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박성호·손정은을 ‘뉴스데스크’ 간판으로 선택한 이유

기계적 중립 대신 시민의 입장에서 불편부당한 뉴스 만들겠다는 메시지

2017-12-11 16:45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MBC가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를 ‘뉴스데스크’ 진행자로 낙점했다. 두 사람은 오는 18일 방송부터 등장할 예정이다. MBC뉴스를 재건한다는 목표에 맞게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 가장 탄압받았던 대표 언론인들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 또한 비제작부서에서 귀향살이를 했던 김수진 기자가 맡았다. 이번 인사의 콘셉트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끝까지 싸웠던 언론인들의 ‘귀환’이다.

그러나 박성호 기자의 메인뉴스 앵커 발탁은 단순한 귀환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박성호 기자는 올해 고려대에서 ‘공영방송 뉴스의 불편부당성 연구 : BBC와 KBS의 선거보도를 중심으로’ 란 주제로 박사논문을 펴냈다. 그는 “충분한 설명으로 시민의 이해를 돕는 것을 불편부당성의 요소로 받아들인 BBC는 해석적 저널리즘의 관행이 기사 작성과 주제 선정 등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며 이 논문의 목적을 두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고 밝혔다.

▲ 11일 복직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성호 MBC기자. ⓒ언론노조 MBC본부
MBC가 메인뉴스 앵커로 박성호 기자를 선택한 것은 박 기자가 갖고 있는 공영방송뉴스 철학을 MBC뉴스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기자는 1995년 MBC기자로 입사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출입 기자를 거쳐 국회반장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는 앞서 논문에서 “나를 포함한 한국의 많은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인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반면, 선거의 주인공인 시민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기자는 MBC 보도국 후배들로부터 가장 신망 받는 선배 기자로 꼽히는데, 수개월 전 그의 박사논문 발표장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후배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박 기자는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추구하고 있는 맥락저널리즘에 대해서도 가장 정확한 연구 및 분석을 해온 연구자이기도 하다. 박성호 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MBC기자회장을 맡으며 공정방송투쟁을 이끌다 해고당했으며 오늘 복직했다.

손정은 아나운서의 메인뉴스 발탁은 김장겸 체제가 무너지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손 아나운서는 2006년 입사해 ‘PD수첩’을 진행한 최초의 아나운서였으며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MBC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손 아나운서는 2012년 파업에 동참했던 간판 아나운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MBC에 남아있는 인물이다. 손 아나운서는 앞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년 동안 MBC 선·후배들이 타 부서로 쫓겨나고 해고됐지만 그들만 돌아온다면 MBC가 재건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릴 수 없었다”며 떠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으며 “동료가 나갈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손정은 MBC아나운서. ⓒ이치열 기자
손 아나운서는 올해 김장겸 사장 퇴진을 위한 72일 파업에서도 허일후 아나운서와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며 사회적 약자를 위하겠다는 MBC의 정체성과 지난 9년간 탄압받았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MBC 언론인들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전달하며 뉴스의 호소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손정은 진행자는 5년 전, 또는 9년 전 ‘뉴스데스크’가 아닌 여태껏 없었던 ‘뉴스데스크’를 보여 줄거란 기대감을 주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