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광풍 앞에 보수 뭉치자”는 주장 타당한가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 주장…박근혜 국정농단에 뛰쳐나오더니 “친박-자유한국당 뭐가 바뀌었나” 비판

2017-09-29 16:43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시작으로 적폐청산 활동이 확산되자 이를 빌미로 바른정당 일각에서 자유한국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나오고 있는 적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과거 이른바 친이계가 다시 친박계와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안보위기’, ‘적폐청산 광풍’ 이라는 이유로 다시 뭉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말 국정농단을 벌인 박근혜-최순실 세력으로부터 단절하고자 뛰쳐나갔지만, 그 측근과 친박세력으로 구성된 자유한국당에 아무 반성과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명분도 없고, 진정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내 일부와 바른정당 통합파가 계속 이 같은 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조선일보 등은 이 같은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적폐청산의 광풍이 불고 있다”며 “과거정부의 국정원과 군의 사이버사령부 등을 이 잡듯 뒤지며 적폐의 상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은 “광우병 시위에 앞장섰던 연예인들, 노무현정부 시절 당지도부를 했거나 광우병 시위 등 수많은 정치 시위에 참여했던 폴리테이너 연예인들이 MB정부, 박근혜정부에서 탄압을 받았다며 전직 대통령을 줄줄이 고발하고 있다”며 “국정원은 자신들이 과거에 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적폐라 이름 불이고 적폐청산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어느 정보기관이 스스로 한 일에 대해서 적폐목록을 만들고 사법기관에 리포트한 적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런 와중에 보수 정치권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준 것도 모자라 서로를 헐뜯어 왔다”며 “이제 보수는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의 정치행태를 반성하고 서로 뭉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 사진=김영우 페이스북
보수통합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김 위원은 “저 역시 대선전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의원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말 보수가 분열될 만한 이유가 있었고 지금은 다시 뭉쳐야 될 이유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위기와 적폐청산의 광풍 앞에 보수야당들이 순혈 보수주의 싸움만 하면서 갈등만 하는 것은 정권을 뺏긴데 이어서 더 큰 역사적인 죄를 짓는 것”이라며 “뭉치자”고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 27일 자유한국당 8명, 바른정당 4명이 만나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의원총회에서 “만나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약속도 안했는데 ‘보수 대통합하자 우리는 하나’ 이렇게 건배 제의를 했다”며 “바른정당측 사람들이 그냥 합치는 것보다는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양당 뿐만 아니라 밖의 보수도 모두 대통합하는 추진위원회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과 이 같은 통합추진을 개인일탈로 결론짓고 오는 11월13일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흐름을 앞장서서 전파했다. 조선은 28일자 머리기사 ‘과거사 싸움으로… 1與3野서 ‘보수 2:진보 2 구도’’에서 “현 여권(與圈)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이에 구(舊)여권이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면서 정치권이 다시 ‘보수 대(對) 진보’ 구도로 나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국민의당이 가세한 가운데 두 당 사이에선 정책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바른정당이 ‘여권의 정치 보복은 신(新)적폐’라며 한국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반(反)문재인’을 내건 보수 통합 쪽 움직임이 동력을 얻고 있다”고 썼다.

조선은 “보수·진보 결집 흐름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과거사 문제로 정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진영 논리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각각 끌어당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적폐청산 활동으로 인해 갈라졌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다시 결집하는 구도를 그린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보수통합 주장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바른정당을 향해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낸 정의당 한창민 부대표는 초심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생존을 위한 어설픈 야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017년 9월29일자 6면 머리기사
한창민 부대표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이 합리적 보수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조금 있었다고 보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서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합리적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려는 노력을 해야지 생존을 하겠다고 다시 어설픈 야합을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 부대표는 지난해말엔 보수가 분열될 이유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뭉칠 이유가 너무 많다는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결국 생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정치적인 판단일 뿐”이라며 “그 때나 지금이나 원조 적폐정당인 자유한국당이 변한 것도 아니고, 한국 정치상황 역시 변한 것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 부대표는 “이번 상황이 바른정당이 합리적 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가도 그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폐청산 문제로 정면충돌하면서 생긴 진영논리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끌어당길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한 부대표는 “바른정당 역시 과거 정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있겠으나 그런 분석은 조선일보의 희망사항”이라며 “이렇게 바른정당 등에 과도하게 위기를 조장해 이들이 다시 서로 합쳐진 극우적인 정당이 지지를 얻기를 원하는 것은 바로 조선일보”라고 주장했다.

세계 어느 정보기관이 스스로 한 일을 적폐라 부르고 사법기관에 리포트하느냐는 김영우 위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 부대표는 “(같은 표현으로) 세계 어떤 정보기관이 이렇게 흥신소보다 못한 일을 하느냐”며 “스스로 본연의 일을 하다가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국정원과 권력기관은 스스로 개혁할 동력이나 의지도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카카오톡 메신저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든 바른정당이든 개혁의 기준은 자기자신이어야 한다”며 “다른당의 개혁에 대해 말하기전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때”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은 양쪽 모두에 있다”며 “이제 안보위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의 포퓰리즘 독주에 맞서기 위해 범 보수의 대결집이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가 패배하면 그 이후 대한민국 정국은 보수가 설 곳이 없다. 지금 뭉치지 않으면 보수의 뿌리가 마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 사진=한창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