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유착 눈감은 언론, 관치(官治) 말할 자격이 있나

[미디어오늘 1134호 사설]

2018-01-22 09:08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하나금융지주의 언론 관리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나금융지주는 비판적인 기사를 쓴 매체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기 전 언론 매체와 접촉해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하나금융지주 인사와 해당 언론사 관계자가 나눈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회유와 협박이 오갔다. 하나금융지주는 2억 원의 광고협찬비를 제시했다가 응하지 않자 계열사 임원진 자리를 약속했다. 끝내 해당 언론사가 하나금융지주의 ‘특별한’ 제안을 물리치자 돌아온 건 억대의 소송이었다.

[ 관련기사 : 하나은행의 ‘특별한’ 제안 “2억 줄게, 기사 쓰지마” ]

지난해 하나금융지주는 200억 원이 넘는 광고비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비를 무기로 내세운 하나금융지주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당한 언론사가 한둘 뿐이겠는가. 이번 사건은 언론사가 굴복하지 않고 저항했기 때문에 그나마 수면 위에 떠오를 수 있었다.

하나금융지주의 언론 관리도 문제지만 언론도 금전적 유착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사 오너에 대한 의혹 제기성 보도가 나오면 경제지들은 하이에나 같이 달라든다고 한다. 언론이기 보다는 한 밑천 잡으려는 장사치와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금융사는 돈으로 언론을 관리하고, 언론은 기사를 가지고 거래를 한다. 언론이 오너 비위 문제로 이름을 언급하거나 인사 비리 문제 등을 보도하고 난 뒤 제목과 기사 내용을 바꾸고 삭제하는 것은 지금도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언론사를 향해 패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금전적 유착관계에 종속된 언론의 보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반대로 이번 사건이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금전적 유착관계라는 덫 속에 갇히거나 스스로 가둬버린 언론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리가 없기 때문이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연합뉴스
다만, 김정태 회장과 관련한 의혹을 검사하기 위해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선임절차를 중단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대해 관치(官治)라고 언론이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금감원은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회장 등 경영진의 특혜대출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겠다며 선임절차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언론은 똘똘뭉쳐 정부가 노골적인 인사 개입에 나섰다는 보도를 내놨다. 관치 프레임이다.

관치금융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고 하는 것이 관치로 매도당해서는 안된다. 언론이 제기하는 관치 프레임이 불순한 이유도 마냥 하나금융지주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화 전 KEB하나금융그룹 유럽 통합본부 총괄본부장이 최순실과 딸 정유라씨의 특혜 대출을 도운 대가로 특별 승진을 했다는 의혹,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미래기업으로 주목받은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 등 이미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김정태 회장 체제의 앞날은 경영상 위기로 닥칠 수 있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 문제를 조사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금융정의연대는 특혜 승진 의혹 등을 제기하며 김정태 회장을 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혐의가 인정되면 김정태 회장은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고객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금융사에 대한 감독 차원의 조치를 관치라고 훼방을 놓으면 그 피해가 금융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언론이 관치 프레임을 짜고 하나금융지주 문제에 대해 정부가 손을 떼라고 하는 건 김정태 회장 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하나금융지주의 언론 관리 실태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관치 운운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