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 폭행사건,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 방중 성과와 문제점] 이전 정부로 인해 경색된 관계 푸는 데 기여…사드 암초 확인하고, 우회로 확보 결실

2017-12-20 11:26       조창완 차이나리뷰 편집장 media@mediatoday.co.kr
직업에 따라 지금의 사드 등 한중 관계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크다. 문정인, 조영남, 강효백, 강준영 등 국내 중국 전문 학자들은 사드문제로 촉발된 지금의 상황을 상당히 엄중하게 인식한다. 인민일보가 올해 2월28일자 쓴 “사드가 중국전략안전이익(中国战略安全利益)을 침해한다”는 뜻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 표현은 이전에 없던 말로 자신들이 중요한 가치를 모두 나열한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2016년 9월29일)에서 “(사드 반대는) 시진핑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당의 결정이라는 얘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 외교 쪽 전문가들은 좀 더 유연한 입장이다. 한국이나 중국은 각기 하나의 국체이니 만큼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사드는 방어용 무기이고, 북핵에 대한 자위수단이라는 데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언론인들도 대개는 외교 쪽 전문가들과 인식을 같이하는 느낌이다.

그럼 어느 쪽이 현실에 가까울까.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과 올해 사드 부지 결정을 대처하는 중국의 입장을 보면 사드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한중 교류의 현장을 부지런히 다니던 필자에게 그간의 변화는 그 막연히 해오던 우려를 그대로 드러낸 시간이었다. 지난해 4번이나 진행했던 한중도서전은 올해 한차례 열리지 못했다. 활발하던 한국 출판 콘텐츠의 중국 진출은 완전히 막혔다. 중국 방송에서 한국 콘텐츠가 반년만에 실종됐다. 게임이나 웹툰 등 몇 개 콘텐츠가 중국에 진출했지만 한국이라는 원산지를 삭제한 상황이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100만 명의 교민들이 갖는 당혹감도 큰 차이는 없었다.

▲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2월1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각의 차이는 당연히 대처방식에서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런 과정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 지난 12월13일부터 16일까지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다. 이번 방중은 위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편 몇가지 문제로 인해 두나라 사이에 여전한 이해 차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회담에서 가십까지 성과 있어

우선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살얼음판을 걷는 행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중 직전까지 완전히 합의된 일정이 거의 없었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주요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은 물론이고, 베이징대 강연도 전날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우리 측도 그렇지만 중국 측도 분단위로 스케줄을 짜는 지도자들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두 나라가 가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회담이 급한 것은 한국이었다. 우선 사드로 인한 피해가 민생경제에까지 부담을 줄 정도로 위험해지고 있었다. 한국 방송 콘텐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한국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채우는 것을 계속 볼 수 없었다. 한국 문화상품이 없다면 한국 관광과 한국 화장품 등의 수출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또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확장된 북한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측도 중국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미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참여방식도 타진할 필요가 있었다.

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방중은 나름대로 정확한 성과가 있었다. 우선 한중정상회담이 있던 12월14일 20시에 방송하는 CCTV 신문롄보(新闻联播)는 2, 3번째 보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보도했고, 다음날은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의 면담, 장더장 전인대 위원장과의 면담을 보도했다. 시나 포탈 등에는 14일 아침 문 대통령이 중국 서민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장면이나 16일 충칭 임시정부 방문 및 충칭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여성 노동자와 셀카를 찍는 가십 기사들도 메인을 장식했다. 이런 기사들은 한중 관계의 해빙에 관한 신호로 읽히면서 일반에서도 한국에 대한 감정을 순화하는 도미노 현상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 12월14일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노영민 주 중국대사 내외와 함께 베이징 조어대 인근의 한 현지 식당을 찾아 아침식사를 했다. 사진=청와대
실질적인 성과도 없지는 않다. 우선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이야기들이 덜 나오게 하는 등 어느 정도 봉인하는 효과를 얻은 것도 확실하다. 또 한중FTA 확대나 경제장관회의 등 채널의 재가동은 의미를 가질 내용이다.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이나 4차 산업혁명에서의 협력도 의미가 있다. 또 우리의 대외정책과 중국 일대일로 정책을 연계하는 합의도 의미가 있다.

한국 기자 폭행에 대한 냉철한 접근 필요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차기 상무위원에 올라가는 5명을 만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다. 차기 동계올림픽이 베이징과 장자코우에서 개최되는 만큼 벤치마킹 차원에서도 관심이 필요할텐데, 이번 회담에서는 이야기되지 못했다. 우리의 실질적인 관심거리인 한국 관광과 문화 콘텐츠 교류 정상화도 거의 이야기되지 못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아직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중국의 입장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한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 측 이슈를 장악한 것은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이라는 돌발사건이다. 분명한 것은 취재 과정에서 폭행이 있었고, 두 명의 한국기자가 부상을 당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항의하고, 후속 조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실을 벗어난 보도나 감정적인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 우선 현장에는 다양한 카메라들이 있었던 만큼, 얼개만 잘 맞추면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정보에 관해서도 한국보다는 중국 측에 더 많은 자료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잘 판단해야만 진실에 근접할 수 있다. 이 사건이 이번 정상회담을 폄훼하려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피해 언론사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책임공방은 그간 우리 국민들이 가진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 만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 12월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한국의 사진기자가 중국측 경호원에게 폭행 당했다. 사진=노컷뉴스
이번 정상회담은 2016년 7월 우리 정부의 사드 도입이 근원에 있다. 이 결정 이후 우리 언론은 이 문제에 관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언론들은 사드의 후폭풍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약화시켜 보도했다. (보도 사례 : ‘사드배치, 제주관광시장 영향없다’ (뉴시스 2016년 07월15일), ‘中사드 ‘보이지 않는 압박’·‘괴담’…“교류 문제없어·자제필요”’ (KBS 뉴스 2016년 08월02일 등)) 중국 관광객도 단체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개인 관광객(散客 산커)이 올 것처럼 보도했다. 여행사나 여권 관리 등 중국의 정책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예측이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아젠다 관리를 과소평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언론은 한중 미래에 대한 제안 필요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한중간에 정상회담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중요한 카드를 이미 쓴 상황이다. 그 때문에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이 가진 함의를 제대로 읽어서 미래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리 언론 역시 이 부분을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선 사드 문제나 북한 문제는 우리가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이 공감해야 할 것이다. 사드의 철회도 어렵지만, 추가적인 배치는 결국 중국의 한국에 대한 완전한 배제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사드의 윗단계인 MD나 한미일군사동맹의 강화가 중국과의 단절이라는 것도 확인한 기회였다. 또 사드로 단절된 기간 동안 우리가 확실하게 절감한 것은 중국이 한국에 필요로 하는 것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동전화 등 정보통신혁명과 인공지능, 로봇 등을 통해 4차산업혁명의 선도를 생각하는 중국의 반도체 소비는 폭증했다. 하지만 내년 후반부터 자체적으로 반도체 양산체제가 들어가면 이 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때 한국이 중국에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전문가들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콘텐츠, 화장품, 바이오 등을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과거 한중 교류의 핵심을 담당하던 전자나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에 비해 그 양에서나 질에서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 12월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가 유난히 춥다지만, 20년 전 지금보다는 춥지 않았다. 언론도 마찬가지고, 누구나 먼저 누가 나 대신에 나가주었으면 좋겠다는 사악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 당시 중국은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해 한국이 진출해 생산기지로 만들고,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이웃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런데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한국이 기댈 수 있는 이웃이 아니라 한국이 짚고자하는 작은 자리마저 미리 선점하는 살벌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냉철하게 중국을 보되, 좋은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