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방향 유감

[기고]

2018-01-03 14:06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media@mediatoday.co.kr

2018년 첫날의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경제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3% 성장에 3만달러 소득을 노래한다. 흐음 그러고 보니 어느 덧 선거철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급증을 가질 만도 하다. 대통령도 ‘성과’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조짐일까?

필자는 회의적이다. 그 누구보다 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지만, 예감은 벌써 “쎄하다”. 왜 그럴까?

첫째, 정권의 핵심 세력(이하 BH)이 관료들에게 서서히 그러나 확연하게 포획당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방향의 변화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선 작년 7월 25일에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목차를 보자.

▲ <그림 1>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2017.7.25.)의 목차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의 꼭지가 들어 있다. 이 중 ‘사실상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앞의 세 꼭지가 각 꼭지당 3페이지로 총 9페이지, 과거 정책의 내용을 많이 ‘참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지막 꼭지는 3페이지를 차지하였다. 필자의 편견이겠지만 앞의 세 꼭지는 BH가 쓰고, 혁신 성장은 기재부 공무원들이 책상 서랍속에 있는 과거 보고서를 겉장만 바꾸어서 낸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이 때는 어설프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성장 모형을 정착시켜보겠다는 문제의식이 보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27일에 발표된 ‘2018년 경제정책방향’은 달라졌다.

▲ <그림 2> ‘2018년 경제정책방향’ (2017.12.27.)의 목차

일자리 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은 “일자리・소득주도 성장”으로 통폐합 당했고, 공정 경제는 혁신 성장과 자리를 바꾸었다. 결국 12월 발표의 압권은 혁신 성장의 득세였다.

분량 측면에서의 변화는 더욱 압도적이다. 이들 내용이 들어간 제4절의 총 페이지 수는 43페이지인데, 이중 통폐합된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꼭지는 11페이지임에 비해, 혁신 성장 꼭지는 무려 16페이지에 달한다. 작년 7월의 페이지 비중이 6대3이었는데, 12월에 11대16으로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설픈 BH의 일시적 통제하에 있던 기재부가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뜻이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도로 한나라당’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 역전을 이루는 데 불과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필자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이번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의 변화가 “제대로 된 성장정책의 모색조차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는 상황은 대략 이렇다. 작년 7월말에 호기롭게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 정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조치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반대 파도가 거세게 닥쳤다. 최저임금제를 두고 개인사업자들이 “죽겠다”고 비명을 질렀다. 거기다가 소득주도 성장이 말이 되느니, 안되느니 하면서 8월과 9월 사이에 학계와 언론계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예상된 진로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대응방식은 다음과 같다.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 개인사업자와 하청구조의 최말단에 있는 협력업체들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공법은 최저임금이라는 단어 자체를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이들 개인사업자와 말단 협력업체로 낙수효과가 작동하도록 경제민주화 정책과 동반성장 정책을 취하는 것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개념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오해가 있는 것은 바로 잡았어야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위 방법 대신 구중궁궐에 숨거나, 북핵 문제 해결 등 다른 분야에 매진했다. 북핵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놓아버린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도둑처럼 선거가 다가 온 것이다. 자신 없는 정부는 결국 “구관이 명관”이라고 알고 있는 멋있는 정책을 다 꺼내 들었다. 3% 성장과 3만달러 소득이라는 숫자 구호도 부활시켰다. 관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에 나섰고, 국민들은 50페이지가 넘는 정책의 홍수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암호화폐 투자에 눈을 돌리고 말았다.

아직도 이 정부에 희망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6월 선거가 끝나면 제2의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회의적이다. 6월 선거는 승리할 것이지만 그것은 이 정부가 명시적으로 내리막길로 치닫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승리를 위해 벌써부터 ‘약을 판 결과’가 이제 서서히 대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