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이란… ‘문건’에 “조선 방사장” 기재 ‘소송전’도

조선일보 대대적 민형사 소송후 패소‧취하…변호인 “당시 경찰조사 부실, 재조사해야”

2017-12-27 10:06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대검찰청 개혁위원회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장자연 사건을 검토대상 사건으로 제안하겠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이 사건에 대해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장자연 사건은 고 장자연씨가 자살하기 전에 남긴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담긴 내용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사건이다. 이 문건엔 언론사 사주, 방송사 PD, 경제계 인사 등이 장씨에게 술시중과 성접대를 요구했다고 적혀있었다.

이 문건은 KBS가 장씨 사망 일주일 뒤인 2009년 3월14일 ‘뉴스9’에서 ‘자필문건 충격’ 리포트에서 처음 보도하면서 그 내용이 알려졌다. KBS는 장씨가 숨지기 전 전 매니저에게 보낸 자필문건에서 기획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낱낱이 폭로했다고 전했다. 당시 KBS는 “어느 감독이 골프치러 올 때 술과 골프 접대를 요구받았다”,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시켰다”면서 끊임없이 술자리를 강요받아 장씨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무자비한 폭력과 욕설에도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서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대기업·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여 차례 이상 술접대와 성상납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KBS는 전했다. 문건에 적힌 언론사 관계자는 ‘조선일보 방사장’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경쟁적으로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를 제외하고 거론된 인사들은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유력 인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조선일보 방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조선일보가 두 의원을 비롯해 ‘조선일보’라는 실명을 거론한 언론과 네티즌들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조선일보가 보도자료를 내어 실명을 쓴 매체나 정치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바람에 한 때 언론에선 ‘OO일보’로 보도가 되기도 했다.

▲ 지난 2009년 3월13일 방송된 KBS 뉴스9 장자연 첫 보도
4년 가까운 소송 끝에 조선일보가 제기한 대부분의 소송에서 조선일보는 패소했다. 이종걸·이정희 의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항소심까지 패소한 뒤 확정됐다. 검찰이 이종걸 의원을 기소한 사건은 1심 재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조선일보가 모든 소송을 취하해 갑자기 사건이 끝나버렸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013년 2월말 이종걸 민주당 의원 재판에 두 차례 증인출석 명령을 받고도 불응해 3월25일 재차 소환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해 2월28일 오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료를 내어 최근 서울고법 민사13부가 판결문에서 고 장자연씨와 방 사장이 관련이 없다고 판결한 대목을 들어 “재판부가 ‘허위에 근거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판결함에 따라 이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법적 쟁송을 일단락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당초 조선일보와 방 사장이 고 장자연씨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방송사와 정치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연예인과의 의혹 제기와 일방적인 비방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는데 본뜻이 있었다”며 “이 판결을 통해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은 허위 사실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이상, 진실 규명이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자연 사건 관련 소송을 대리한 한 변호사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가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방상훈 사장에 대한 수사는 부실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정할 수 없지만 그것은 수사자료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조사 목소리가 어떤 배경에서 거론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재조사를 해봄직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어떤 방식의 조사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당시 경찰 수사는 상당히 부실했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의원측 관계자는 이날 “당시 조선일보와의 진실여부만 부각돼 다른 검은 커넥션이나 문제가 됐던 많은 사람들이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앞으로 진실을 파헤친다면, 이들에 대한 관심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자연 사건의 재조사 움직임은 중앙일보가 첫 보도를 하면서 알려졌다. 중앙은 지난 25일자 온라인 기사에서 대검찰청 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관계자가 21일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검토 중인 25개 외에 8개 사건을 추가 제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앙은 “‘장자연 사건’은 2009년 탤런트 장씨가 유력 인사들의 접대를 강요받아 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가 시작됐으며 일부 인사에 대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며 “대검 개혁위가 제안을 검토 중인 사건 리스트에는 장자연 사건을 비롯해 삼례 나라 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 2월),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1990년 1월), 익산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 8월), 홍만표 전 검사장 ‘몰래 변론’ 의혹 사건(2016년 5월) 등이 포함됐다”고 썼다.

이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의 한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직 그런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거론되고 있는 여러 사건을 스크린 해 위원들이 의견을 내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018년 1월에 회의가 세 차례 잡혀있는데, 하순 쯤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제보하겠다는 연락도 있긴 하지만 과거사위원회 회의에서 장자연 사건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 탤런트 故 장자연씨의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