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시국선언 교사 고발취하 원칙없다? 적반하장”

[인터뷰]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국정교과서 찬성한 교사는 왜 고발안했나…교육부 책임자 처벌은 당연”

2017-12-21 08:44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교사를 고발했던 교육부가 이를 취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자 교총과 조선일보 등이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교사들의 견해를 억압했던 교육부가 스스로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 어떻게 원칙 위반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폐지, 교육자적 양심과 소신에 근거한 발언과 행동들을 감안하여, 교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여로 인해 고발된 86명에 대하여 고발을 취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시국선언에 참가했다가 스승의날 표창에서 배제된 교원들에게 표창대상자 추천 시 고려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며 △시국선언 참여로 징계 받은 교원 8명에 대한 구제 해결을 위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20일자 16면 ‘교육부 “시국선언 교사 86명 고발 취하”’에서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정권 성향에 맞춰 원칙을 무너뜨리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국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정부가 정책 일관성 없이 입맛에 맞는 시국선언은 봐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벌을 주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또 정부가 역사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치유’를 강조하면서, 편찬 과정에 참여한 인사에 대해선 인사 불이익을 주는 것도 논란이라며 인천의 한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이 났다가 중간에 인사가 철회된 사례를 들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정부 정책을 추진한 공무원까지 뒤를 쫓아 정치 보복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냐”면서 “이것이야 말로 문재인 정권의 역(逆)블랙리스트”라고 말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시국선언을 했다가 고발돼 경찰 조사도 받았던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적반하장식의 주장”이라며 “국정교과서 책임자명단이 역블랙스트라는 논리면 친일파명단도 블랙리스트라고 할 것이냐”고 반박했다.

송 대변인은 시국선언 교사 고발 취하가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교육부가 오히려 박근혜 정권 때 원칙을 크게 훼손했던 것”이라며 “정권이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교사로서는 당연한 것인데, 이를 여지껏 보기 힘든 대대적인 방식으로 탄압한 것이 바로 원칙을 허문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변인은 “이렇게 한 교육부의 잘못된 행위를 이번에 스스로 바로잡았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지난 2015년 12월1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사 국정화반대 2차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역사교과사 국정화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을 취하한 교사 86명 가운데 송 대변인도 포함돼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시국선언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나도 받았는데, 당시엔 대략 40명 넘게 받다가 더 이상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이번에 교육부의 고발 취하조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규모 최장기 촛불시위, 대통령 파면, 정권교체 후 새 대통령이 제1호로 국정교과서를 폐지했다. 이를 두고 송 대변인은 “이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의 정당성이 입증을 받은 것인데도 검찰이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역사흐름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사실상 중단됐던 것을 교육부가 고발을 취하함으로써 말끔하게 정리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 4월 쯤 검찰로 송치했다고 송 대변인은 전했다.

송 대변인은 “역사교과서를 일방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국정교과서로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인데, 이를 보던 일선 교사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시국선언을 안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총이 “정부가 정책 일관성 없이 입맛에 맞는 시국선언은 봐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벌을 주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송 대변인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인 주장”이라며 “누구에게 벌을 줬다는 것이냐. 말을 거꾸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과 정반대로 국정화에 찬성한 교사선언을 들어 송 대변인은 “당시 이들에 대해 박근혜 정권이 일체 고발하거나 징계한 일이 없다”며 “찬성은 해도 되고 반대는 안된다는 것이냐. 지금 상황에서 전혀 안맞는 엉뚱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교총이 국정교과서 찬성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도 징계하라거나 고발하라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송 대변인은 “문제는 교육부가 반대의견에 대해서만 탄압한 것”이라며 “찬성하든 반대를 하든 의견을 존중해야지, 이런 의견 표명이 탄압이나 억압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어떻게 민주사회 기본원칙 교육할 수 있겠느냐.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부서 근무를 이유로 인천의 한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났다가 인사가 철회된 사례를 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송 대변인은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것 자체가 범죄행위라고 할 만큼 교육부에 큰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묻는 절차는 필요하다”며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라 해도 잘못된 정책을 수행하는 자리에 있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역블랙리스트라는 주장에 대해 송 대변인은 “국정교과서 문제는 오히려 검찰이 수사해서 이런 ‘교육농단’의 관여자에 대한 전모를 밝히고 처벌해야 할 일이지 인사조치 당했다고 불만 가질 일이 아니다”라며 “역블랙리스트가 아닌 교육농단 책임자 관련자 명단으로 봐야 한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친일파 명단이 담긴 친일인명사전도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정부가 정책 일관성 없이 입맛에 맞는 시국선언은 봐주고 아닌 경우엔 벌 주겠다는 것이냐’고 입장을 밝혔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의에 교총 대변인실 관계자는 구두논평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 2017년 12월20일자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