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MBC 뉴스 봐도 되는 건가요?”… MBC가 답해야 한다

[언론포커스] 최근 MBC 보도에서 드러난 정상화의 어려움

2018-01-04 11:12       김은규 우석대 교수·민언련 웹진기획위원장 media@mediatoday.co.kr

“이제 MBC 뉴스 봐도 되는 건가요?”

지난해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만난 지인의 물음이다. 단순한 한 마디이지만 많은 사실과 맥락들이 함축되어 있는 언급이다. 우선은 지난 보수정권 집권기간 동안 MBC 뉴스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여당일 당시에는 언론의 두뇌를 지배했다”는 자유한국당 인사의 고백에서 드러나듯, 공영방송 MBC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완전히 장악되고 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MBC 뉴스는 여론을 호도하고 보수 정권의 보위에 앞장섰다. 때문에 뉴스의 신뢰도는 밑바닥으로 떨어졌고 국민들은 MBC 뉴스를 조롱하고 외면했다. MBC의 흑역사이다.

▲ 2012년에 해직됐다가 복귀한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12월8일,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먼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같은날인 12월8일 방송된 MBC 메인뉴스 오프닝 장면. 사진=MBC 뉴스 화면 갈무리
질문의 또 다른 의미는 앞으로의 MBC에 대한 기대이다. 지난 겨울 MBC의 변화가 시작됐다. 2012년 해직됐다가 복귀한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은 취임 첫날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먼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도국 인사를 단행했고,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 제작진을 정비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간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MBC에 대한 응원과 기대가 실려 있는 것이다.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련의 문제 보도

그런데, 아뿔싸! 최근 MBC 보도에서 일부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고, MBC는 연말과 연초에 잇달아 두 번의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첫 번째 사과의 내막은 이렇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보도에서 MBC 뉴스는 “가스 마스크만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 직접 구조에 나서지 않습니다”, “한 소방대원이 … 10분 넘게 무전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걸어 다닌다”며 관련 영상이 담긴 CCTV 화면을 내보냈다(2017년 12월26일자). 이 보도는 ‘긴박했던 대피 초기 우왕좌왕’이라는 제목과 어우러지면서 소방대원들이 초동 대처를 잘못했고 임무에 소홀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해당 소방대원들은 직접구조에 나서지 않는 구급대원들이었고, 또 다른 이는 현장을 지휘하는 역할이었다. 그들은 본인의 임무에 충실했던 것이고, MBC 보도는 사실과 다른 오보를 낸 것이다.

▲ MBC는 지난해 12월26일 제천 화재 관련 CCTV 영상을 내보내며 소방대원들의 초동 대처에 대해 비판했으나, 오보로 밝혀졌다. 사진은 12월26일자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 과정이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MBC는 해당 소방관의 입장을 담은 반론(2017년 12월29일자)을 내보냈고, 이는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많은 분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하면서도 오보를 인정하지 않고 ‘반론’이라는 우회적 방법을 쓴 것이다. 이에 다시 “비열하고 비겁한 짓”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잘못된 보도 바로잡고 사과드립니다’(2017년 12월31일자)는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두 번째 사과는 2018년 새해 첫날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자사 인턴기자의 인터뷰와 취재 기자 지인의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다. 비판이 일자 MBC는 다음날 즉각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제천 화재참사의 경우 언론의 비판적 관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안일했다. 사실을 잘못 전달한 명백한 오보이다. 더구나 이에 대한 후속 조치 역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꼼수에 불과했다. 뒤늦게나마 정정보도와 사과 방송을 내보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자사 관련자와 지인의 인터뷰를 시민의 인터뷰인양 내보낸 것은 분명 언론윤리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저널리즘과 언론윤리의 기본 원칙까지 무너졌던 MBC의 흑역사

문제는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잘해보려다 나온 한두 번의 실수냐 하는 것이다. 두 건의 사과방송과 관련한 문제들은 저널리즘의 ABC이며 언론윤리의 ABC와 관련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간 MBC 보도들은 여러 사고를 저질렀다. 관련 사진이 잘못 나오는 단순 사고도 잇달았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거나 편파보도로 진실 은폐에 앞장서기도 했다. 국정농단 정권의 낙하산 경영진과 데스크들이 이를 조장하기도 했고, 양식 있는 기자들이 해직되거나 전보되고 시용기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취재보도의 균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이 복합되었던 지난 몇 년간의 흑역사 속에서 저널리즘의 기본과 언론 윤리 역시 무너졌던 것이다.

▲ 최근 MBC 보도에서 일부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고, MBC는 연말과 연초에 잇달아 두 번의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사진은 연초에 발생한 ‘지인 인터뷰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MBC 뉴스데스크.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사과 방송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고 문제 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은 변화하고자 하는 MBC의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망가진 시스템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차제에 철저한 내부 점검을 통해 과거 세월 속에서 켜켜이 쌓인 적폐를 걷어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 MBC의 끝없는 추락이 안타까웠던 만큼, 그리고 이의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선 만큼, MBC의 변화를 지켜보는 국민의 기대도 남다르다. 그러기에 그동안 건너뛰었던 MBC 채널에 눈길을 주면서 뉴스가 어떻게 변화되나 지켜보는 것이 촛불 시민의 마음이다. “이제 MBC 뉴스 봐도 되는 건가요?”라는 국민의 질문에 MBC 스스로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