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장자연 사건 의혹제기 기소한 검찰 반성해야”

[인터뷰] 조선일보 고소로 4년 재판후 승소한 이종걸 의원 “검찰은 사건 아닌 나만 수사했다 공소기각”

2017-12-26 20:45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법무부·검찰 개혁위원회가 검찰 과거사위원회 검토대상 사건에 고 장자연씨 자살 사건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수년간 재판을 받았던 이들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 개혁위원회와 과거사위원회는 각각 아직 이 사건을 검토대상 사건으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3월7일 장씨의 사망 이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라 불리는 문건은 같은 달 14일 KBS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사례입니다’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방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는 2011년 이종걸 손해배상사건 1심 판결문에서도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해 4월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 방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조선 방 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보고 받으셨어요?” “경찰이 언론사 대표, 언론사 사주를 이렇게 눈치 보면서 조사 자체를 왜곡시키고 조사를 못하고…국민이 허탈해하고 있습니다”라며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MBC 100분토론에서 “이건 사생활의 문제가 아닙니다…조선일보 방사장님, 스포츠조선의 방사장님 두 분은 중요한 공인입니다…이게 어떻게 사생활입니까…(이종걸 의원이 실명 공개하자) 조선일보는 이 의원과 모든 언론에 대해 소송하겠다고 얘기합니다. 다 아는데 입을 닫아야 합니다, 이게 조선일보의 힘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전 의원 모두 조선일보로부터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이종걸 의원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공소기각으로 확정판결 받았다. 두 의원 모두 조선일보로부터 10억 원씩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지만 모두 승소했다.

이와 관련, 이종걸 의원은 2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검찰 과거사위 검토대상 사건 논의 움직임에 대해 “검찰이 이 사건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과거에 대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적폐청산을 위한 위원회의 조사방향을 정한다면 그 대상은 이종걸도 아니고, 드러나지 않은 많은 가해자도 아니고, 가해자처럼 보였던 거대언론사 사주도 아니다”라며 “실제로는 장자연과 그것을 처음 다뤘던 수사기관, 검찰과 경찰이었다”고 말했다.

▲ 지난해 2월2일 국회에서 열린 MBC녹취록 파문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 의원은 “제가 대정부 질문에서 했던 것은 법 앞의 평등인데, (거대언론사 사주도) 의혹이 있으면 풀어야 하는데도 수사기능을 왜 제대로 행사하지 않느냐는 것을 행안부 장관에게 물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이 미완의 사건을 조사한다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죽은 장자연씨의 몸부림”이라며 “장자연씨는 자신의 주변에 처해있는 부당한 진실에 대해 그냥 수용하지 않고, 뭔가 움직였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기록(장자연 문건 또는 장자연 리스트)으로 끝나면서 본인이 산화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것을 국민의 관점에서 제대로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수사기관은 검찰과 경찰”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시 검경의 수사가 장자연 사건의 배경을 수사하기 보다는 의혹을 제기한 자신에 대한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수사를 한 것은 (장자연 사건이 아니라) 저에 대한 수사를 했던 것”이라며 “고 장자연씨와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철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제가 검찰에 대해 얘기했던 것은 당초 경찰이 수사할 때 제대로 된 수사였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검찰은 제가 명예훼손이라는 범죄행위를 했다고 기소한 것이다. 그것이 잘못됐다면 검찰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 배후에 힘의 관계가 있다고 보지만, 지금도 거대언론에 대해서는 별로 드러난 것이 없다”며 “조사는 저에 대한 조사가 대부분이었지, 그 배후의 사실(에 대한 수사)은 이미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 대해) 실제 검찰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자기들을 성찰하는 차원의 의미이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자기 자신이 재판을 받은 사건에 대해 “저만해도 훈수를 두거나 문제제기를 한 수준일 뿐”이라며 “고 장자연씨의 경우 (이 사건으로 인해) 죽음을 당하고, 자신이 쓴 글이 폄훼됐으며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자연이라는 사람은 제가 볼 때는 TV 스타가 갖고 있는 부족한 조건을 극복하면서 아주 옳게 살아보려고 애쓰던 사람이었다”며 “생전에 본 적은 없지만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게 한 사회상황과 조건들을 개선해주고 장씨를 위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일어난 것을 회고한다면, 장씨에 대해 가해한 사람들은 왜 조사를 (제대로)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걸 의원은 “장씨를 죽음으로 가게 한 것은 TV 스타를 중심으로 상품화시키는 우리나라의 구조”라며 “거기에 기획사도 있을 수 있고, 돈이 많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런 전반적인 구조에 대해 장자연씨 역시 던져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사건이 “(검토대상에 선정된다면) 검찰의 자기반성과 성찰의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고 장자연씨 본인의 피해가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고 있을 때의 고 장자연씨.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전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의 손해배상소송은 항소심까지 모두 조선일보가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가 2013년 2월8일 조선일보의 항소를 기각하자 조선일보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노만경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11월30일 이종걸 이정희 의원 10억원 손배소 사건 1심 판결에서도 조선일보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종걸 의원의 경우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수사 진행 상황 및 진행 방향 질의 과정에서 국회 발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문건을 넘어 문건 내용이 진실이라고 추가 언급도 하지 않았으며 △문건보다 완화된 표현을 사용한 점을 기각의 이유로 들었다. 또한 경찰이 방 사장의 눈치를 보며 조사를 왜곡시키고 조사를 못하고 있다는 부분은 경찰의 수사 미진을 지적하는 단순한 의견일 뿐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 사장이 문건에 기재된 사실 자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도 재판부는 지적했다.

장자연씨의 자살 배경에 대해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접대 관행 등과 관련해 문건 내용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던 점에 비춰볼 때 이종걸 의원의 국회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정희 전 의원의 100분 토론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방상훈 사장이 사회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어 공적 존재에 해당하며 △연예계 술접대 내지 성상납 문제 및 이종걸 의원 국회 발언이 면책특권의 대상에 해당하는지의 문제 등 중요한 공적 관심 사안을 다루고 있었던 점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과정에서 이 방송발언에 이르게 된 점에 비춰볼 때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으로 공익을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시 방 사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사실은 모두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므로 이정희 전 의원의 발언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