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거취 두고 KT 내부 엇갈린 기류

새노조‧노조본사위원장 “퇴진, 최우선 과제” vs 다수파 노조중앙본부 “지난 정권 잘못한 것 청산 취지…”

2018-01-03 08:54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국정농단에 협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의 거취를 두고 KT 내부 구성원들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 KT 노동조합 등 새 집행부 임기가 시작되면서 황 회장 퇴진 요구를 둘러싸고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창규 회장의 거취에 대해 가장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쪽은 크게 KT 새노조, KT 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 위원장, KT 전국민주동지회원들 등이다.

KT 새노조(위원장 임순택)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황창규 회장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비자금 차명계좌에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전병헌 게이트에 KT가 관련됐다는 뉴스도 터져나왔다”며 “황창규 회장의 의혹에 찬 처신을 보면, 최순실, 이건희, 전병헌 등 여야, 정재계를 막론하고 힘있는 자들의 각종 비리에 협조하며 자신의 지위를 지켜왔다고 밖에는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이 연말에 단행한 인사를 두고 “적폐청산은 커녕, 온갖 적폐관련 인사들이 건재함이 도드라졌다”며 “결국 황창규 회장 퇴진 없는 KT의 적폐청산은 공염불임이 확인된 셈”이라고 밝혔다. KT 새노조는 “동시에, 황창규 회장의 KT는 적폐집단이라는 국민적 비판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황창규 회장 퇴진이 우리의 최우선적 과제이자, 2018년 첫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KT 새노조는 이와 함께 △KT 적폐청산을 위한 노사합동 적폐청산위원회 구성 및 KT그룹 차원의 적폐경영 책임자 문책 △불법 파견으로 판정된 KT스카이라이프 해고노동자 복직 및 비정규직 문제 해결 △‎KT그룹의 어용노조 앞세운 비정상적 노사관계 청산 및 전면적 노사관계 개혁 등을 요구했다.

KT 내부의 오랜 비판세력인 ‘KT전국민주동지회’는 3일 아침부터 전국 약 250개 각 지사 앞에서 ‘국정농단 핵심부역자, 불법적 노조 선거 지배개입 책임지고 황창규 물러나라’는 퇴진 촉구 공동 1인 시위를 벌인다.

▲ 2015년 3월30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공공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창조경제혁신 출범식을 마친 뒤 센터를 시찰하던 중 사물인터넷(IoT) 기반 거미로봇의 갑작스런 작동에 놀라고 있다. 맨 왼쪽이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KT전국민주동지회원이자 지난해 말 KT 노동조합 선거에서 본사지방본부 위원장에 당선된 정연용 위원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황창규 회장은 KT 회장 자격이 없다”며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출발해 KT 구조조정과 감원, 복지축소를 통해 일하기 힘든 회사로 만든 데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부역과 협력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런 사람은 KT에 있어서는 안된다. KT가 새롭게 발돋움하게 해야 한다”며 “다만 황창규 퇴진이라는 방향을 위해 본사 노동조합이 세밀한 방법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과 달리 KT 내 최대 다수 조합원이 가입된 KT 노동조합(위원장 김해관)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나오면 책임져야 한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복 KT 노동조합 조직실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황창규 퇴진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은 아니다. 황 회장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며 “아직 소문만 있는 상태에서 이유없이 여론몰이식으로 물러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차은택(구속)의 인사청탁을 받아들인 것과, 최순실의 기업에 광고를 몰아주기 한 것 등 이미 국정농단의 한 흐름에 협력한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잘못된 것은 청산하자는 취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사실 우리도 (황 회장이) 지난 정권에서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맞지 않다고 보고, 분노한다”며 “국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적폐청산이라고 한다. 잘못된 부분인 환부에 손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김해관(KT노조위원장) 체제가 새롭게 출범한 만큼 잘못된 것은 청산하자는 취지의 입장을 갖고 있다”며 “(8403명 명예퇴직에 서명한) 4·8합의서와 임금피크제, 학자금 지원 축소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회사측 관계자는 노조 요구에 대해 회사가 따로 논평할 것이 없다며 전병헌 게이트 관련해서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KT가 어용노조를 이용해왔다는 KT민주동지회와 새노조의 비판에 대해 최장복 KT노조 조직실장은 “KT민주동지회는 많은 자생조직 중의 하나이지만, 공식적인 조직이라 보기 어렵다”며 “구성원들이 어용이냐 민주냐 하는 것은 입장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김해관 KT 노조 중앙본부 위원장이 2일 신년사와 함께 13대 노조 취임식을 하고 있다. 사진=KT 노조
▲ KT민주동지회 출신의 정연용 KT 노조 본사지방본부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공공운수노조와 KT새노조, 국민연금 노조가 지난해 3월7일 오전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KT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게 황창규 회장의 연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