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바로 대한민국 기자 양성소입니다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 뉴스룸의 ‘혁신’와 ‘구태’의 간극을 보여주는 곳

2017-11-26 16:37       정철운·김지숙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은 수습기자들이 경찰서 취재(일명 사스마와리)를 위해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다. 정신없는 일정을 마치고 선배들과 술을 마신 뒤 새벽에 들어와 쪽잠에 취했다 새벽에 뛰어나가는 대기공간이다. 훗날 기자들은 2진 기자실에서의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한다. 그곳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대한민국 기자 양성소다.

아직도 언론계에선 사스마와리라는 ‘극한체험’을 거쳐야 기자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 일종의 신고식이다. 보통 새벽 2~3시에 자고, 첫 보고를 위해 새벽 4~5시에 일어난다. 이 기간 동안 가장 취재가 어려운 사람을 만나 고생하며 취재력을 높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매일매일 선배들의 스트레스를 받아내며 욕설에 익숙해지는 ‘택시 빈민’이 되는 게 고작인 경우가 보통이다.

지난 21일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을 다녀왔다. 서대문서는 기자들 사이에서 지저분하고 좁기로 유명하다. 2진 기자실은 작은 방과 화장실 하나로 이뤄져 있다. 손때로 더러워진 벽면에는 각 잡힌 2진 기자들의 명함이 붙어있다. 방은161cm의 취재기자 기준으로 가로 세로 세 걸음 폭이었다. 성인 3명은 잘 수 있지만 4명은 편히 자기 힘들어보였다. 그런데 이곳을 거쳐 간 기자에 따르면 여기서 9명까지 잤다고 한다.

▲ 11월21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의 모습. 이곳을 거쳐간 기자들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매우 깨끗한 모습이라고 한다. ⓒ김지숙 기자
수년 전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을 거쳐 간 종합일간지 기자 A씨는 2진 기자실의 화장실 사용을 포기했다. 너무 더러워서 다른 층에 있는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생활했다. “종암 경찰서의 경우 방 면적이 커서 사람들이 떨어져 잘 수 있는데 서대문경찰서는 방이 좁은데다 인구밀도도 가장 높은 곳이었다”고 떠올렸다. 이곳에서 혼숙은 기본이다.

A씨는 “구로경찰서의 경우 2층 침대가 3~4개 있고 서초경찰서는 남녀 방이 분리되어 있었다”고 전한 뒤 “서대문경찰서의 경우 보통 4~5명이 자고 최대 9명이 잠을 자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불도 너무 더러워서 각자 담요를 싸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른 곳에서 잔다고 했다가는 캡에게 깨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살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올해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을 경험한 종합일간지 기자 B씨의 증언도 비슷했다. “책상에 온갖 쓰레기가 다 있었다.…바닥도 지금 이용하는 기자들 뿐 아니라 이전 기자들이 놓고 간 짐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그냥 탁자 밑에 넣어놓는 것 같았다. 좁아서 늦게 들어가면 잘 자리도 없었다. 자리가 없으면 앉아서 자기도 했다.”

▲ 서울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 화장실 세면대. ⓒ김지숙 기자
B씨도 화장실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욕실이 대박인데, 처음에 모르고 양치하러 들어갔다가 냄새 때문에 토했다. 바닥과 세면대에 먼지, 흰 때, 누런 때가 찌들어 있어서 구역질이 났다.” B씨도 그 이후로는 아예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근처 사우나를 가거나 경찰서 세면대에서 대충 씻었다고 했다.

이곳에는 남녀 수면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파티션이 있다. B씨는 “사스마와리 당시 나 혼자만 여자였고 나머지 네 명 다 남자였다. 좁아서 파티션이 무용지물이었다”며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떠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A씨도 혼숙을 하며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다들 욕망이 생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 서울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 벽면. ⓒ김지숙 기자
하지만 지난 21일 서대문경찰서 2진 기자실에서 만난 한 수습기자는 “하도 악명 높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만족”이라고 말한 뒤 “지금은 다섯 명이 지내는데 남자 셋 여자 둘이고 다 낑겨서 잔다”고 전했다. 물론 비좁고 더러운 것만이 2진 기자실의 문제는 아니다. 이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성장하길 강요받는다. 기자뿐만 아니라 작가·PD 모두 마찬가지다. 그게 문제다.

언론계 입사자들은 ‘2진 기자실’같은 장소성을 가진 곳에서 군대식 상명하복, 권위주의적인 구태 속에 조련된다. 매일 매일 혁신을 외치는 가운데 뉴스수용자 중심의 저널리즘과 탈권위주의를 요구받는 뉴스룸과 2진 기자실의 ‘간극’은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2010년 LA타임스는 한국 수습기자들의 사스마와리를 기사화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