 아예 ‘골수 정치인’”으로 받아들였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했고, 유능한 개그우먼 김미화씨에 대해 “더 이상 웃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스스로가 자기 책임에 대해 물을 때가 됐다”면서 “이들이 해묵은 ‘블랙리스트’를 꺼내 들며 박해받은 정의의 사도처럼 스스로 포장하면, 보수층은 ‘저 인간들 보기 싫어 애초에 정권 교체만은 막으려고 했는데…’라고 혀를 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확인된 상태에서 그 피해자들에게 스스로 책임지라고 하는 주장이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최 기자의 논리는 자신의 정치성향과 다른 정권이 잡으면 당연히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장이어서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를 두고 문성근 시민의날개 이사와 방송인 김미화씨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 또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문 이사는 조선일보 최 기자의 주장에 대해 “매체 영향력도 없는데 굳이 언급해 줄 필요 있나요”라고 답했다.

김미화씨는 “(최 기자의 칼럼을) 읽어봤는데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 조선일보 2017년 9월22일자 3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