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문제 불거질 때마다 네이버는 OOO 만든다

[해설] 업계·국회 입김 들어간 위원회·포럼 남발해 ‘책임 외주화’, 근본 문제 해결과 거리 멀어

2018-01-18 10:04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네이버가 또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권과 업계를 의식하며 위원회나 포럼을 남발하고 있는데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네이버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을 발족했다. 포럼은 앞으로 3~4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회의, 토론회를 거쳐 ‘서비스 품질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동 기사 배열 방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지식정보서포트 전무는 “전문가들의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수렴된 의견을 적극 서비스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그러나 포럼이 제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공론화 포럼은 학계(3인)·시민단체(2인)·이용자 대표(2인) 뿐 아니라 언론사가 소속된 한국신문협회·인터넷신문협회와 원내교섭단체 정당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위원 선임에 소극적인 탓에 한국당과 국민의당 위원을 제외한 채 우선 발족했다. 포털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특성상 위원이 선임되더라도 제대로 된 논의가 힘들 가능성이 있다.

정당 추천 위원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기구도 아닌 민간 기업이 정치권 추천 위원을 받는 이유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추천단체로 한번 등록되면 무자격 인사가 선임되더라도 퇴출할 수 없다.

지난 7월 자유한국당은 네이버 뉴스자문위원으로 “북한 사이버 댓글팀이 세월호 괴담 만들었다” “박원순 이재명이 북한 지명을 충실히 이행 중”이라며 허위정보를 유포한 김상진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선임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네이버는 위원 추천은 추천 단체가 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추천 몫을 만든 당사자가 네이버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데다 논란 이후에도 검증절차를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공론화포럼에서도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학계에서도 정리되지 않는 ‘공정성’의 개념을 위원회가 마련해 뉴스 알고리즘에 대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네이버는 기사 배열 알고리즘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방안을 결정한 상태에서 형식상 공론 절차만 거치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가 추진 중인 알고리즘 중심의 뉴스배열은 정치권의 비판을 피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시각과 의제를 담지 못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제만 생기면 위원회·포럼을 만드는 게 네이버가 고민해야 할 몫과 떠안아야 할 책임을 외부에 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는 편집자문위원회를 두고 있고 선거 기간마다 산하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있다. 포털뉴스 제휴심사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지난해 기사배열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스포츠이용자위원회, 뉴스공론화포럼을 구성한 것이다.

▲ 지난 12일 네이버 뉴스배열공론화 포럼 발족식.(왼쪽부터 조승현, 정우현, 송경재, 한석구, 김성철, 김경희, 신민정, 윤철한, 심우민, 김기현)

특히, 오는 2월 2기 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업계 중심으로 구성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기득권 매체에 불편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아무런 평가나 구조개선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관계자는 “평가위 도입 목적은 원활한 진입과 퇴출인데 업계 추천 위원들이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평가를 거쳐 조직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현재 포함된 단체를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정치권과 업계의 비판을 의식해 소극적인 편집행위를 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 학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차라리 언론행위를 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게 대책”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공표하고 검증받는 게 맞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뉴스공론화포럼 학계 추천 인사로는 김경희(한림대·한국언론학회 추천)·심우민(경인교대·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김성철(고려대·한국미디어경영학회)교수가, 업계 추천으로 정우현 한국신문협회 전략기획부장과 김기현 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이 위촉됐다.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송경재 경희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이 위촉됐으며 이용자 대표로는 한석구(20대 대학생)·신민정(40대 주부)씨가 위촉됐다. 정당 추천 몫으로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