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답답하다

김원배 이사 사퇴로 MBC 정상화 11월에 윤곽 잡힐 듯, 방통위 의지가 변수…“방통위 아무것도 안 해” 비판도

2017-10-24 18:31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KBS·MBC 파업이 50일을 넘겼다. 이제 모든 건 공영방송을 관리감독 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의지에 달렸다.

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가 지난 19일 방문진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난 9월 이사직을 사퇴한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에 이어 방문진의 구여권 추천 이사가 두 번째 자진 사퇴했다. 이제 2명의 보궐 이사를 방통위가 임명하면 MBC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구도는 기존 6대3에서 4대5로 김장겸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이사들이 다수로 재편된다.

지난 11일엔 구 여권 추천으로 KBS 이사를 맡았던 김경민 한양대 교수도 일신상의 이유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KBS이사회에선 고대영 사장의 금품수수 논란이 불거지며 사퇴를 저울질하는 이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KBS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원배 이사 사퇴 이후, 방통위가 10월25일 전체회의에서 2명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건을 의결하고, 오는 11월2일로 예정된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보궐이사 선임→방문진 이사장 해임→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한 번에 의결하는 방안이 파업 중인 MBC조합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안이었다. 이 경우 MBC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해, 11월 말에는 새 사장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MBC파업도 11월에는 마무리 될 수 있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이치열 기자
하지만 문제는 방통위에 있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정상화 주무기관으로서 권한을 신속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5일로 예정됐던 전체회의도 취소했다. 방문진은 방통위에서 처음으로 검사·감독권을 행사하며 요구한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정작 방통위가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25일부터 이틀간 방문진 현장조사를 실시하지만 비위사실을 잡아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이 10월을 넘기면서 파업은 12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도 방통위의 소극적 태도가 빚어낸 결과다. 이 같은 방통위의 태도는 자연스럽게 KBS이사회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논평을 내고 “방통위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책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방통위는 방문진에 대한 적절한 관리 감독 조치를 신속하게 내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와 관련 한 공영방송 관계자는 “방통위가 자기 방어적이다. 자유한국당의 언론장악 프레임이 무서워서 일단 국감만 피해보자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방통위 내부에서는 전례 없는 관리감독권 행사에 부담감을 느끼며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6일 KBS 국정감사와 27일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는 향후 공영방송 정상화 국면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고대영 사장·김장겸 사장을 비롯해 방문진과 KBS이사회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문진 구 야권측 이사진은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24일 제출했다. 방통위가 계속해서 공영방송 정상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김성수·신경민 등 MBC출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