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심 선고 TV로 볼 수 있을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재판중계, 법조계에선 기대와 우려 맞서…“언론의 선정성이 문제”

2017-11-07 09:36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피고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씨를 파면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며 재판중계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뉴스집중도와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대법원은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1·2심 판결 선고까지 재판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생중계는 재판장이 결정하는데, 허가 사유는 △피고인들이 원하거나 △공익적 필요가 있을 때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 8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공판 중계방송을 불허했다.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 역시 같은 달 28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 중계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장 비판여론이 거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 등 중대사건 재판의 중계방송에 대해 응답자의 84%가 중계 찬성 입장을 냈다.

▲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생중계 화면 갈무리.
수개월 내 박근혜 1심 선고와 이재용 2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국민 다수는 TV중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계방송을 둘러싼 현실은 간단치 않다. 알권리를 위해 재판중계를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피고인의 인권침해와 재판부의 인기영합주의 등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법부의 투명성은 재판 중계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중계로 사법부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위원회-언론법학회 공동토론회에서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재판중계방송이 일반화될 경우 “재판이 희화화될 우려가 있고 피고인이나 증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의 장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재판장을 비롯한 법관들까지 중계방송을 의식해 인기 영합적으로 행동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 중계로 “피고인의 사생활 침해와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의 정도가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또한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재판중계에서 축구중계 하듯 해설이 첨가될 경우 일방적 의견 또는 왜곡된 판단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우려도 적지 않고, 방송사의 선별적 중계로 인해 법집행의 차별화와 사건 왜곡의 우려마저 있다”는 것. 그는 “방송사들이 재판과정 일부만을 방송하거나 편집 방송하는 경우는 물론, 반복 방송을 하거나 여러 방송사에서 중복 방송하게 될 경우 (사건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해외는 어떨까.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장을 맡고 있는 권혁중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 D.C를 제외한 50개 주 법원에서 하급심 재판에 대한 중계를 허용하고 있고, 연방대법원은 2010년부터 재판중계방송 대신 모든 사건에 대한 녹음파일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법률 개정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특수한 판결 선고에 대해 TV중계방송과 녹음·녹화를 허용하고 있다. 해외에선 점차 재판중계 허용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이를 두고 강 교수는 “미국의 하급심 형사재판은 피고인 심문이 없지만 우리는 있다. 중계를 하게 되면 피고인을 공격하는 과정이 다 노출된다. 미국과의 결정적 차이”라며 미국에 비해 한국은 사생활 침해의 정도가 심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로지 관심이 크다는 이유로 마녀 재판식으로 온 국민에게 피고인을 보여줄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권혁중 판사 또한 “중계를 하면 판사들은 위축될 것이다.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장철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공개된 재판에서 공적 판결을 내리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자연스런 감정”이라고 전한 뒤 “재판은 공개되어야 하고 시민은 재판 내용을 쉽게 입수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일반인은 조용히 최고의 전문가들이 펼치는 재판의 향연을 구경만 해야 한다는 명령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참여민주주의로 시대가 변했다는 의미다. 

정문식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언론이 선정성에 치우쳐 있어서 재판중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중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언론의 중계방송이 갖는 프레임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법학박사인 심석태 SBS 뉴미디어국장은 “소송전략 상 일방의 주장이 난무하는 변론 중계의 경우 중계할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판결선고의 경우 중계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 6월 전국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심 주요 사건의 재판과정 일부·전부 중계방송을 재판장 허가에 따라 허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응답한 판사는 응답자 1013명 중 687명(67.8%)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