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시생 눈으로 봤던 YTN 사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미디어 현장] 김대근 YTN 기자

2018-01-16 10:09       김대근 YTN 기자 media@mediatoday.co.kr
죄송합니다. 이 말로 글을 시작하는 게 맞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에서의 기억은 지금도 저에게 ‘괴로움’입니다. 그때 저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그때는 시뻘건 속보 한 줄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 한 줄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찢는 고통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눈물도 말라버린 가족들을 ‘이해하는 척’했는지도 모릅니다.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싶었습니다. 속보로 내보낼 내용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저 ‘왜 이렇게 기자들을 미워할까’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어느새 보도가 유병언 일가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데도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모든 시간과 장소를 헤치고 가는 와중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기자로서 그렇게 커왔던 것 같습니다. 보도할 수 없는, 건드릴 수 없는 선과 장벽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습성은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여러 그럴듯한 이유로 ‘보도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도 이미 허울 좋은 이유 뒤에는 자본과 권력의 힘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연차가 좀 더 차고 머리가 굵어서는 싸워야 한다는 걸 깨우쳤습니다. 하지만 기획과 취재,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만들고 방송이 나가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톤을 조절하고 표현을 교묘하게 고쳐가며 방송이 나가는 데 의미를 두기도 했습니다.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는 이런 일 하라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해 전, 자기 회사의 문제를 제보했던 한 내부 고발자는 혹시 제가 어려움에 처할까봐 걱정했습니다. 담담하게 ‘걱정마시라’고, ‘믿고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의감에 들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쩌면 그때 ‘이 정도는 보도해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2010년 4월 YTN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미 YTN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지나, 그걸 빌미로 6명이 해직된 뒤였습니다. 분위기는 엄혹했습니다. 앞서 되짚어본 제 기억은 그때부터 시작된 YTN 구성원으로서의 기록입니다.

▲ 지난 1월15일 오전 최남수 YTN 신임 사장이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출근에 나섰지만 ‘최남수 퇴진’을 주장하는 YTN 노조 조합원들에 막혀 또다시 발길을 돌렸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1월15일 오전 최남수 YTN 신임 사장이 15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출근에 나섰지만 ‘최남수 퇴진’을 주장하는 YTN 노조 조합원들에 막혀 또다시 발길을 돌렸다. 노종면 YTN 복직 기자가 최 사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제부터는 기자로서 다른 기억을 쌓아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요즘 YTN의 시계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어 불안합니다. 요즘 저와 제 동기, 선후배들은 매일 아침 최남수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언론고시생이던 2008년, 선배들이 부적격 사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을 저지하던 모습을 인터넷으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샌가 제가 그 자리에 서 있더군요. 이유는 다르지만 모습은 똑같습니다. 아니, 2008년보다 더 지독하다고도 말합니다. 회사는 출근 저지 투쟁 하루 만에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최남수 사장은 사퇴를 요구하는 저희에게 1년이 지나도 그럴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두고 ‘전국을 자전거 도로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 설렌다’던 자신의 칼럼에 대해서는 “4대강을 칭송한 것이 아니라 자전거 길을 좋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2009년 칼럼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환원 계획을 두고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라 평한 것에 대해서는 “판단에 미숙함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미 대선 당시부터 재산 환원 공약은 BBK, 다스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스스로 변명을 찾아야 하는 과거 행적은 언론사 사장에게 적절치 않습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YTN 사장이 되기에는 분명히 결격 사유입니다. 이런 이유로 YTN 구성원들은 내일 아침도 같은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 김대근 YTN 기자
저는 오늘 이 지면이 너무 소중합니다. 세상 소식을 전하는 기자고 앵커이지만 정작 YTN의 지금 상황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YTN은 정말 과거를 반성하고 다른 미래를 향해 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관심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