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왜 7개월 지나서야 세우기로 했나

선체조사위 부위원장 “조사관 안전 좌현 확인위해 불가피” 신상철 “여태 뭐했나, 직립결정 다행” 이종인 “시간끌기 아니냐”

2017-11-04 12:09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지난 3월 인양된지 7개월이나 지나고서야 세월호 선체를 세우기로 한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선체 직립 안건을 의결했다. 선체조사위는 “기관실 조타 유압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전기가 통하면 열리고 전기가 차단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전자 밸브)와 엔진 관련 프로펠러의 오작동 등을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과 관련해 선체 좌현의 충돌 흔적과 자세안정장치(스테빌라이저)를 조사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위해 선체 세우기로 결정)

이와 관련해 김영모 세월호 선체조사위 부위원장은 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위원회에서 여러 의견 끝에 미수습자 수색 및 조사관의 안전과 외부충격 등 의혹해소를 이유로 직립을 하자고 의결했다”고 말했다.

인양 당시부터 세워서 인양해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하지 않다가 왜 이제야 이 같은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해수부가) 인양방법을 다 결정하고 난 뒤, 거치 되는 시점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돼 합류하다보니 이전의 논의과정은 잘 알지 못한다”며 “다만 선체를 (옆으로) 거치시켜놓고 거의 6개월(7개월) 지난 시점에 직립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선체조사위나 해수부 사고수습본부가 미수습자 가족들의 수습문제 때문에 다른 방향과 입장을 내놓을 채비가 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선체 문제에 있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나오게 되면 미수습자 가족들이 극렬하게 반발해왔다”며 “그러다 미수습자 중 일부가 수습되고 정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유가족이 면담할 때 선체 보존 얘기를 꺼냈다”며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말씀해서 사실상 그때부터 선체직립이 적극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사과정과 관련해서도 김 부위원장은 “가능한 부분은 꾸준히 조사해나갔으나 기관실과 타기실 부분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려고 하다보니 선체가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대단히 조사하기가 어려웠다”며 “기계 장치들이 눕혀진 상태여서 조사관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 굉장히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시기는 2개월 이상 걸리며 잠정적으로 68억 원으로 정했으나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김 부위원장은 전했다.

▲ 지난 3월 인양 당시 반잠수선 위에 거치된 세월호 선저 선미 부분. 사진=이치열 기자
인양 방법은 다시 부두로 가져가 플로팅 도크에 내려 물을 붓고 턴오버(바로세우기)하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해상에 바지선으로 세월호를 옮긴 뒤 해상크레인으로 들어올려 턴오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김 부위원장은 전했다.

세월호 선체를 바로세우면서 드러나는 좌현을 통해 외부 충격 및 충돌 흔적 여부와 스태빌라이저(선체 안정기)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인 점도 직립의 이유가 됐다고 그는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직립의 이유로 그 부분이 거론했다”며 “외부 충돌이라든지 스태빌라이저 손상 부분이 빔 위에 얹혀져 있어 외판의 철판 부분은 볼 수 없는 상태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왼쪽 철판을 눈으로 봐야 충돌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이를 확인하려는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부 위원들도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런 외부 충격 관련 의혹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 부분을 조사하지 않고 조사를 끝내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는 견해를 일부 위원들이 내놓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감독이 제기했던 앵커(닻)에 의한 침몰설 등에 대해서도 김 부위원장은 “원인을 담당하는 부서(제1소위원회)에서 의결하는 항목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며 “일부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니 맞든 틀리든 조사해야 한다고 해서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결론은 조사위 활동이 종결되는 내년 5월 선조위 보고서에 담기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청와대에서 공개한 최초 사고발생 시각 관련 의문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현재까지 조사 진행된 바로는 원인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겠지만, 시간, 장소가 발표됐던 내용과 터무니없이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우리 손에서 마무리짓자는 자세이므로, 여러 부분에 대해 모두 다루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세월호 인양 시부터 세월호를 바로세워야 한다(세월호 인양을 보며 드는 걱정과 우려)고 촉구해온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3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애초부터 신항까지 눕혀서 인양한 것은 정밀조사를 방해하고 적절한 수준에서의 조사와 수습, 해체할 목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 세월호를 바로세우기로 다시 가닥을 잡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7개월이나 지난 여태까지 뭐하고 있다가 이제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가”라며 “잘못 결정한 사람들에 대해 구상권이라도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와 달리 초기부터 선체절단 시도를 반대해왔던(이종인 “세월호 숨기려는 것 없다면 절단해선 안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7개월이나 지나서야 세우겠다고 한 것이 시간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왜 처음부터 세워서 인양 안했나’ 하는 책임을 따지기엔 시간이 너무나 지나버렸다”며 “이제 와서 정밀조사 등의 이유를 대서 그런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자꾸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게 돼 있다. 시간을 끌어서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다면서 책임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와 사과를 했다. 사진=청와대
이에 대해 김영모 선체조사위 부위원장은 “당시 조사의 관점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그때 세월호를 빨리 인양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고, 기술팀이 택했던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지금 와서 결과적으로 ‘왜 그 때 안돌렸느냐’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잘못 판단했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잘못 결정한 사람들에 구상권이라도 행사해야 한다’는 신상철 대표 주장에 대해 “현장에 와서 보면 모두 최선을 다해 이 작업을 하고 있다”며 “판단과 기준 안맞다고 책임만 묻는 것은 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