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세월호 최초보고, 왜 10시라고 우겼나

세월호 특조위 소위원장 “9시30분 보고서 조작 사실일 것”…중대본 10시 상황보고도 앞뒤 안맞아 “김기춘 위증”

2017-10-16 13:4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최초 대통령 보고시각이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가 아닌 9시30분이라는 문건이 폭로되면서 그 진상과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책임자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9시30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개연성이 높으며, 검찰 수사나 추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더 예상치 못한 사실들이 밝혀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보고시각을 오전 10시라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문건에 찍힌 시각과 대통령 지시사항이 공존할 수 없다는 거짓 발표 의혹이 나왔을 때도 중대본의 문건 작성자가 시각을 잘못 쓴 것이라고까지 하면서 10시 주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국가안보실의 1보 보고문건이 당시 9시30분으로 작성됐으며 보고 및 전파 대상에 ‘대통령님’이 기재된 증거가 발견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처에 대한 진상을 다시 조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2일 공개한 세월호 참사당일 국가안보실의 보고문건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 號),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 中(1보)’는 작성일자가 2014년 4월16일(수) ‘09:30’으로 찍혀있다. 하지만 사고 6개월후인 10월23일 수정된 문건의 작성일자는 같은 날 ‘10:00’로 변경돼 있다.

해당 문건의 보고 및 전파 대상에는 “대통령님” “비서-경호실장”, “외교안보수석”, “국정기획-정무-홍보수석”, “통일-사회안전-해양수산비서관”으로 지정돼 있었다. 이 내용은 수정되기 전과 후의 문건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국정조사 등에 출석해 대통령 최초 보고시각을 10시라고 증언했다. 2014년 7월7일 열린 국회 운영위 회의록을 보면, 김기춘 전 실장은 “대통령께 10시에 안보실에서 문서보고를 올리고 그전에 안보…”라며 “초기 상황 파악은 안보실 소관입니다. 그래서 안보실장이 보고를 하고 어느 정도 상황이 확인된 다음에는 비서실 정무수석이라든지 소관 수석을 통해 저희들이 보고를 하고 이렇게 돼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최초 인지한 시각에 대해 “국가안보실과 비서실은 9시19분경 YTN 방송을 보고 최초로 그걸 알았다”며 “곧 문자로, 안보실에서 문자가 9시24분에 전파가 되고”라고 말했다.

▲ 지난 12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대통령 최초 보고시각 조작 근거. 사진=청와대브리핑(KTV 영상) 갈무리
김규현 전 안보실 1차장은 그 자리에서 “해경 상황실에서 정식으로 보고를 한 게 9시31분”이라며 “저희가 뉴스를 보고서 선도적으로 전화를 해서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탄핵 심판 직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타임라인을 보면, 오전 10시에 “대통령, 국가안보실로부터 종합 서면 보고 받음 – 구조 인원수, 구조 세력 동원 현황”으로 나온다. 청와대는 이후 10시15분에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자에게 전화(상황보고 청취 후 지시사항 하달)해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여객선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누락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타임라인에는 기재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열린 국회 운영위나 국정조사, 국정감사 이후부터 청와대는 이 같은 주장을 계속 펴왔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같은 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주장은 강한 반론에 직면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상황보고 시각과 대통령 지시사항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에 작성한 ‘진도해상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를 보면, 대통령 지시사항이 나온다.

“대통령님 지시 :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 객실 엔진실 등 철저히 수색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

10시15분에 지시했다는 대통령 말씀이 어떻게 중대본이 15분이나 앞서 작성한 상황보고서에 나오느냐는 의혹이었다. 2014년 7월10일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서도 ‘오전 10시 대통령 첫 보고설은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10시15분 유선전화를 통해 ‘한 명의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는 이미 10시에 중대본 상황보고서에 기재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10시에 보고하고, 15분에 전화 지시했다는데, 10시 중대본 상황보고서에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것은 10시에 문서작성하기 시작해 완성됐을 시간이 적혀있어야 하는데 나오지 않아 생긴 착오”라고 해명했다.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2일 세월호 최초보고 조작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브리핑 KTV 영상갈무리
그러나 당시 10시15분 대통령 지시사항이 15분 앞선 10시에 했다는 정황이 국정조사 기관보고 사흘 전인 국회 운영위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해 7월7일자 국회 운영위 회의록을 보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16일 아침 10시에 대통령께서는 ‘단 한 명의 인명피해 없도록 해라’ 이렇게 지시를 내렸습니다”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대통령비서실장님께서는 업무보고 2쪽에 ‘단 한 명의 마지막 실종자라도 반드시 가족 품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많이 바뀌었지요”라고 질의했다.

이를 두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안전사회소위원장(상임위원)을 맡았던 박종운 변호사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보고시각이 실제로 9시30분이었는데, 30분 늦춰서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사고 직후 9시30분 이전에 세월 사고 자체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사고에 대해 언론이 인지했는데, 한참 후에 대통령에 최초보고가 들어갔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9시30분과 10시의 차이는 전자의 경우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포함돼 있고, 10시는 기울어진 각도가 커져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며 “청와대 주장에 의하면 대통령의 첫 지시가 10시15분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45분이 경과한 후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므로 훨씬 더 큰 비판을 받을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9시30분에서 10시로 바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그는 “최소 30분 동안 보고를 안받았거나 보고서를 안 읽었거나 다른 행동을 하고 있어 보고서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며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변호사는 “그동안 녹색당에서 정보 공개 청구를 오랫동안 했는데도 이를 계속 안받아줬고, 우리가 달라고 해도 주지 않았다”며 “국가기밀이 있었거나 북한에 관련된 것도 아니었다. 누가 누구에게 시간타임을 갖고 보고하고 지시가 내려졌는지에 대한 시스템을 알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한 것인데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9시반인 것을 10시로 조작했다는 폭로는 청와대의 그간 불투명한 태도로 볼 때 조작한 것이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며 “검찰 수사과정이 됐든 세월호 특조위서 하든지 이것 이상의 사실관계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이나 보고 내용이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갖고 제출됐는지, 아마 이런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감추지 않았을까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실 보고문건의 상황개요와 관련해 최초보고 시각 외에도 최초 사고 시각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당일 작성한 이 보고문건에는 사고 일시가 ‘2014년 4월16일 08:35경’으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이 최초 신고한 시각은 그동안 당일 오전 8시52분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실이 보고 문건에 기재한 사고시각 8시35분의 근거도 원점부터 재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아침 PBS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조작관여 가능성에 대해 “조작에 직접 개입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사를 해 봐야겠지만, 최소한 상황을 알고 있었고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은 크다”며 “시간을 조작하고 그리고 지침을 개정한 것, 모든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그런 상황에서 이 행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리고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계속적으로 국회에 나와서 최초 보고가 10시에 이루어졌다고 위증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굉장히 여러 번에 걸쳐서 그렇게 주장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