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진원지 깊이 낮아 피해 크고, 원전 안전 불안감 커져”

박종운교수·환경운동연합·녹색당 등 “양산단층 활동 시작으로 봐야…그 위 세워진 원전, 축소계획 세워야”

2017-11-15 19:1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에서 잇달아 발생한 규모 5.4와 4.6의 지진과 관련해 해당 지역 부근에 밀집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원지의 깊이가 9km로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의 깊이 보다 낮아 피해와 체감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 지진의 경우 기상청은 당시 10km라고 발표했으나 일본기상청은 36km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발생후 거의 즉시 24기의 원전이 모두 정상가동 중이라며 월성 1호기에만 경보가 울린 데 대해 점검중이라고 밝혔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오후 2시30분경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36.12 N, 129.36 E)에서 지진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약 두시간여 뒤인 오후 4시49분경 포항시 북구 북쪽 8km 지역에서도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가스공사가 15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진가속도(최대 지반가속도:단위는 gal) 값을 보면, 지진의 진원지로부터 2.61km 떨어진 흥해관리소에서 측정된 최대지반가속도는 576gal이었다. 이는 지진규모로 환산하면 7.0을 넘는 크기로 알려져 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진원지로부터 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지진의 진앙지에서 약 45km 거리에 위치한 월성원전을 비롯한 모든 원전은 발전정지나 출력감소 없이 정상운전 중에 있으며, 월성1발전소에 지진감지 경보가 발생하여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설비고장 및 방사선 누출은 없으나 정밀분석 후 후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한반도 동남부일대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진앙지(붉은색은 기상청 발표 진앙지, 주황색은 USGS의 발표 진앙지) 사진=환경운동연합
이를 두고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1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노후 원전은 그렇게 장담할 수 없다”며 “지진의 위치가 어디인지 어느 기기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위치가 터빈쪽과 가까우면 문제가 거의 없겠지만, 원자로 쪽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에게는 지진이 발생한 것에 따른 경험데이터가 별로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진규모 6.5나 심지어 7이 왔다 해도 어떻게 된다고 얘기하기 보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단층지대 주변에 원전 건설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과, 1년2개월 만에 찾아온 지진이라면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지진현상이 계속되니 인구가 많은 지역에 대한 고밀도 원전의 안전에 대한 의문제기와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1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진앙지와 2.6km 떨어진 흥해 사업소가 받은 최대지반가속도는 지진규모 7.5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우리 나라의 과거 건설한 원전은 내진설계가 0.2g에 견디도록 돼 있는데, 흥해사업소의 경우 0.58g(1G = 980ga)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46km 떨어진 월성1호기는 0.01g을 받은 것으로 나왔지만, 지진의 진앙지가 원자력발전소의 가까운 거리일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이 처장은 “지금은 안전하지만, 앞으로 내진설계보다 상회할 수 있는 지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지난해 발생한 지진단층대인 양산단층에서 활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며, 지금 원전들에서 계속 구멍이 발견되는 등 설계대로 시공됐는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이 처장은 “원전축소 계획과 함께 전면적인 구조안전성 점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녹색당 정책기획팀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으로 경북 대구 울산 지역의 경우 여진도 6회 이상 발생했으며, 사람들이 더 많이 감지했다”며 “진원지의 깊이가 9km로 더 낮기 때문에 오히려 체감이 더 크고 위험성도 더 크다. 이번엔 벽이 넘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지난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는 안전에 대한 변수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나, 내진 보강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러한 지진대 위에 핵발전소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15일 오후 내놓은 성명에서 이번 지진을 두고 “이번 지진의 진앙지 역시 한반도 동남부 일대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했다”며 “지진 규모는 경주지진보다 적지만 진원지 깊이가 9km로 더 낮아서 피해 규모가 크다”고 밝혔다. 양산단층 일대는 울진에 한울 원전 6기, 경주에 월성‧신월성 원전 6기, 부산과 울산에 고리‧신고리 원전 6기 등 총 18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고 5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 포항 한살림 매장의 지진발생당시 영상. 사진=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환경운동연합은 이 일대의 원전의 내진설계가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고 모두 지진규모 6.5에 해당하는 0.2g라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은 내진설계의 기준인) 최대지진평가에 양산단층대를 비롯한 활성단층대를 평가에서 배제했다”며 “이번 포항지진과 경주지진을 포함해서 양산단층대를 포함한 최대지진평가를 제대로 해서 내진설계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6월 한빛원전 2호기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과 관통이 발견된 데 이어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15% 미타설과 6호기 내벽 콘크리트 공극까지 발견된 것과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금까지 드러난 원전 구조 관련 안전성 취약성에 대한 조치가 재대로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원전 개수를 줄이는 계획에 나서야 한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녹색당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지진과 관련해 “경주지진으로 멈췄던 노후된 월성핵발전소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으며, 한빛핵발전소의 콘크리트 공극이 확인된 후, 추가적으로 구멍이 확인되었는데도 한수원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녹색당은 “지난 신고리 5.6호기 숙의과정에서는 지진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며 “핵발전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지진을 고려한다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