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살아남기 위해, 네이버를 상대로 뭐든 해보자

[기자수첩] 포털에 묶인 한국사회 저널리즘, 이제 우리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자

2017-12-29 19:37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네이버 전재료 규모가 500억 원이라고 하던데, 언론사 입장에서는 푼돈이다. 뉴스를 구매해 공짜로 푸는 포털사이트는 한국밖에 없다. 포털사이트는 사기업이지만 이미 공적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공적 콘텐츠 플랫폼과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이 인공지능으로 맞춤형 뉴스를 선별하는데, 이는 더 많은 클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즈니스적 판단이 우선되는 것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인물과사상> 2017년 7월호 인터뷰에서)

핀란드에 ‘스트로슬’(strossle)이란 대안플랫폼이 있다. 80개 언론사가 제휴관계를 맺고 자사 뉴스 사이트의 사이드바에 다른 언론사의 기사 목록을 노출시키고 있다. 사이드바를 클릭하면 스트로슬 사이트로 넘어가고, 거기서 한 번 더 클릭하면 다른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식이다. 공생을 위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스트로슬을 통해 80개 언론사의 전체 PV가 증가했다. 언론이 거대 포털에서 벗어나는 대안은 있다.

▲ 핀란드 대안플랫폼 '스트로슬' 모형.
물론 한국에서 이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네이버 접속자는 하루 평균 4000만 명, 그 중 뉴스를 한번이라도 보는 사람은 1300만 명이라고 한다. 뉴스를 보는 사람 중 연예 뉴스를 보는 사람은 800만 명, 스포츠뉴스를 보는 사람은 500만 명, 정치사회 뉴스를 보는 사람은 200만 명이라고 한다. 2017년 4월 데이터 기준 네이버에 들어오는 기사는 하루 평균 1만8516건(연예/스포츠기사 제외). 이 중 기사 건수는 연합뉴스 2277건, 뉴시스 1907건, 뉴스1 1678건, 머니투데이 533건순이었다고 한다.

포털은 속보와 실시간검색어 중심의 트래픽 유발 기사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이다. 그 결과 검증되지 않은 속보기사로 오보를 내거나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비롯해 자극적인 황색저널리즘이 순식간에 유통된다. 클러스터링 같은 포털 자체 알고리즘이나 언론사의 윤리향상 따위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이정환 대표이사가 “한국의 브랜디드 콘텐츠는 여전히 보도자료를 베껴 넣는 것이다. 뉴스는 너무 많고 보고 싶은 뉴스가 없게 되면서 독자들이 뉴스에서 멀어진다”고 지적한 배경이 여기 있다.

▲ 일러스트=권범철 화백.

이윤창출을 해야 하는 포털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클릭’이다. 이를 위해 뉴스수용자가 좋아할만한 기사를 예측해 메인뉴스편집을 하는 알고리즘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확증편향 내지는 필터버블을 일으키는 위험성마저 갖는다.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동기가 사라진다.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봤자 어차피 ‘1클릭’에 불과하다. 질이 낮아도 같은 시간에 기사 100건을 쓰면 ‘100클릭’을 기대할 수 있다. 클릭이 많이 나올 기사량을 높여 광고수익을 얻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비극의 반복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저널리즘의 전반적 붕괴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네이버에 의존하는 이상 언론사의 온라인 수익 다각화 전략은 불가능에 가깝다. 포털에서 기사를 읽는 사람 대부분이 바이라인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공들인 기사를 써도 언론사의 브랜드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공 들인 기사’는 때때로 자기위안에 그치곤 한다. 이렇게 언론사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은 잠식되고 있다. 페이스북 또한 자체 콘텐츠 노출비율과 광고 동영상 비율을 높이면서 뉴스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만 할까. 정부차원의 미디어정책은 세금 공제나 발전기금처럼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또는 포털에 공적 책무를 부여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어 규제대상으로 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포털을 둘러싼 논의를 지금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금은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과 뉴스생태계의 공존을 위해 정책방향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불가능해보이지만 우리도 모든 언론사가 네이버에서 일순간 모두 빠져나가는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포털은 늘 여론조작 의혹에 시달리며 보수와 진보 양쪽의 의심을 받는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앞으로 급진적인 논의들이 필요하다. 언론 또한 지금 이대로라면 기사와 광고를 거래하는 ‘조폭 비즈니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2018년에는 포털과 언론이 함께 공멸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