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변인 보도자료도 허위? 온나라가 사기극”

하경준 전 대변인등 허위공문서 기소 “관여한 직원 다 재수사해야, 이대로 안끝날것” 국정원 “입장 언급 부적절”

2017-12-12 19:02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국정원 댓글 선거개입 사건 의혹이 제기됐을 때마다 해명했던 하경준 전 국정원 대변인의 보도자료들이 허위였다고 검찰이 밝혔다.

보도자료조차 허위로 작성하는 등 수사 방해 행위에 가담한 국정원의 모든 직원들을 철저히 수사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정원에서 한 모든 행위가 사기극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 정치관여‧대선 개입 사건(‘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사법방해 공작 활동 수사 결과 위계공무집행방해, 국가정보원법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하경준 전 대변인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지난 2012년 12월 12일 국정원측에 증거분석결과 등 수사기밀을 누설한 김병찬 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현 용산경찰서장)을 공무상비밀누설 및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하경준 전 대변인의 범죄사실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2012년 12월11일부터 2013년 3월까지 “위 직원은 정상적 대북 사이버활동을 한 것”, “국정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해 여론을 호도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임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불법 정치관여 실태를 상세히 파악하고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수사‧공판 대응 현안T/F 구성을 지시하고, ‘정권의 명운,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적극 대응하라’는 확고한 지침을 내렸다고 검찰은 전했다.

현안T/F 구성원들이 △2013년 4월30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위장 사무실을 설치, 허위 서류를 급조‧비치해 압수되도록 하는 등 압수수색 집행을 방해하고 △같은해 5월10일 국정원 직원들이 원세훈 전 원장의 발언 녹취록 중 정치관여‧대선 개입 관련 부분을 삭제 제출토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그해 9월부터 이듬해(2014년) 4월 조직적 불법 정치관여‧선거 개입 사이버 활동이 없었던 것처럼 허위증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하경준 전 대변인에 대해 검찰은 “대변인으로서 원세훈 원장 주재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석하면서 정치관여‧대선개입 지시를 직접 듣고 각 부서들의 이행상황도 확인해 심리전단의 불법 사이버 활동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국정원 여직원’ 사건 당일인 2012년 12월11일 ‘국정원은 대선 관련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체 정치적 활동을 한 사실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어 의혹을 조기에 잠재우고자 진상 은폐를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 지난달 8일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또 하 대변인이 그 이튿날인 2011년 12월12일 야당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하자,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 국정원을 근거 없이 중상모략‧마타도어를 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검찰은 “대선에 임박한 시기에 야당을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대선을 불과 3일 앞둔 2012년 12월16일 경찰 관계자로부터 사전에 중간수사결과를 입수한 뒤 그 날 23시경 수서경찰서에서 전격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하 전 대변인은 불과 11분 뒤 야당을 높은 수위로 공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때맞춰 배포해 불법 사이버 활동의 진상을 은폐하고 여론 왜곡을 시도했다고 검찰은 결론내렸다.

검찰은 “대선 직전 여론의 동향이 민감한 시기에 수사 대상인 국정원이 기존 정치관여․선거개입 활동에 대한 반성 없이, 적극적으로 허위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을 확인하여 엄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은 대변인 명의로 많은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 보도자료가 모두 이같이 여론을 호도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허위자료였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 댓글공작 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당시 ‘개인 일탈’이라든지 ‘고소하겠다’며 한 주장이라든지 모든 것이 사기라고 짐작하고 있었으나 이제야 수사를 통해 많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사건은 국정원 경찰이 총동원된 국가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대변인이 한 것도 사기일 뿐 아니라 각 부문 실국이 전부 사기극에 다 동원된 것”이라며 “온나라가 사기극에 동원됐다. 불법을 감추기 위해 나라가 나라꼴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우리만 외롭게 싸우다 당시에는 졌다”며 “하지만 이 사건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이 문제 때문에 검찰에 기소까지 당했던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선 사흘전인 2012년 12월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대선 결과까지 뒤바뀌게 한 사실이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국정원의 정치개입, 대선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개혁방안도 내놓았는데도, 야당이 반대하며 대못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하경준 전 대변인 혼자서 (허위 보도자료를) 독자적으로 작성해서 냈다고 하지만, 국정원장과 협의해서 진행한 것”이라며 “검찰이 이 (허위보도자료 작성 등 수사방해) 사건에 가담했던 국정원 직원들 모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벌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검찰총장이 가급적 수사를 매듭짓자고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의 문제가 아닌 내용의 문제”라며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국정원 뿐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도 (법적 책임 뿐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국가정보원은 입장을 일체 밝히지 않으려 하는 등 여전히 성의있는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원이 댓글사건 폭로 이후 한 번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종북색출을 위한 정당한 대북심리전 활동이라는 내용으로 발표한 보도해명자료에 대해 검찰이 허위공문서라고 판단했는데도 국정원은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국정원 부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중에 있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정원이 내놓은 보도자료가 허위이냐 아니냐는 질의에 이 부대변인은 “더 이상 얘기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하경준 전 대변인이 아직 국정원에 근무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인사문제는 보안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하경준 전 대변인은 이미 지난해 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퇴직했다고 증언했다”며 “김하영은 퇴직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니고 있다. 하 전 대변인은 퇴직했다. 이런 것조차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