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김관진 증거인멸 염려없다니, 어처구니없어”

[인터뷰] 김형태‧김남근·서기호 변호사 “사정변화없이 구속됐다 석방, 일반인 상상못해…MB향한 보복으로 보고 석방”

2017-11-24 17:07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됐다가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사건에 대해 법조계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반인이었다면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된 후 아무런 사정변화 없이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된다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김관진 수사를, MB를 향한 정치보복으로 보고 내린 정치적 판단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재판장 신광렬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피의자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해 “피의자 김관진의 석방을 명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사유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검찰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한 입장을 통해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 활동 결과를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2012년 선거 대비 소위 우리편 즉 친정부 성향 군무원을 확충하고 2012년 4월 총선 관여 활동에 대해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등을 시인하고 있으며 부하 직원 등 관련자들도 보고하고 지시받은 사실을 진술하는 등 김 전 장관의 혐의 소명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같은 혐의로 부하 직원인 임모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되었고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사이버 활동을 실행한 이모 전 심리전단장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인 점 등에 비춰 절대적인 상명하복의 군 조직 특성상 최고위 명령권자인 김 전 장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증거 관계가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현재의 법원 심사 기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 본건에 있어서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고,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가 예정돼 있음에도 혐의에 대해 다툼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소리는 법조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건을 아무런 사정 변화없이 구속적부심에서 바뀌는 것이 과연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구속적부심은 영장발부 이후 변화된 상황이 있을 때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 합의했거나 피해액을 공탁했을 때 석방시킨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영장실질심사하면 구속적부심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파악하지 못한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면 모르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명박 정권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주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절차상 위법이 있거나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부분이 있어서라면 몰라도, 영장실질심사 때 단지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부심에서 석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그러면 영장실질심사제도가 형해화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변 설립을 주도했던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예전에 영장실질심사가 없었을 때엔 구속적부심에서 실질적인 심사 기능을 했으나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생기면서 여기서 실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구속적부심은 영장실질심사 후 사정이 바뀌었거나 합의를 했거나, 다른 정황이 나와 구속의 필요사유가 변경됐을 때 보완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웬만하면 거의 이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한 심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영장심사제도를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영장실질심사 이후 변경된 것만 반영된 것이 맞다. 이번 재판부가 일종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영장전담제도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 자체를 흔드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며 “구속적부심을 하급심의 상급심처럼 기능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재판부 주장에 대해 충분히 다 소명됐던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김형태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이 댓글 공작에 대해 결재를 했는데, 먼저 말로 하지 않았다고 이것이 불법이 아닌가”라며 “다툼의 여지가 뭐가 있느냐. 김 장관이 결재했다는 것은 지시를 했다는 간접적 추론이 되며, 지시를 안했다 해도 위법한 행위를 발견한 사후에라도 막았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자기가 브이자 체크만 하고 가만히 놔뒀다는 것은 똑같은 위법행위를 방관한 것인데, 그러면 지휘관이 있을 필요가 무엇인가”라며 “이미 영장전담재판부가 다 판단한 것을 똑같은 법원이 사정변경도 없이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70만 건 가운데 8800건에 불과해 몰랐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양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 건이라도 있으면 안되는 것”이라며 “더구나 그건 자신들이 한 것이 그게 전부인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 한 건이라도 정치관여가 나오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것이자 헌법적 질서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는 단순 형사범과 다르다”며 “군이 여론 형성이 중요한 민주 국가에서 조작을 통해 정치에 관여한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만, 그 전제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며 “이런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이 눈앞에 있는데도 멋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도 “영장실질심사 판사가 보기엔 범죄혐의가 있는 것은 명확했다”고 밝혔다. 서기호 변호사는 “소명이 어느 정도 됐는지는 기록을 봐야 한다”면서도 “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영장 발부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영장전담판사가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데, 범죄 소명이 안됐다면 영장을 발부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이 많이 나왔다. 김형태 변호사는 “놓아주면 공범들과 계속 전화하지 않겠느냐”며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도 “영장전담 재판부는 장관이었고, 휘하 부하에 대해 증거인멸 말맞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인데, 그럴 우려가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영장전담판사가 잘못 판단한 것이냐, 그렇지 않다. 충분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사안”이라며 “증거인멸에는 물적 증거 은폐 뿐 아니라 증인신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있다. 최고 위에 있던 사람이 불구속 상태로 있으면 제대로 증언할 수 없다. 자신에 유리한 증인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가치가 이번 사안에도 적용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일반인에 대해서는 그런 원칙 안지키면서 재벌총수, 장관에만 적용돼야 하느냐”며 “그런 차치라면 일반인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형태 변호사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너무 중대하다”며 “증거인멸을 하게 되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안이 중대성에 비춰 구속할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구속으로 침해되는 가치가 사소하거나 개인간의 문제이면 불구속 시킬 수 있으나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해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실질심사가 끝나면 변호사들도 대체로 구속적부심 신청을 하지 않는다”며 “영장법관제도를 만들었는데, 이를 존중해주지 않으면 법원자체가 우스워진다. 더구나 일반인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가율)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평범한 피고인, 변호사였더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라며 “다른 판사가 영장을 발부한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일이 구속적부심입니다. 실제로는 구속 이후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던가 하는 특별한 경우 말고는 신청 자체를 안합니다. 괜히 법원에 밉보이기만 하니까요”라고 썼다. 그는 “지난해 5천건이 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재판에서 구속적부심은 170건 밖에 열리지 않았다. 받아들여진 건 고작 33건”이라며 “장담컨대 그중에서도 이번 일처럼 아무런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풀어준 건 유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폐수사 문제를 떠나 아직도 이렇게 특별한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참 싫다”고 비판했다.

이정렬 전 판사는 24일 아침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아무리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김관진 전 장관 같은 사건 말고 일반사건도 그래야 할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일반사건은 또 안 그래요. 그냥 비슷비슷해요. 적부심에서 받아들여주는, 석방해 주는 비율이.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리적 요인 외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서기호 변호사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본다”며 “한마디로 말해 김관진 장관 수사를 MB를 향한 정치보복수사라고 보고 구속적부심을 기각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법조기자도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예외적인 상황이라 대부분 배경을 궁금해한다”며 “법조 출입을 하면서 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왜 신청했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나 의문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고영태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구속적부심 직전 언론에서 ‘김관진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인’이라는 칼럼이 많이 나왔던 것도 의심이 되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