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최후인터뷰 경향 편집국장 “이완구 무죄? 노코멘트”

대법원 “인터뷰 진술 증거능력 인정 안한 2심 판결 수긍”…한국기자상도 받은 인터뷰가 잘못됐다?

2017-12-22 18:0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전 ‘최후의 인터뷰’를 했던 경향신문 기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4월9일 새벽 고 성완종 회장은 이기수 경향신문 편집국장(당시 정책사회부장)과 전화로 인터뷰한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고 성 회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3000만 원을 줬다고 밝혔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벌여 이 전 총리를 기소했다. 이 전 총리가 성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19대 국회의원 재보선 직전인 2013년 4월4일 오후 5시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경향신문 인터뷰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즉 성 회장이 작성한 메모에 나타난 각 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였다. 1심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성 회장이 인터뷰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의 배후가 피고인이라고 생각하여 피고인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인터뷰 내용에서도 위와 같은 감정이 표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터뷰를 하면서 이 전 총리를 비난하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며 “이미 자살을 결심한 상태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메모를 작성했다”고 추정했다. 이 전 총리 관련 진술이 세부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3부는 성 회장의 인터뷰 진술과 메모에 대해 “그가 사망 전에 진술하거나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며 “여기에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란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고, 그에 대한 증명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며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해야 하나 이러한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증거능력 있는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5년 4월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면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2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마디로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말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성 회장이 죽으면서까지 폭로하고자 했던 것을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어진 사건이 됐다. 

경향신문은 지난 2015년 4월15일 성완종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성 회장은 “선거사무소 거기 가서, 내가 한나절 정도 거기 있으면서 내가 이 양반한테도 한 3000만원 주고”라고 밝혔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고 성완종 회장을 전화인터뷰 했던 이기수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내 소회나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앞서 이 국장은 당시 성완종 인터뷰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2월4일 한국기자상 시상식에서 “며칠 전 성완종 회장 장남으로부터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메시지가 왔다. 아버지 육성 인터뷰가 법정에서 공개되고 죗값을 받은 사람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망자의 인터뷰로 상을 받아 마음이 무겁다. 하늘에서 보고 있을 성 회장과 가족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기자협회가 2015년 기사 가운데 최고의 기사라고 평가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기사를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은 결과가 됐다.

▲ 경향신문 2015년 4월15일자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