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노조, 박종운·김익중·양이원영·공무원까지 고소

“핵마피아 표현 명예훼손, 산자부 공무원도 직권남용으로 고발”…“사업자 대변하는 어용노조의 재갈물리기”

2017-12-13 18:33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위원장 김병기)이 탈원전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들에 이어 시민단체 인사들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까지 대대적인 고소고발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노조가 약자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사업자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재갈물리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밖에도 한수원 노조는 김영희 변호사,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 등 탈원전 목소리를 내온 시민단체 인사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각각 명예훼손과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노조에서 법적 대응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강창호 한수원노조 새울1발전소지부 위원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양이원영 처장에 대해 고소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노조는 양이 처장이 지난 2월21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핵마피아 자임한 원자력안전위원장 사퇴하고 안전검증 안된 월성1호기를 즉각 폐쇄하라’는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을 문제삼았다.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양이원영 처장은 “독립적인 규제기관이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스스로의 존립목적을 저버렸다”며 “최종변론에서 ‘영업의 자유’를 운운하던 피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안전을 심의·의결하는 국가기관인지, 원전 사업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글에서 이번 재판과 항소를 통해 원안위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기는커녕, 핵 마피아와 적극적으로 공모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썼다.

강창호 위원장은 “이번 재판과 항소를 통해 원안위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기는커녕, 핵 마피아와 적극적으로 공모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문장을 양이 처장이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양이 처장이 주로 핵마피와 관련된 용어를 쓰거나 한수원노조에 대해 범죄집단화돼 있는 문구를 쓰는등 허위사실을 (말하거나) 기재했다”며 “많은 내용이 있지만, 향후 추가고소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확인되는대로 보강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 한수원 노조가 지난 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할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경주 본사에서 1층 로비에 앉아 건설 중단 반대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 위원장은 이밖에도 다른 시민단체나 법조인, 공무원에 대해서도 고소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영희 변호사와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도 법적대응하기 위한 자료가 확보된 상태이며 산업부 공무원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로 법적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사업자 편에 선 어용노조의 재갈물리기라며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박했다.

양이 처장은 1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문가 고소도 모자라 이젠 시민단체까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고소를 하려는 것”이라며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정의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할 노조가 노동자의 권익도 제대로 못지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이 처장은 “원전지역의 주민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폭량이 많고, 혈액검사에서 염색체 이상도 확인됐다”며 “정작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철저히 원전 사업자 편에서 이런 반응을 내놓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한수원 노조 강창호 위원장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에게 12일 오전 고소 방침을 전달한 뒤 이날 저녁 다시 전화를 걸어 ‘함께 토론회를 하면 고소를 보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이 처장은 “어제(12일) 저녁에 다시 전화가 와서 ‘토론회를 하면 고소를 안하겠다’고 했다”며 “고소한다고 협박해놓고, 내가 이런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다시 전화해서 토론회를 제안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양이 처장은 “토론회를 하고 싶으면 처음부터 하자고 하면 되지, 고소하겠다고 해놓고 토론회하면 안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고소하려면 고소하라. 그런 것에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이 처장은 “한수원 노조는 노조 권익보다 원전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어용노조로 보여진다”며 “현재 원전 안전문제로 지진으로부터의 안전, 노동자 피폭, 염색체 이상 문제 등이 다 거론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뒷전이고, 원전사업이 위축되는 것에 대해 사업자를 대변하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에 재갈을 물리는 고소장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이 처장은 “고소한다고 했다가 토론회 하면 안하겠다고 공갈 협박하는 것이 노조가 할 일이냐”며 “과연 이 노조가 합리성을 갖고 조합원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고소를 남발한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양이 처장은 “현정부의 탈원전 방향에 대해 흠집을 내고 뒤집어 보려는 것”이라며 “친원전 전문가들은 탈원전 반대 기고글을 신문에 지속적으로 내고, 한수원 노동조합은 이렇게 고소하는 방식으로 위축시키고 재갈물리기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양이 처장은 “우리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 대한 명예훼손이며, 나 자신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탈핵운동 전체를 향해 공격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법적으로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 사진=연합뉴스
고소를 준비중인 한수원 노조 강창호 위원장은 ‘어용노조’라는 비판에 대해 “어용노조라고 했는데, 우리는 조합원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조합원과 가족이 범죄집단화되는 것을 막고, 아빠가 한수원 다닌다는 말도 못하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밥그릇 챙긴다는 말도 했는데, 밥그릇 챙기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계획은 정권이 아닌 국가적 또는 국익 차원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세력에 대한 재갈물리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위원장은 “상황에 대한 경중이 있다”며 “해당 분야를 충분히 알 수 있는 환경운동연합 처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상당한 영향력과 지위를 이용해 이런 얘기를 했다. 이를 간과하게 되면 계속 반복되고, 그러면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고소를 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한수원 노조의 권익 침해라면서 국익을 언급하는 것이 모순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강 위원장은 “원전이 경제논리나 에너지 안보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나 지진 탓에 공포화 돼 있는데, 이것이 선동적으로 부풀려 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고소한다고 했다가 토론회 참여하면 보류한다는 게 공갈협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위원장은 “그런 상황이 되기까지 자초지종이 길지만, 고소하겠다고 했더니 사내에서 (‘그러지 말고 좋게 해결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며 “또 토론을 하게 된다면 더 좋은 기회이고 여론 주목도 받을 수 있어서 다시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런데 거절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소장을 갖고 협박했다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을 흔들고 탈원전 정책을 뒤집어보려는 조직적 시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 강 위원장은 “이 정부가 촛불 정신으로 태어난 정부라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더라”며 “탈원전 반대 목소리로 기고하는 전문가들은 곳간이 비워져가는데 대해 우려하는 것인 반면, 우리의 고소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선동하는 사람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지 바른 목소리내는 분들 위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한수원 노조는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두 교수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