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무죄 비판’에 정직당한 김동진 판사 ‘징계 사면’ 청원

김 판사 동기 부장판사가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 ‘중징계 사면기록 삭제해달라’

2018-01-25 11:51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사건 선거개입 혐의 무죄를 ‘지록위마’라 비판했다가 중징계를 받았던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를 사면해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자신을 동료 법관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지난 24일 오후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의 사면을 청원드립니다’라는 글을 청원 게시판에 등록했다(청와대 국민청원 97775호).

이 판사는 글에서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와 307조 위법성 조각사유 조항을 제시하며 “이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고 함께 살아가는 동료 법관으로서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의 사면을 간절히 청원드린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원세훈 피고인에 대한 제1심 판결이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비판하는 글인, ‘법치주의는 죽었다’를 대법원 전산망인 코트넷에 게시했다가 이것이 보도되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며 “원세훈 피고인은 파기환송 후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구속되었으며, 최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는바, 위 사건에 관한 내용은 周知하시는 바와 같다”고 설명했다.

▲ 김동진 부장판사. 사진=김동진 페이스북
이 판사는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 만약 지금 김동진 부장이 위 게시 글로 기소되거나 징계청구 되었다면 누가 그를 처벌하거나 징계할 수 있는지요”라며 “그의 글은 일부 추측성이 있지만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아니면 사실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며(그도 아니면 순수한 의견 제시로 볼 수도 있음),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무죄라고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사면법에 의하면, 징계법규에 따른 징계에도 同法이 준용되는바,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기는 하나 ‘징계기록 삭제’라는 사면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며 “그의 명예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청원드린다”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김동진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 국민청원 97775호에 대하여 찬성 의견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김동진 부장판사의 ‘원세훈 지록위마 비판 글’에 대하여 청와대 사면청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 “청원자인 부장판사(저의 동기)에 대한 감사의 글로서 3쪽 넘게 작성하였다가 그냥 지웠다”고 밝혀 해당 청원자가 자신의 동기 부장판사라고 털어놨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지난 2014년 9월12일 원 전 원장에게 일부 무죄 판결이 나자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원세훈의 정치개입 유죄, 선거개입 무죄’라는 1심 판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수원지법은 그로부터 2주 뒤 법관윤리강령 위반을 이유로 대법원에 김 부장판사의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같은해 12월3일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를 열어 “법관윤리강령의 품위 유지 의무, 구체적 사건에 관한 공개적 논평 금지 조항 등을 위반한 것으로,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란에 올라온 김동진 부장판사 징계 사면 청원. 사진=청와대 청원 및 제안 갈무리

(기사수정, 1월25일 15시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