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검은돈 받지 않았다”

박범계·금태섭 의원·민변 부회장, 조선일보‧정우택 ‘과거정부도 있다’ 주장에 정면 비판

2017-11-01 18:00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핵심 인사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뇌물혐의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무리한 법적용이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과거 정부에도 다 있었던 일을 전 정부에만 뇌물죄로 적용하면 어느 정권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의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 및 법무비서관을 했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청와대는 국정원과 (조직적으로) 부적절한 돈거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판사 출신이며 여당의 적폐청산위원장이기도 한 박 의원은 뇌물혐의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법률적으로도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일자 1면기사 ‘“안봉근·이재만, 국정원 특활비 月1억 받아”’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 등이 매년 10억 원 씩 4년 간 40억 원 이상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사건 수사내용 전하면서도 뇌물 혐의 적용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조선은 전직 검사장 말을 빌어 “특히 총무비서관(이재만씨)의 경우엔 뇌물 대가로 국정원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도 “청탁이나 개인적 착복이 있었다면 뇌물이 분명하겠지만 기관 운영비 등으로 쓰였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정치권이나 국정원 주변에선 특수활동비를 정부 부처 등에 지원하는 일은 과거 정권 때도 있었는데, 이를 뇌물죄로 처벌한다면 어느 정권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며 “검찰이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에 올인하면서 무리한 법 적용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발본색원하려면 역대 정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보도했다.

조선은 전직 국정원 간부 말을 빌어 “과거엔 국정원 간부가 매월 1일 청와대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수십 년 전부터 있던 잘못된 관행”이라며 “그러나 옛날엔 실장이나 수석들에게 갔는데 비서관에 불과한 안봉근·이재만씨에게 준 것은 좀 의아하다”고 전했다.

▲ 국정원 의혹과 관련해 체포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은 이와 함께 지난 2001년 대검 중수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를 수사할 때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이 3500만원을 준 것으로 밝혀졌으나 국정원장들이 ‘개인 돈으로 떡값을 준 것’이라고 해명하자 검찰이 더 문제 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2004년 대선 자금 수사 와중엔 권노갑씨에게 10만원권 국정원 수표가 일부 흘러들어간 것으로 드러났지만 국정원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로 번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파이낸셜뉴스 등에 따르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역대 정권마다 다 해왔던 것”이라며 “그것을 지난 정부에만 맞춰 청와대가 뇌물을 받은 것처럼 표현하는 것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관행적으로 썼던 특수활동비 성격이기 때문에 역대 정권이 계속 해왔다”며 “마치 지난 정권에서 뇌물을 준 것처럼 각색해서 지난 정권을 처벌하는 게 누가 봐도 표적수사다. 정치보복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라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이 신문 등은 전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했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시 알아본 바로는 참여정부 때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과거 정권에 다 있었다는 주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노 대통령은 첫째 국정원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다, 둘째 국정원 돈관계 등 깨끗하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리고 실제로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부적절한 돈거래가 없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뇌물혐의 적용이 무리라는 주장에 대해 박 의원은 수사방향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재만 안봉근 두 사람의 직책이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제2부속실장인데다, 문고리 3인방 아니겠느냐. 최측근들”이라며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 업무를 놓고 볼 때 미치는 영향력은 국정전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직무관련성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의원은 대가성과 청탁 문제의 경우 “두 사람이 국정원에게 먼저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 아니냐”며 “국정원은 인사와 예산을 챙기는 기조실장이 돈을 만들어서 갖다줬을 것이고, 이들은 아무래도 청와대에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찍혀서도 안된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인사와 예산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청와대에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돈의 규모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돈의 규모가 40억이 넘는다고 하니 명절 떡값 차원의 인사치레 수준을 넘는다”며 “어떤 특정한 효과를 기대하고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운영에 있어 일정한 방향으로의 효과를 고려한 것과 국정원 인사와 예산 문제 연관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뇌물을 전제로 보고 수사하는 것은 그 수사방향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박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통치의 심장인 동시에 브레인 역할을 한 국정원이 자신들의 계획된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 때도 이런 위상을 영속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이명박 때 원세훈의 국정원이 가장 강한 반면, 박근혜 때 국정원장들은 국정원 장악력이 낮았기 때문에 내부 장악력을 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기관운영비로 쓰였다면 논란일 수도 있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박 의원은 “그것은 호도하는 주장”이라며 “기관운영비는 청와대에도 다 있다. 특수활동비도 당연히 있다. 더구나 국정원 특수활동비 명목은 정보수집과 수사비로 쓰라는 것이므로 기관운영비로도 쓸 수 없는 것이다. 기관운영비는 괜찮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그런 면에서 이재만 안봉근이 받은 것이 뇌물이 아니면, 공갈 수준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그래서 용처를 밝혀야 하는데, 본인들이 과연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금태섭 의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디에 쓰이고 어떤 명목으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뭔가 이유가 있으니 체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 의원은 “검찰에서도 이를 모를리는 없을 것”이라며 “검찰에서 체포까지 했을 정도면 뇌물로 걸만한 근거가 있어서 건게 아닌가 추측할 수는 있겠다. 어떤 경위로 돈이 갔는지 최소한 체포할 때 확인은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 의원은 “예를 들어 청와대가 당장 급한 예산이 있으니 국정원 돈을 청와대로 옮기는 수준이었다면 체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권에도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금 의원은 “과거 정권에도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내용”이라며 “007 가방에 현찰을 가져다 줬다는데, 개인적으로 쓴 것인지, 다른 용도로 썼다면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말할 것도 없다. 특수활동비를 거둬서 개인적으로 썼으면 그야말로 뇌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관행이 있었다는데, 예전에 안기부 시절 김기섭 차장이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며 “과거 정권에서 처벌 안받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관행을 뇌물로 각색한 정치보복이라는 정우택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그것은 수사결과를 보거나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수사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관행 여부와 무관하게 특수활동비라는 국고를 이렇게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면 처벌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금태섭 블로그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법무법인 위민)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추후 법적 쟁점이 되겠지만, 언론에 나온 것에는 개인이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며 “과거정부도 있었다면 다 조사해서 밝혀내면 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용도가 정해진 예산이나 돈을 다른 용도로 쓰면 횡령”이라며 “적어도 국고손실죄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자기 기관 예산을 많이 받게 해달라, 활동을 봐달라고 하면서 준 돈이라면 뇌물죄도 성립한다”며 “공기업이 관할 행정부처에 대해 여러 인사정책 예산 잘봐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무엇보다 국정원의 돈들이라는 게 숨겨져 있어서 그 규모도 파악하기 어렵고, 용처도 주먹구구식”이라며 “그런 점에서 감사하고 점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수활동비라 해서 아무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용도를 넘어 다른 용도로 전용했다면 국고손실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관행이라 해도 불법적 관행은 처벌하고 단절해야 마땅한 일이지, 역대 정부 다 있었으니 처벌해서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특활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쓰면 문제가 된다”며 “검찰이 이렇게 자신있게 법리로 구조상 뇌물죄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나오는 것을 보면 명확한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으로 예산이 전달되는 것이라면 기관장 대 기관장으로 가야지 비서관에게 가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국정원 취재를 오래 한 것으로 알려진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참여정부 때 기조실장과 국정원장을 한 김만복 전 원장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지원 관행을 부활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뇌물로 처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전 수사속보가 나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은 DJ정부때 없어졌다가 노무현 정부때 부활했다”며 “지금 문재인 청와대에도 특활비 사용한 참모들 있다. 김만복 조사하면 다 나온다. 청386 술값부터 임기말에 무리하게 정상회담 추진하면서 북한에 진행비로 준 1천만 달러(100억원 상당)까지”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이어 쓴 글에서 “대통령에게 준 그 돈을 안봉근과 이재만이 사적으로 착복했으면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착복이 아닌데도 뇌물죄로 기소한다면 야당은 노무현 정부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밖에 없다”며 “뇌물죄 영장이 기각당하고 노무현 정부까지 긁어부스럼이 되면, 검찰의 국정원 특활비 수사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