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찰당한 천안함 다큐감독 “남 일인 줄 알았는데”

[인터뷰] 6년전 ‘천안함’ 제작 김도균 민중의소리 영상기자 “내가 종북? 황당하고 당혹…MB정부 너무 방어적”

2017-11-02 16:11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6년 전 천안함 침몰사건 의혹을 담은 다큐멘터리 ‘천안함’을 제작했던 감독인 김도균 민중의소리 영상기자에 대해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방부가 기자의 동정 파악 및 모니터 활동을 했다는 사찰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찰 대상이 됐던 김도균 민중의소리 영상기자는 황당하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기자는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나에게까지 벌어졌다며 어디까지 사찰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철희 의원은 1일 군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청 국방비서관, 천안함 폭침 1주기 대책회의 개최’(2011.3.8.) 문건을 열람한 뒤 문건의 내용을 한겨레에 공개했다고 이 의원실 관계자가 2일 전했다. 한겨레는 2일자 8면 ‘천안함 다큐 피디 사찰 논의한 MB청와대’에서 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이철희 의원이 2일 오후 공개한 국감자료를 보면, 이 문건은 2011년 3월7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대책회의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청와대 국방비서관(윤영범, 육사 33기)의 주재 아래 국방부·국정원·경찰청·사이버사·기무사 등 ‘사이버 여론 관련 유관기관 실무자 16명’이 참석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회의에서 기무사의 주요 발표 주제는 “사이버상 종북·좌파의 실상 및 향후 대응 방향”이었으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무사가 “진보언론인 ‘민중의 소리’ 김도균 피디가 천안함 다큐 영화를 제작하는데 국방부 차원 대응방안 강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이 문건에 “추진 동정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던 언론인을 사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보수매체인 ‘뉴스파인더’에서도 천안함의 진실 다큐를 제작중인 바, 동 단체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대응토록 유도할 예정”이라며 맞불작전까지 개시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또한 이 회의에 참석한 청와대 외교안보비서관실 관계자는 “오프라인상 보수세 규합은 잘 되었으나 온란인상에서는 아직도 좌파에 비해 7:3으로 열세에 있는 바, 유관기관과 통합된 활동필요”라며, 주요 이슈 발생시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파하면 노출될 수 있는 바, 전화로 제목만 전파하도록 사전 약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김도균 기자가 제작한 다큐 ‘천안함’은 2011년 1주기 직전에 완성돼 국회 등에서 상영했으며 각종 천안함의 의혹을 담았다. 특히 미군이 사건과 정말 무관한지에 대해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도 담겨져 있다.

이에 대해 김도균 민중의소리 영상기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촬영하고 제작할 당시 정부 측 관련기관들이 이런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며 “당시 이 영화를 국회에서 상영한다고 했을 때 정부 당국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상영회 주최측인 박주선 의원실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그래서 제작과정이나 상영할 때까지 관심있게 지켜봤겠거니 하는 생각은 했으나 사찰을 할 것이라고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명박 정부) 그 당시 (정부 비판 인사 법적대응 등과 같은) 이런 일이 다반사여서 관심갖고 지켜볼 것이라 예상했으나 사찰은 생각도 못했다. 대체 (나와 제작과정에 대해) 어디까지 살펴봤고, 사찰했는지 궁금증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 2011년 다큐 천안함을 제작한 김도균 민중의소리 영상기자. 사진=김도균 페이스북
김 기자는 다큐 ‘천안함’을 제작한 계기에 대해 “천안함 정부 발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던 과정을 다시한 번 돌아보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며 “무엇이 원인이라고 밝혀내기보다 의혹을 짚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가 대책회의 발표주제로 “사이버상 종북·좌파의 실상 및 향후 대응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사례로 다큐를 지목했다고 문건이 작성된 것에 대해 김 기자는 “개인적으로 종북을 한 적이 없다”며 “제기됐던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이었는데,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언론이나 시민들을 종북으로 낙인을 찍어서 분류했다는 것이 남의 일인가 싶었는데, 저까지 포함돼 있다니 황당하고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한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꼼꼼하고 치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저한테까지 그런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 (내가) 너무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 사찰이나 감시가 흔하게 벌어지니 (무심했으나) 내 일로 다가오니 치밀하고 꼼꼼하게 전반적으로 진행됐구나 하는 것이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제작과정 전후나 상영 이후 실질적인 사찰이나 추후 취재과정에서의 불이익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김 기자는 “전혀 없었다”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체감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기무사 등이 이런 일을 벌인 이유에 대해 김 기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방어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논리에 반대되는 주장과 의견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역이용하고 사찰해서 어떻게 하려는 것은 너무나 방어적인 자세”라며 “정부가 발표한 사고원인이 있고,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으면 그에 대한 정부 논리를 정당하게 밝히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한 이유는 아마도 당시 천안함 정부 발표가 여론을 잘 설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기자는 “(뉴스파인더를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작품이 상영됐는데, 정부 입장을 담은 작품을 상영한 것처럼 정부 주장에 의혹을 갖는 작품 역시 상영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7년이 훌쩍 넘은 천안함 사건의 의혹에 대해 김 기자는 “시간이 너무 흐른 감이 있는 것 같지만, 여론의 관심이 뒷받침되면, 어떤 계기로든 재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조사를 하게 되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새롭게 접근해서 볼 수 있는 과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 기자는 “제기됐던 의혹은 재조사를 통해 정확히 밝혀지는 것이 이전 정권이든 지금이든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그동안 비공개된 것이 꽤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전 정권, 이명박 정권 당시 그랬던 것처럼,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절차를 통해 공개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철희 의원은 국감자료에서 “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권력자의 의도대로 여론조작을 자행했던 정권을 민주정부라고 부르기 어렵다”며 “권력의 선출 뿐 아니라 그 사용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 2011년 3월 제작 상영된 다큐 천안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