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부 “변검사 자살, 靑보복·하명수사탓? 모욕적”

조선 중앙일보 ‘새 정권 충견’ 맹비난에 반박…정성호 의원 “황당한 주장, 오히려 발본색원해야”

2017-11-07 18:59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 사망한 데 대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청와대의 하명수사의 덫에 걸렸다” “정치보복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적폐수사 자체를 문제삼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 내 일각에서는 “반헌법적 범죄 수사를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굉장히 모욕감을 주는 얘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위축되지 말고 더욱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검사의 자살을 청와대 적폐수사탓이라 앞장서 주장하고 나선 곳은 조선일보이다. 조선은 7일자 3면 머리기사 ‘1주일새 국정원 직원 이어 검사까지… 檢내부 “정권 하명수사 탓”’에서 “국정원 개혁위가 검찰에 물증을 넘기면서 수사가 시작, 사실상 정권이 원하는 ‘적폐 수사’에 검찰이 끌려들어간 것”이라며 “그것이 현직 검사와 국정원 직원 자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보복성 수사라는 주장으로 이어갔다. 조선은 “이 사건 검찰 수사팀은 2013년 댓글 수사에 참여했던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검사들(진재선 공안2부장과 김성훈 공공형사수사부장)등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당시 인사에 불이익을 입다 현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 요직으로 들어와 과거 자신들과 연관됐던 일을 파헤치는 수사를 한 것”이라고 썼다. 조선은 아직 과잉 수사의 증거가 없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변 검사에게 심리적 압박이 됐고 그것이 자살로 연결됐을 수 있다”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이어갔다. 조선은 “검찰이 정권의 요구로 사실상 하명수사를 하다 큰 덫에 걸린 것 같다”는 검찰 간부 말도 실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번 수사는 2013년 국정원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이 이끌고 있다. 현 정부와 코드가 맞거나 코드를 맞춘 이들”이라며 “적폐청산 수사 주체와 수사 방식은 정치 보복이라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정원 개혁위원회 구성이 친정부 좌파 민간인이며, 수사의 증거가 이들에 의해 편파적으로 선별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특히 조선은 국정원 댓글 사건 자체를 아무 일도 아니라는 식의 주장까지 폈다.

“인터넷 댓글이 얼마나 대단한 문제이길래 이런 비극까지 불러와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영장실질심사 직전 투신해 숨진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은 검찰에 대해 “정권이 바뀌자 새 권력의 충견이 돼 또 3명의 자살을 불렀다”며 “권력이 영원할 줄 안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게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일보는 공안팀 평검사가 선배인 변창훈 검사를 수사한 점을 문제삼았다. 한국일보는 10면 기사 ‘“검찰 망신주기식 수사” 문제 없나’에서 “‘공안통’인 변 검사를 공안부 평검사가 수사토록 하고, 업무수행 중 발생한 일에 대해 지나치게 압박해 검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뭉갰다는 지적”이라며 “불법이 있었다면 사법처리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최대한 명예를 지켜주는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신주기 수사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변 검사 자살을 계기로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고자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의 현직 고위 간부는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언론에서) 이런 저런 말이 있으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기초해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국정원 수사를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수사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간부는 국정원 사건을 두고 “반헌법적 범행에 대한 사건”이라며 “헌법 전문과 각 조항에 나온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 불가침, 법앞의 평등,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국정원이 국가 공무원을 동원해 정부예산으로 국민을 사찰, 뒷조사, 사주, 인신공격, 흑색선전, 직장 해고, 선거개입 등 국민과 헌법을 무시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반헌법적 범행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 하명사건이라는 프레임에 넣으려는 시도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댓글사건이 얼마나 대단하냐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이 간부는 “그럼 당해본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라”며 “그렇게 당하고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 댓글 내용이 선거에 관련돼 있고, 정치적인 내용들이며, 이미 재판에서 다 밝혀졌다. 국가기관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을 어떻게 묵과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윤석열 검사장 휘하 주요 검사들이 과거 댓글 사건 수사로 인사불이익을 당하다 돌아와 정치보복성 수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검찰 간부는 “윤 검사장이 발령 받았을 때 ‘검사가 검사직을 보복이나 원한갚음에 사용할 수 있겠느냐’고 얘기한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언론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욕감 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편파적인 국정원 개혁위에 의해 증거가 선별됐을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이 간부는 “국정원 개혁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르지만 혐의의 내용을 보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리 볼 수가 없을 정도의 사건”이라며 “실체를 희석시키려는 생각이 개입된 주장에 불과하다. 이런 반헌법적 행위들에 대해 수사팀은 오히려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 정권의 충견이 됐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서도 이 간부는 “어느 정권에서라도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이런 행위를 했다면 명백히 밝혀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정권 교체됐다고 수사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 안팎에서 ‘이제 누가 지시를 따르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는 서울경제에 대해 “위법한 지시에 복종의무가 없고,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며 “‘누가 지시 따르겠나’ 설마 검사가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임 검사는 변 검사에 대해 “유하신 분이라 들었다”며 “제가 겪은 상당수의 간부가 그 자리에 갔다면 달리 했을까? 글쎄요. 자신있게 말할 수 없어 더 슬프다.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문화 등 검찰 전반의 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민변의 인권 변호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 중앙일보의 ‘적폐 하명수사탓’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의 하명수사의 덫에 걸렸다는 조선 주장에 대해 “황당한 주장”이라며 “하명수사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적을 제거하거나 압박하기 위해 정부가 검찰 수사기관에 비공식적으로 지시해 사법처리를 밟는 것이 하명수사라며 국정원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개혁위를 구성해 수사 의뢰한 것을 어떻게 하명수사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지난 정부 대통령이 공권력을 사유화하니 아래까지 다 썪어있을 정도로 공공기관 채용부정이 많다”며 “검찰에서 국정원에 파견나갔다면 오히려 비공개 비밀공작하는 과정에서 적법성과 인권보장을 하는지 잘 감독해야지, 불법을 합법화하라고 파견나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정원에 더 저항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해 숨졌다. 사진은 울산지검 공안부장 시절 모습. ⓒ 연합뉴스
그는 “시키는데 어떻게 안하느냐는 말은 하급관리가 하는 것이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당당하게 밝히고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검사가 나오지 않도록 더욱 이 사건에 대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위축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사장 등의 보복성 수사라는 조선 중앙일보의 주장에 정 의원은 “오히려 윤석열 검사와 함께 수사했던 검사들이 다시 온 것이 정상적인 것”이라며 “실체를 더 잘 알고, 은폐하거나 조작했던 것도 가장 잘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 자신들이 했던 대로 이런 불법을 그냥 놔두고 관행대로 가자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현 검찰이 새 권력의 충견이 됐다는 조선 주장에 대해 정성호 의원은 “말이 되는 얘기냐”며 “과거 권력의 주구였던 검찰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없게 해야 한다면서도 과거 주구였던 검찰과 이번 사건은 다르다는 것이다.

공안팀 평검사 후배한테 수사를 시켜 명예조차 지켜주지 않았다는 한국일보 주장에 대해 정 의원은 “법앞에 평등하지 않느냐”며 “전임 대통령도 다 수사받았다. 그런 주장이야 말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적폐 수사를 포함해 검찰이 아닌 경찰이 수사를 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 중앙의 주장처럼)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수사를 놓고, 정치보복을 했다거나 그런 식으로 책임을 물을 근거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 TF팀이 가짜 사무실을 만든 것이나 허위진술을 요구한 행위 등 변 검사와 관련된 혐의 내용에 대해 검찰이 당연히 조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다만 “다른 나라는 대부분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이를 지휘 감독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수사를 검찰이 직접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시비가 발생한다”며 “검찰이 수사의 주체가 됐다가 객체가 됐다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7일자 3면톱
▲ 조선일보 2017년 11월7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11월7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