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방지법, 없는 게 낫다

대선 이후 국회에서 등장한 법안만 9개, 대부분 실효성 없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만
전문가들 “페이스북·트위터 등 국내법 적용 어려워”, “뉴스 검증체계, 사회적 영역에서”

2017-12-11 14:46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국회의원들의 일명 가짜뉴스방지법이 ‘정치적 쇼’에 가까워 없는 게 낫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월 현재 가짜뉴스 관련 법률 개정안은 올해 조기대선 전후로 유행처럼 등장하며 발의된 안만 9건에 이른다. 송희경·이은권·이장우·김관영·안호영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송희경·주호영 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주호영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따로 냈다. 박인숙 의원은 전기통신기본법 개정안을 냈다. 모두 목적은 가짜뉴스 방지다.

그러나 지난 7일 언론중재위원회가 마련한 ‘가짜뉴스 해법, 어디서 찾을 것인가’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선 해당 법안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침해법안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섰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는 정치적 용어”라고 지적하며 “가짜뉴스 관련 법안은 정치적 법안”이라고 한계를 짚었다.

▲ 게티이미지.
예컨대 주호영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분쟁소지가 있는 기사에 ‘표시’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짜뉴스를 보도하거나 매개한 언론사에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단순 조정신청만으로 알림 표시를 하는 행위는 특정 기사에 부정적 낙인을 찍을 수 있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알림 표시 의무를 어길 경우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를 명시한 것도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다.

주호영 의원·안호영 의원·이은권 의원·송희경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다. 주호영 의원안은 가짜뉴스를 퍼뜨린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며 심의중인 정보에 ‘표시’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호영·이은권·송희경 의원안은 가짜뉴스가 게재되어 있을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와 관련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가짜뉴스의 개념이 불명확한 가운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허위사실에 대한 판단을 의무화함으로써 모니터링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들 입법안이 “정보통신사업자의 임의판단만으로 표현물을 임시조치 또는 삭제하게 함으로써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 중인 상항이 불법이 아닌데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 역시 낙인효과가 있다는 비판이다.

주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역시 선관위가 해당 정부에 가짜뉴스 표시를 통보하는 안으로, 가짜뉴스 정의가 넓고 선관위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 및 후보자 비방의 경우 공직선거법을 통해 규율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법안이란 지적도 있다. 황용석 교수는 이 같은 가짜뉴스 방지 법안을 두고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법조항이 많다”고 우려했다.

▲ 게티이미지.
무엇보다 국가법령을 통해 허위사실을 규정하는 것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안호영 의원안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과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하는 언론보도 양식의 차용 △정보통신망의 사용 등 세 가지 요소로 정의했다. 그러나 여기서 ‘기만적’, ‘허구’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미 존재하는 법과 제도를 통해 허위정보를 차단하고 처벌할 수 있다. 가짜뉴스방지법이 정치적 쇼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뉴스형식이나 뉴스주체를 기준으로 가짜뉴스를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윤성옥 교수는 “가짜뉴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삭제의무 불이행에 대해 인터넷사업자에 처벌까지 규정하는 경우 급속히 유통되는 가짜 정보를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모두 삭제하기 어렵다는 점,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뉴스 상호신뢰의 검증체계를 법제도 영역이 아닌 사회적 영역에서 구축하고 뉴스수용자들이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일상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프랑스 국립미디어센터는 ‘대선과 팩트체크’, ‘정보 출처’, ‘정보와 광고의 구분’, ‘정보·선전·음모론의 구분’ 등 주제의 교육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 주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캘리포니아주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교과에 편성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