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살인사건 생존자, SBS 형사고소

최근 검찰에서 살인혐의 불기소 처분…양씨 “언론 지위 남용해 자행한 SBS의 범죄행위, 엄격한 법적용 해 달라”

2017-10-20 11:43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5년 10월9일자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송된 ‘노원구 살인사건,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가리키는 것은’ 편에 등장했던 양아무개씨(37)가 지난 19일 SBS 제작진을 형사 고소했다. 앞서 양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송사가 수사권을 침해하고 특정인을 범죄자로 지목했다”며 “이 사건은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시청률을 위해 저지른 범죄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공릉동 살인사건 생존자 “SBS가 조작방송”)

일명 ‘공릉동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이 사건은 2015년 9월24일 새벽 5시30분경 휴가를 나온 군인 장아무개씨(20)가 가정집에 침입해 양씨의 예비신부 박아무개씨(33)를 무참히 칼로 찔러 살해하고 예비신랑이던 양씨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양씨의 살인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올렸고, 최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25년만에 정당방위로 인정된 살인사건이었다. 그러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2년 전 경찰의 수사도중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 때문이다.

▲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SBS는 당시 방송에서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을 당시 시간이 5시27분”이라는 이웃 주민 A씨 증언을 내보내며 피해자의 비명소리가 5시30분에 났다고 밝힌 노원경찰서의 내용과 배치된다고 설명했으며, CCTV에 따르면 장 상병이 박씨의 가정집에 침입한 시각이 5시28분이라고 밝혔다. SBS는 “27분에 비명소리가 들렸다면 장 상병이 사고 장소에 침입하기 전 이미 피해자 박씨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방송 이후 양씨는 예비신부를 죽인 살인자로 묘사되며 온라인에서 인격살인을 당했다.

이에 대해 양씨는 기자와 만나 “A씨와 직접 통화해보니 27분부터 30분 사이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27분으로 조작됐다. 27분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선 방송사가 대역을 썼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제작진이 A씨를 4번이나 찾아간 것도 유도심문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은 앞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A씨가 수차례에 걸쳐 27분 피해자의 비명을 들었다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밝혔으며 “길이를 줄이는 차원의 편집만 있었고 내용을 바꾸기 위한 편집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양씨는 장 상병이 사건 당일 새벽 술에 취해 들렀던 주변 집 네 곳과 달리 유독 한 곳에서만 잔혹한 폭력성이 드러난 부분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방송내용에 대해서도 “앞의 집 네 곳에선 사람들이 깨어있었고, 우리는 모두 자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조건 값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발생 직후 여러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그냥 활용해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꼬집었다.

▲ 2015년 공릉동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손 변호사는 “휴가 나온 군인이 아무 이유 없이 남의 집에 들어갔겠느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경찰이 당사자들의 직전 1년간 통화기록, 디지털 증거, 동료, 가족, 지인들의 이야기까지 종합 분석한 결과 예비신부와 장 상병은 아는 사이가 아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예비신랑 양씨가 예비신부와 군인을 살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예비신부의 손톱 아랫부분에서 장 상병 DNA가 발견됐다. 반면 양씨의 DNA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사건 발생 직전 예비신랑과 예비신부가 싸웠고 비명소리가 들렸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양씨는 서울북부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경찰 수사단계였고 국과수 결과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보도 약속을 어겨가며 나를 약혼녀를 죽이고 비명소리를 듣고 도와주려고 들어온 사람까지 살해한 살인마로 지목해 수사에 방해를 가하고 수없이 많은 조작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했다”며 “공익성을 빌미로 여론재판, 여론살인을 가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엄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에서 양측은 조정에 실패했다. SBS는 정정보도를 거부했다. 양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인에게 부여된 공익성이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누가 부여한 것인지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씨는 SBS와 함께 수사기관만 알 수 있는 기밀을 온라인에서 고의적으로 흘린 박아무개씨도 함께 고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