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설계자 “원전 안전하다 지식인이 할 소리인가”

[인터뷰]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미래 대표, “지진에 원전 안전하다는 주장 경박스러워…지반 부등침하 현상 조사해봐야”

2017-11-17 18:35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경북 포항의 지진으로 해당지역 건물 등의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조선일보 등이 월성1~4호기 등 지진 주변의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내진설계가 지진규모 6.5와 7.0을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어 250배의 지진이 와도 안전하다며 안전성에 열을 올렸다.

이를 두고 월성 2~4호기 설계 및 제작에 참여했던 전문가가 지진과 원전의 안전이 무관하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진피해로 전국이 난리인데 원전이 안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태도도 경박스럽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2면 머리기사 ‘원전 24기 중 21기 ‘7.0 내진’… “포항 지진의 250배 와도 안전”’에서 “지진 규모 1의 차이는 적어 보이지만, 에너지로는 32배의 차이가 난다”며 “규모 7.0(근래 지어진 원전의 내진설계기준)과 5.8의 차이는 1.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차이는 63배에 달한다”고 썼다. 원흥대 한국수력원자력 내진기술실장은 “국내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는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의 에너지는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인 7.0 규모 지진 에너지의 63분의 1이고, 포항 지진의 에너지는 251분의 1에 그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옮겼다.

내진 설계를 넘는 지진이 생기면 원전 사고가 날 것이라는 주장도 엉터리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진이 원전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조선은 9.0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이 지진을 감지하고 자동 정지했으나 연이은 쓰나미로 외부 전원이 차단되고 비상 발전기가 침수돼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 원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에 대해 조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은 선전·선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도 광우병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 한반도 동남부일대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진앙지(붉은색은 기상청 발표 진앙지, 주황색은 USGS의 발표 진앙지). 환경운동연합
월성 2~4호기 설계와 제작 및 건설에 참여했던 원전 설계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1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이 월성 1호기 등 주변원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단순히 내진설계 기준만으로 안전성을 과신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월성 1호기의 내진설계 기준은 최대지반가속도값이 0.2g 이하여야 하는데 비해 이번 지진으로 계측한 값은 0.013g로 나타나 채 10분의 1도 미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정윤 대표는 “이 정도 지반가속도이면 발전소에 큰 영향은 없다”며 “다만 그것은 내진설계가 그렇게 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얘기하는 것이지 반드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진앙지로부터 가까운지 여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사고로 인해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일이므로, 여러 시나리오 두고 대비를 해야 한다”며 “지진이 5.4가 왔어도 원전은 끄떡없이 잘 돌아간다는 주장은 지식인이 할 얘기가 아니다. 경박스러운 얘기이다. 안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내진설계와 관련해 발전소 건물 보다 문제는 지반이 침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원자력발전소의 건물 구조 자체엔 지진피로감이 크지 않지만, 문제는 지반”이라며 “지진이 1년2개월 만에 온 이번처럼 자주 발생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월성 1호기의 경우 ‘부등침하’가 발생한 원전이다. 이는 지반이 조금씩 가라앉는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심하진 않지만 조금씩 가속화될 수 있고, 지진이 빈번하면 부등침하가 하나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것은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내진 설계로 이번 지진의 251배의 지진에도 견딘다는 주장을 실은 조선일보에 대해 이 대표는 “그렇게 계산해서 분석한 것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지진규모 보다 발전소가 받는 지반가속도이며 얼마나 가까이에서 받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가 지난 2015년 5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모 카페에서 공개된 월성 1호기의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 검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며,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지진이 아닌 해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잘못된 주장이며 시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 “핵연료가 용융된 것으로, 이는 냉각기능이 상실됐기 때문”이라며 “외부전원과 내부전원이 꺼졌기 때문이다. 외부전원은 송전선을 타고 오는 전원인데, 지진탓에 송전탑이 넘어져 1차로 외부전원이 상실됐다. 2차 비상디젤 발전기는 해일로 기능이 상실된 것이다. 이것을 해일에 의한 원전사고라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언론으로서는 정정보도감”이라며 “시민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계속 기사를 잘못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일이 비상발전기까지 덮쳐 원전사고의 결정타가 됐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질의에 대해 이 대표는 “해일로 비상발전기가 침수됐더라도 만약 외부 송전탑만 살아있으면 냉각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비상발전을 할 필요가 없다. 유리한 얘기만 한다고 지식인이 아니다. 공정성도 신뢰도도 사라지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진과 원전의 안전의 연관성에 대해 이 대표는 “양산 단층이 살아있다는 것이 이번에 증거가 됐다”며 “양산단층 일대에 주변 어디서든지 이런 지진 이상의 크기도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선 안된다. 지진대책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하는 것이 대중을 선동하는 괴담이라는 조선일보 등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괴담이 아니다”라며 “어떤 이유에서도 의구심이 있으면 해소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친핵이든 탈핵이든 보편적인 논리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하며, 상대방이 보편적이지 않은 주장을 한다고 자신도 똑같이 얘기하면 결국 말싸움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윤 대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자 출신으로, 원자로 구조설계 및 압력용기 설계, 내진 평가 분야 전문가이다. 중수로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2, 3, 4호기 설계 제조 건설에 참여하고, 1991~1994년 캐나다 원자력공사에 가서 원자로 기계설계를 담당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17일자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