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정부탓”이라던 조선 “강남불패론은 맹신”

2주 만에 ‘빚내 집사면 낭패’ 주장…일부 전문가들 “전혀 다른 부동산 분석, 이번 기사는 팩트에 가까워”

2018-01-31 16:50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강남 집값 급등 현상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이며 어떤 정부도 이런 고무공 같은 시장을 막지 못한다던 조선일보가 최근 전혀 다른 강남 부동산 시장 분석을 내놨다.

강남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강남불패론’에 대해 근거없는 맹신이라고 한 것이다.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도 했다. 불과 엿새 전, 좋은 집에 대한 수요와 8학군,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것이 강남 집값이 오르는 근본이유라고 했던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30일자 3면 머리기사 ‘이 정부의 강남 트라우마… ‘강남불패’ 맹신만 키워주고 있다’에서 “최근 재건축과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2000년대 중반 집값 급등기에 유행했던 ‘강남 불패론’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두고 ‘근거 없는 맹신’이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많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강남 아파트값은 상승장에서는 눈에 띄게 집값이 올랐지만, 부동산 침체기에는 하락 폭이 서울 다른 지역보다 컸다”며 “심지어 지금도 과거보다 내린 단지가 많다”고 썼다. 조선은 △강남에서도 10년 전 집값조차 회복하지 못한 곳이 많고 △강남권 아파트는 집값 하락기엔 서울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더 떨어지며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엔 ‘직격탄’을 맞았다고 예를 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8년 1월과 지난달 말 아파트값을 비교해도 강남 3구가 특별히 오른 게 아니라며 10년 동안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12.6% 올랐으나 강남구(9.3%)는 서울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3.9%)은 서울 25개 구에서 하위권에 속했다고 주장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2014년 반등에 성공한 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상승한 것을 두고도 조선은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 입을 빌어 “강남권 아파트값이 사실상 고점에 이르러 향후 몇 년 동안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추세를 보면 상승기가 5년 이상 지속한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올해가 사실상 (집값 상승세의) 마지막”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은 “진행 중인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내년부터 본격 입주하면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집값이 내년부터 잡힐 것이라고까지 전망한 것이다.

다만 조선은 강남 불패론의 잘못된 맹신을 심어준 것이 정부라며 여전히 정부탓을 했다. 전문가들이 “정부가 강남권을 겨냥한 대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강남 불패론에 대한 잘못된 맹신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조선은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이 “강남권도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30일자 1면 기사 제목도 ‘강남 부의 상징 아파트 집값은 10년 전보다 낮더라‘였다.

조선일보는 보름 전, 강남 집값 급등 원인이 정부탓이며, 강남 집값은 어느 정부가 해도 못잡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자 사설에서 “강남 집값도 정부가 오히려 급등세를 조장하는 역설적 결과를 냈다”며 “다주택자에게 칼을 들이대자 ‘똑똑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강남권에 집중됐다”고 썼다. 이 신문은 “여기에다 자사고 폐지 방침이 ‘강남 8학군’의 기대 심리를 확산시켜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사설에서도 “강남 집값 폭등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부른 반작용”이라며 “정책의 실패를 다른 극단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시장(市場)은 고무공 같아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튀어나온다”며 “이 현상은 어떤 정부도 막지 못한다”고 했다.

조선은 24일자 사설 ‘재건축 규제 불가피하나 선의의 피해자 양산 막아야’에서는 강남 집값이 오르는 근본 이유에 대해 “‘좋은 집’에 대한 실수요”라며 “거주 여건이 좋고 교육·생활환경이 양호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졌지만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8학군의 교육 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춘 강남 재건축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규제를 과격하지 않게 실시하면서 강남 외의 지역에 강남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강남은 좋은 집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며 그러니 정부가 규제하려 해도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조선은 강남이라고 집값이 다 오르는 것도 아니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진다는 사례까지 제시하면서 빚내 집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낭패볼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30일자에 조선일보가 쓴 기사는 그동안의 논조와 다소 다르며 일부 합리적인 시각으로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든 저렇게든 정부 부동산 대책을 때리기 위한 기사이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지난번 기사보다 이번 기사는 오히려 팩트에 가까운 근거로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은 “강남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통상 강남에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2013년에는 7억 원까지 내렸다가 이번에 다시 13억 원으로 오른 것은 최고점을 찍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은 “강남 집값이 왔다갔다 하고, 빨리 오른 만큼 빨리 떨어질 수 있다는 30일자 기사의 큰 흐름은 맞다”면서도 “다만 현 정부가 원인을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완화를 해서 올려놓은 것을 현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논조가 왔다갔다 하고, 우왕좌왕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강남집값이 올라서 문제라더니 이번엔 오른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주장했던 프레임에서 조금 물러선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을 맞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도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0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매매가격 지수를 분석해보면, 서울전체의 가격 변동 추세보다 강남 3구의 등락 폭이 훨씬 심했다”며 “그러니 투기해보겠다고 잘못들어 왔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 면에서 (조선일보) 30일자 기사에 나오는 취재원들은 부동산 시장을 꽤 합리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어느 정도 합리적인 분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그 반면에 지난 16일자 기사와 사설 등의 경우 전형적인 말도 안되는 기사거나 사설이었다”며 “기존의 주장대로 서울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를 계속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집값을 해결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