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멈춰라”vs“더 강하게” 엇갈리는 보수·진보신문

[촛불1년 신문 사설비평] 조선일보 “반미시위세력, 촛불시위주도” 동아일보 “적폐청산 과제에 미래는 보이지 않아” 한겨레 “미래를 위해 진실 밝히고 책임 규명해야” 경향신문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2017-10-31 17:44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촛불1주년을 맞은 10월28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종합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비폭력 시민혁명이 이뤄낸 민주주의의 승리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행보에서는 신문사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정치적 격변을 시민의 질서 있는 저항 속에 완전히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냈으니 전 세계가 한국의 촛불집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평가하면서도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행동이란 연합세력이 촛불정신을 정의하고 독점해 정치까지 흔들려 한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퇴진비상행동을 이끌었던 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정 대화에 불응하는가 하면 수감 중인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정의를 독점하고 법치를 무시하는 등 안하무인식으로 설치고 있다”고 주장한 뒤 “퇴진비상행동에 참여한 많은 단체가 박근혜 퇴진과 아무 관계없는 이념선동 투쟁으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한 “온 나라가 집권세력이 주도하는 적폐청산이란 칼춤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를 파고 정적을 치고 정책을 폐기한다. 용서와 화합, 미래를 얘기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며 새 정부의 적폐청산에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이념과 노선만 달라졌을 뿐 적대의식이나 국가통치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프레임은 동아일보에서도 등장했다. 이 신문은 “새로운 광장민주주의 실험에 전 세계도 찬사를 보냈다”고 평가한 뒤 “국정과제가 온통 적폐청산으로 귀결되다보니 곳곳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각 부처에서 쏟아지는 적폐청산 과제에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폐청산의 목표는 제도와 관행이어야 한다. 특정인물과 세력을 뒤져 단죄하는 것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적폐청산을 멈추자는 뉘앙스로 읽히는 대목이다.

▲ 10월2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사설 제목. 디자인=이우림 기자.
적폐청산보다 안보위기를 강조하는 프레임도 눈에 띄었다. 세계일보는 “지금은 6·25전쟁 이후 최대 안보위기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반대하며 反트럼프 시위에 매달리는 반미 세력이 있다. 촛불 주도세력을 자임하는 단체들”이라고 주장한 뒤 이들을 향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지난겨울 엄동설한의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트럼프를 따라다니며 반미 시위를 벌인다는 세력을 보면 대부분이 친親정권이고 촛불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는 이들을 사전에 제어해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선일보 지면에서 지난 촛불혁명의 의미를 짚는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26일자 사설에서 “지금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다”고 적으며 박근혜 체제의 종언을 선언했던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한겨레·경향신문은 새 정부의 적폐청산이 더욱 급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명확한 입장차를 보였다. 한겨레는 촛불혁명을 두고 “불의한 국가권력을 심판했을 뿐만 아니라 박정희 이데올로기, 극우 보수주의를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낸 뒤 “지난 1년 성과도 있었지만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 정경유착·갑질 근절, 방송 정상화 등을 위한 과제를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며 “촛불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강고한 개혁 블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또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세력을 가리켜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이라며 자신들이 10년 세월 쌓아온 적폐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힘 있고 질서 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세월호 7시간,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덮을 수 없다”며 “미래로 가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경향신문과 달리 중도지로 분류되는 한국일보 또한 “촛불의 명령인 사회개혁은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지명 과정 등에서 지나친 억지를 부리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이유로 국감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거의 모든 개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정치보복으로 트집 잡는 수구세력의 적폐연대는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한 뒤 “퇴진행동이 발표한 100대 촛불개혁과제 중 실현된 것은 이재용 등 재벌총수 구속, 검찰의 청와대 편법 근무 방지 등 2개에 불과하다”며 “정권 교체 6개월이 지났지만 선거제도, 언론개혁, 노동기본권, 소수자 권리, 복지 공공성 강화 등 촛불 과제는 제자리”라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수구세력을 향해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고 경고하는 한편,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개혁에 대한 시민의 열망으로 출범한 참여정부가 국정개혁에 실패, 보수정권이 역사를 후퇴시킨 쓰라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