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미행보도 소취하…시사저널 기자 “진실 살아있어”

이경재 변호사 “수사 등 진절머리나” 박찬종 변호사 “정윤회, 이길 수 없는 소송” 기자 “3년전 보도, 진실이라 믿는다”

2017-11-06 16:1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3년 여 전 당시 정윤회 실세설·미행설·승마특혜 의혹 등을 보도했다 민형사 소송을 당했던 시사저널에 대해 정윤회씨가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지난 8월 정씨의 시사저널 형사고소 사건을 무혐의처분한 것에 이어 해당 사건이 모두 마무리됐다.

정윤회씨의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가 진행중인 시사저널 상대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과 관련해 지난 18일자로 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사정에 의하여 소를 취하한다”고 작성했다고 피고 시사저널측 대리인인 박찬종 변호사(법무법인 유담)가 6일 전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씨가 3년 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시달리면 어떻게 견디겠느냐”며 “재판 진행도 안하고, 사건도 지지부진하고, 본인이 세간에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고, 정말로 견디기 힘들어해서 법적인 문제 등 만사가 다 싫다고 해서 취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며 “나는 끝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본인이 도저히 정신적으로 못견디겠다. 시도 때도 없이 나왔다하면 비난하는 얘기에다, 재판은 2014년에 시작한 것을 아직까지 질질 끌었다. 정권 바뀔 때쯤 시작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형사사건 결과를 보고 민사사건을 진행하자고 원고측이 요구했다는 시사저널측 주장에 대해 이 변호사는 “형사사건 결과를 3년 넘게 정권 바뀌고 나서야 내놓은 것 아니냐”며 “나는 항고해서 다투자고 했는데, 본인이 더 이상 시달리기 싫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측 법률대리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유라의 아버지로서 세상의 입방아에 오르는 게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래도 시사저널은 공익을 위해 보도했던 것이기 때문에 정씨가 계속 소송을 진행했다가 지면 개망신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언론이 공익의 입장에서 합리적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며, 명예훼손의 고의를 갖고 쓴 것도 아니었다”며 “소송 해봐야, 우리 쪽은 자신이 있었다. 그랬더니 취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재판부가 정씨 자신의 주장을 인정해줄까 말까한 의혹이 있다 해도 다시 재판에 나오게 되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지면 본인만 우습게 되지 않겠느냐”며 “더구나 시사저널은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보도한 것이다. 정윤회씨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청구 기각되면 언론 보도가 맞다는 판단에 이르게 돼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취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지난 2014년 6월20일자 기사.
박 변호사는 “처음 보도가 터졌을 때 긴급 피난책으로 시사저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보니 본인 뜻대로 안돼서 취하에 이른 사건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정윤회씨가 문제를 삼은 5건의 기사 작성과 취재를 주도적으로 했던 김지영 시사저널 정치국제팀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8월 검찰이 무혐의 내린 마당에 정씨 입장에서 더 논란을 일으키면서 법정에 불려나오고 시끄러워지게 될테니 정씨 측이 소 취하를 한 것”이라며 “조용히 살고 싶은 것도 있을테고, 본인에게 득이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윤회씨는 시사저널의 정윤회 실세설·미행설·승마특혜 의혹 등 5건의 보도가 모두 허위사실이며 허위의 인식이 있었을 뿐 아니라 ‘취재팀의 자작으로 보여진다’고까지 주장했었다. 이를 두고 김지영 팀장은 “최순실 농단 사건을 통해 정윤회의 파워가 간접적으로 드러났으며, 최순실과 이혼소송을 한 2월 이전까지 서로 부부관계였으며 정윤회의 인사 개입 얘기가 많이 나온 상황이었다”며 “이런 사실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사저널의 기사를 전부 다 끼워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딸 정유라(보도 당시 정유연)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특혜 논란을 제기한 2014년 6월20일자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서도 정씨는 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날조 내지 음해성 의혹이라 폄하했었다. 김지영 팀장은 “승마 특혜 의혹은 이미 사실로 드러난 것 아니냐”며 “이는 당시 우리가 더 이상의 보도를 못하게 하려고 낸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따져야 하겠지만 정윤회씨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압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보도로 이혼에 합의했다는 정씨 주장에 대해 김 팀장은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2014년 2월이었고, 우리 보도는 3월이었으며, 이혼 합의는 5월이었다”며 “기사 때문에 이혼하고 가정이 파탄난 것이 아니다. 집안에 문제가 먼저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 시사저널 2014년 3월22일자 기사. 박지만 검찰 출석 때사진. 사진=시사저널 홈페이지
김 팀장은 “우리가 보도했던 의혹의 진실은 아직 살아있다고 본다”며 “법적 소송이 끝났을 뿐 진실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정씨 스스로 보도내용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니냐는 것. 그는 “우리는 보도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윤회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소취하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느냐”며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소취하를 동의 안해주면 된다. 그럼 판결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재갈물리기 소송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정윤회 씨가 당시 얼마나 집중적으로 포화를 맞았으며, 당시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며 “정씨 주장이 엉터리였다면 살아남았을 수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사저널은 이경재 변호사나 정윤회씨 측에 소취하를 요청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지영 팀장은 “내부적으로 재판진행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논의한 일은 있으나 책임자로서 내가 소취하를 요구하거나 이 변호사와 만난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 최순실(구속) 뿐 아니라 전 남편 정윤회씨의 시사저널 민형사재판 대리인을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 사진=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