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시킨 요인에 ‘외력’은 정말 있었나

충격음·기울기 의심 vs G센서 값 낮아…선조위 “외력 아직 판단못해, 실험하러 네덜란드 출장”

2018-01-16 20:17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세월호가 침몰한 직접적인 요인에 외부에서 가한 충격, 이른바 ‘외력’이 존재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16일 유가족들과 함께 자유항주 실험을 위해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났다. 오는 2월 말까지 모두 세차례 출장을 통해 세월호가 조타에 의한 변침시 급격히 기울어질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조위는 밝혔다. 실험결과에 따라 기존의 사고원인을 고수할 수도 있고, 외력과 같은 전혀 다른 방향(외력 등)의 조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선조위는 전했다.

최근 세월호 침몰원인에 외력설이 나오고 있는 근거는 지난해 9월 공개됐던 세월호 적재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애초 최초 보도를 한 뉴스타파의 경우 외력이 없었다는 결론을 냈으나 최근 시사저널e 등은 블랙박스 영상에서 충격음 등이 외력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e는 지난 11일자 ‘[단독] 세월호 사고 직전 외력충격음 있었다’에서 “세월호에 실렸던 차량들의 블랙박스에서 ‘외력 충격음’으로 보이는 의문의 소리들이 잡혔다”며 “이 소리는 세월호 사고 당시 발생한 급격한 기울기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세월호 선미 트윈데크에 있는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세월호 최초의 충격음 ‘쿵’ 소리는 사고 당일인 4월16일 오전 8시49분26초에 나타난다”며 “일각에서는 이 소리를 ‘화물의 쏟아짐’으로 봤다. 하지만 영상 분석 결과, 최초의 충격음 당시에는 어떤 차량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썼다.

또한 C데크 선수(船首) 중앙에 비치된 다른 블랙박스 영상에는 의문의 충격음이 더욱 선명하게 잡히고, 이 영상을 통해 최초 충격음 당시의 기울기를 추정할 수 있다고 시사저널e는 주장했다. 이 매체는 “선수 중앙 영상에 나오는 또 다른 충격음은 오전 8시49분33초에 발생한다”며 “이 충격음 발생 2초 후 근처에 있는 밧줄과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기울어진다. 각도는 12~17도 사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시사저널e는 “두 영상을 비교하면 오전 8시49분33초에 발생한 충격음 이후 2초가 지나고 밧줄과 물줄기가 12~17도의 각도를 보였기 때문에 오전 8시49분26초에 나타난 ‘최초 충격음’ 당시의 배 기울기는 10도 내외가 된다”고 추정했다. 화물은 20도 이상의 기울기가 나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 세월호 적재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 사진=시사저널e 유투브 영상 갈무리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은 화물의 쏠림 원인을 ‘급경사에 의한 화물 이동이 발생했다’고 판단했으나 급경사의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는 “세월호의 GoM(복원력을 보여주는 수치)이 0.6m로 계산된다. 이때 최대 전타(轉舵)로 인한 세월호 기울기는 고작 15도 내외”라며 “해양안전심판원이 발표한 GoM(0.38m)으로 봐도 최대 기울기는 19.4도”라고 말했다고 시사저널e는 전했다.

또한 합동수사본부의 전문가 자문단은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고 오전 8시49분40초부터는 8초 동안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불가능한 선회 각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제로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세월호 명예훼손 사건으로 재판 중인 김현승씨가 지난 2015년 10월 법정에 제출한 진도 VTS 항적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32초부터 약 1분 여 초 동안 135도 방향으로 선회한 구간 동안 나타난 선회반경 가운데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선회반경이 나온 것으로 측정됐다. 세월호 선체가 146m나 되기 때문에 세월호 최대 타각(전타)인 35도로 급우변침을 한다해도 최소선회반경은 250~270m에 이르므로 이 보다 작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이 구간동안 세월호의 선회반경은 최소 70.9m까지 나타났다. 따라서 물리적 충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왔던 것이다.

세월호 선조위는 네덜란드 출장에서 항주실험을 통해 세월호를 축소한 모형으로 타각을 조절해가면서 세월호 침몰 당시와 같은 급격한 기울어짐 현상(좌현 횡경사)이 일어나는지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블랙박스 영상을 최초 입수 보도한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15일 ‘블랙박스 G센서 수치 분석… “외부충격 없었다”’에서 충격량을 반영하는 블랙박스 내 G센서값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어 외력이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뉴스타파는 마티즈 차량 블랙박스에 내장된 G센서값을 최초 충격음이 발생한 8시49분26초의 10초 전부터 초당 30프레임으로 나눠 일일이 확인해봤으나 +3에서 -3 범위에서만 미세하게 움직였음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 블랙박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책임연구원은 “세월호와 같은 큰 배가 기우는 데 영향을 줄 정도의 충격이 존재했다면 G센서 수치가 적어도 10 정도로는 표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뉴스타파는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 속의 G센서 값은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가 외부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결론을 냈다.

▲ 세월호 적재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 사진=시사저널e 유투브 영상 갈무리
이처럼 각자의 데이터 해석을 통해 외력이 있었다는 주장과 없었다는 주장이 여전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선체조사위원회는 외력 유무를 아직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판단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동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1과 사고조사팀장은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상태에서는 외력인지 아닌지에 대해 정확하게 확정 짓지 않았다”며 “블랙박스 분석을 해서 전체적인 조사관 의견과 상임위원 의견을 모아 비디오(블랙박스)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볼지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만으로는 외력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단지 블랙박스 내용은 세월호의 ‘절대’ 시간과 비교해 시간대별 상황을 종합해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블랙박스 비디오를 분석하는 단계이며 이를 비교 분석 종합 한 뒤 어떤 요인에 의해 세월호가 이 같은 급격한 기울어짐 현상이 유발됐는지 전문가집단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김 팀장은 전했다.

외력에 관한 전문가집단 의견에 대해 김 팀장은 “현재 자문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을 수렴하는 입장”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정도의 외력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없다. 아직 판단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부충격음과 밧줄의 기울기 등이 외력의 근거라는 시사저널e의 주장에 대해 김 팀장은 “그런 부분도 다 검토해야 하지만 꼭 외력에 의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며 “소리와 기울기 만으로는 빈약하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외력의 관점에서만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물리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짧은 선회반경이 나온 것도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 김 팀장은 “네덜란드에 가서 실제 배 모형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자유항주실험도 할 계획이고, 오늘(16일)부터 출장 중에 있다”며 “자유항주 모형실험 결과를 보게 되면 세월호가 전타(35도)를 해서 나올 수 없는 선회(반경)가 나왔는지, 그보다 낮 조타로도 그런 선회가 가능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험을 통해서 나온다면 열마디 보다 낫다”며 “참고 수준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결론을 낼 수도 있다. 실증적인 측면이 강하다. 조사방향이 틀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실험결과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여부에 대해 김 팀장은 “실험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해당 네덜란드 업체의 다른 시설물이 나가면 안되는 것이 있을 경우 등을 감안해 현장에서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과정과 결과가 100% 공개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험할 수 있는 수조가 세계에서 가장 크며 이 분야 경험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 출장 실험을 하기로 했다고 김 팀장은 전했다.

출장은 1월16일~28일, 2월5~11일, 2월14일~24일 등 세차례 다녀오는 것으로 돼 있으며, 언론사도 동행한다.

▲ 지난해 9월15일 보도한 뉴스타파 ‘블랙박스 G센서 수치 분석… “외부충격 없었다”’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