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태블릿PC 조작프레임’이 또 시작됐다

언론의 무비판적 ‘쿼터저널리즘’으로 신혜원씨 ‘양심선언’ 프레임 확산…JTBC ‘뉴스룸’ 신씨 주장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친박세력 “해명방송도 조작됐다”, “손석희 사장 국감 증인 신청한다” 난타

2017-10-10 11:36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구속 기한을 일주일 남기고 2012년 당시 박근혜의 불법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신혜원씨가 갑자기 양심선언 프레임을 꺼내들며 “최순실의 태블릿PC는 내가 사용했던 것”이라 주장했다. 박근혜 구속 이후 잠잠했던 ‘태블릿PC 조작설’이 또 불거졌다. 최순실 태블릿PC를 최초 보도했던 JTBC가 9일 ‘뉴스룸’을 통해 신씨 주장을 반박했지만 당분간 관련 뉴스는 계속 등장할 것 같다. 소수의 국회의원들이 조작 선전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가 태블릿 PC에 남아 있던 드레스덴 선언문 초안이 수정 불가능한 그림 파일(GIF)이라는 점을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통해 확인했다는 주장에 대해 JTBC는 “드레스덴 연설문은 태블릿PC에 한글파일로도 저장돼있다.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는 GIF 파일뿐만 아니라 같은 내용의 한글 파일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태블릿PC에서 한글 문서를 미리보기 할 경우, 그 흔적이 GIF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다”며 “신씨가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서 드레스덴 연설문과 함께 기록된 GIF 파일이란 내용만 확인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고 반박했다.

JTBC가 입수한 태블릿PC를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사용했다는 신씨의 주장과 관련해선 신씨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2012년 10월~12월인데 대선캠프에서 사용했다고 볼 수 없는 문서들이 수두룩하다고 꼬집었다. JTBC는 “최순실 씨와 관련된 다수의 문서를 포함해 국가 기밀 정보 등까지 다운로드받은 기록이 있었다”며 “신 씨 주장대로라면 대선 캠프 활동을 했다는 신씨가 대선 직후에도 인수위 홍보 전략이나 국방 기밀 등을 받아봤다”고 반박했다.

“태블릿PC 1900장의 사진 중 최순실 사진은 세 장”이라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선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에서 분석된 이미지 파일은 1900여 개에 달하지만 소셜미디어나 이메일, 인터넷을 하는 과정에서 자동 저장되는 그림이나 사진들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한 뒤 “실제 태블릿PC로 직접 촬영해 저장된 사진 폴더를 보면 최씨와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진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JTBC는 “최 씨가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찍은 셀카 사진을 비롯해 최 씨의 조카 가족사진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 JTBC 뉴스룸 10월9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신혜원씨가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한 태블릿PC는 대선 캠프에서 자신이 썼던 한 대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행정관이 “신씨가 주장하는 태블릿PC는 내가 최순실 씨에게 건네준 것과 다르다. 대선 캠프에서 쓰던 것 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는 검찰 측 입장을 전했다. 앞서 김 전 행정관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나와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쓰던 두 대의 태블릿이 더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최순실 소유였다는 결정적 증거는 이미 태블릿PC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이 태블릿PC에는 2012년 7월15일과 2013년 7월29일 독일 도착을 알리는 국제전화 로밍 안내, 그리고 외교부 영사 콜센터의 안내 문자가 남아있었다. 최순실 출입국 기록을 보면 문자 도착 하루 전인 2012년 7월14일과 2013년 7월28일 최씨는 한국에서 독일로 출국했다. 검찰이 태블릿PC를 포렌식 분석한 결과 태블릿PC는 2012년 8월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부근에서 GPS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왔는데 최순실은 2012년 8월14일 제주도로 떠나 8월16일 서울로 돌아온 항공편 기록이 있는 걸로 확인됐다. 최순실과 태블릿PC 동선이 일치했던 것.

그러나 앞선 신혜원씨 기자회견에선 이 같은 팩트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역시 본인 재판에서 드레스덴 연설문 등 태블릿PC에서 발견된 3건을 포함한 총 47건의 유출 문건에 대해 이미 “최순실에게 보내준 게 맞다”고 인정한 상황이다. 조원진 의원을 비롯한 친박세력은 박근혜가 구속되고 정권도 교체된 상황에서 왜 뜬금없이 태블릿PC조작설을 양심선언이란 형태로 추석 연휴 마지막 즈음에 국회 정론관에서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친박 세력의 목적은 ‘혼란’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당장 오늘(10일)부터 박근혜의 구속 기간 연장을 결정하는 절차가 시작된다. 구속 기각 연장이 기각되면 박근혜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친박 여론의 결집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다시 ‘태블릿PC조작’을 주문처럼 반복하고 있다. 언론은 지난 주말 신혜원씨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퍼다 날랐다. 그들의 ‘의도’는 일정부분 성공한 셈이다.

▲ MBC 뉴스데스크 10월 8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서복현 JTBC기자는 9일 ‘뉴스룸’에서 “태블릿PC는 단순히 최순실 씨의 이권 개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으로 확대되는 계기이자 첫 물증이었다. 그 물증을 부인하면서 탄핵 반대, 또 박 전 대통령 구속 반대, 이제는 1심 재판에 있어서까지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이 마무리돼 가고 있고 또 법원의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여부 결정이 목전인 상황에서 다시 태블릿PC 조작설을 띄우고 있다”며 의도를 꼬집었다.

그러나 태블릿PC조작설은 당분간 입길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9일 “태블릿PC 특검과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27일 국회 법사위에서 “(JTBC가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PC는 다른 사람 것”이라고 최초로 주장했던 ‘조작프레임’의 원조,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이번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태블릿PC의 실제 주인이라는 신혜원씨와 그걸 입수해 보도한 손석희 JTBC사장을 증인신청 하겠다”고 밝혔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은 이 같은 조작프레임을 두고 “굉장한 집요한 노력과 인프라 제공이 있었다”고 지적한 뒤 “저널리즘 자체가 중대한 이슈에서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돌이킨 바 있다. 대체로 극우의 선전선동에서 참·거짓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의미부여다. 그들은 특정주체를 설정한 뒤 거짓을 단순화해 집중적으로 반복한다. 대한애국당 정책위의장이 된 변희재씨는 9일 JTBC ‘뉴스룸’의 보도를 두고 “또 다른 조작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예견한 듯 손석희 사장은 9일 ‘뉴스룸’ 오프닝멘트에서 아래와 같은 심경을 밝혔다. “저희가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PC가 조작됐거나 가짜라는 주장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아마 뭐라고 해도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계속될 것 같기는 합니다. 이런 주장이 나올 때마다 대응하는 것도 적절치는 않은 일이지만 가짜라고 주장하는 쪽이 기자회견까지 했고 많은 언론들이 이것을 옮겼기 때문에 오늘 주장의 그 문제점을 짚어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