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일 “두 검사 명예훼손” 여성계 “다시 침묵 강요하는 것”

최 의원 “임은정 검사 호통친 기억없다”…성폭력상담소·민변여성위 “피해자에 책임묻겠다는 것, 무책임한 태도”

2018-02-01 17:4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서 검사와 임은정 검사가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년 전, 서 검사가 문제삼지 않겠다고 해서 끝난 것을 왜 지금 자신이 은폐했다고 주장하느냐면서 오히려 책임을 서 검사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여성계에서는 8년 간 침묵을 강요당하다 폭로한 피해자에게 또다시 침묵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시 사태 처리와 관련, 책임있는 지위에 있었고 현재 국회의원으로 진상조사를 격려하지 못할망정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사건 당시 검찰국장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나 “당시 서지현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였고, 저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서지현 검사와 통화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연락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임은정 검사를 불러 ‘당사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고 다니냐’고 호통을 쳤다는 임 검사 폭로에 대해 최 의원은 “이 사건은 임은정 검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하여 은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언제든지 문제가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제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였으면 서지현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했을 텐데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서지현 검사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며 “제가 임은정 검사를 불러 호통을 쳤다고 하나 제 기억에는 그런 일은 없다”고 썼다.

최 의원은 “이 사건에 관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기억에는 임은정 검사를 불러 질책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임은정 검사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상황이면 성추행 사건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으로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는데 이를 떠들고 다니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정도였을 것으로 생각되고 호통을 쳤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어 1일 새벽에 올린 글에서 사건 직후 서지현 검사가 당시 북부지검 부장검사에게 안태근 전 국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고심 끝에 문제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JTBC 보도내용을 들어 은폐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임은정 검사는 법무부 감찰 검사에게 계속 문제제기를 하였고 법무부에서 서지현 검사에게 성추행 피해 여부를 물었으나 서 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그리고 감찰은 중단되었다. 도대체 누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였나”라고 되물었다. 최 의원은 “8년이 지난 후 두 여검사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한 저를 지목하여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였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 제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였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이제 이 사건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며 “두 여검사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성계에서는 최 의원 주장은 책임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의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확정해서 얘기하기 어렵다”면서도 “사회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과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기억과 경험이 다를 수 있다. (가해자이면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기억이 안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자의 경험이나 위치에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당 피해자에게) 어떤 맥락에서 피해가 읽히게 됐는지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은폐책임론을 제기하고 두 검사가 자신을 명예훼손하고 있다는 최 의원 주장에 대해 “피해자한테 당시에 왜 스스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시 임은정 검사 등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고, 감찰 과정과 같은 상황에서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당시 상황의 책임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묻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당사자가 당시 문제삼지 않았다고 해도 얘기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는지, 왜 얘기할 수 없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왜 얘기하지 않느냐는 것은 또다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은진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 내에서 벌어진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제기해서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설령 이 사건이 친고죄에 해당되어 본인이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해도 내부적으로 어느정도 조사 이뤄져서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 그런 검사가 있는지, 처벌은 안하더라도 징계할 지 등을 조사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 변호사는 “당시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국장이 임 검사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면 책임자로서 할 말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위기로 8년간 침묵을 당해온 것일텐데, 지금이라도 그런 문제제기가 나왔으면 ‘그런 일 있었는지’ 다시 파악할 일이지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위 변호사는 “자꾸 본질을 벗어난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태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내에 서 검사를 폄훼하는 얘기가 돌아다니는 것이나, 관련자들이 ‘기억 안난다’, ‘명예훼손이다’ 운운하는 것은 또다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위 변호사는 “당시 사태 처리를 잘못했으면 지금이라도 진상을 파악해보라고 오히려 격려해봐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민변여성인권위원회 등 47개 여성·사회단체는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비롯해 전국 16개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사건의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검찰 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성찰과 구체적인 노력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 △검찰 내 성폭력 2차 피해를 방지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밝히고, △법무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속하게 설치하고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성역없이 수사하고 △검찰은 성폭력 예방교육, 직장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 내 성폭력수사의 직무상 역량 강화를 위한 성평등 교육 실시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을 멈추고, 2차적 불이익 조치를 예방하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단체 인사들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임윤옥(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성폭력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할 검찰조직이 이 정도라니 참담합니다. 성추행 장소가 장례식장이라는 것도, 그 옆에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은밀한 장소가 아니라 그 자리에 많은 검사들이 그 장면을 봤는데도 성폭력 사건이 8년이나 은폐 되었다는 것에 참담합니다.

무엇이 이렇게도 검찰조직을 썩어 문드러지게 한 것입니까?

인사제도, 상벌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해지지 않는 한 그들은 자시의 권력으로 힘 없는 사람 하나 주무르기는 매우 쉬운 일일 것입니다.

서로서로 비호해주는 남성 권력과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인사, 승진 제도가 공평해지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김미순(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성폭력이 직업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발생한다는 것, 특히 조직내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와 불이익으로 말하기와 고소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조직 내에 도움을 요청해도 사건의 본질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당시 성추행을 목격한 사람이 있음에도 단 한 사람도 막지 않고 방관했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이후 직무 및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때도 수수방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왜 지금 발고하는 지 의심하는 소리들도 들립니다. 가장 정의롭고 가장 도덕적으로 법앞에 서야하는 검찰이라는 조직이며 누구보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폭력 사건을 대해야 하는 검찰의 민낯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위은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이번 사건을 보면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처벌해 온 검찰 조직 내에서조차 피해자가 쉽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사건을 알리더라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온 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발생한 경우 회사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오히려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기도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사건을 드러내도 흐지부지 되고, 오히려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의심을 드는 부분입니다.

-최진협(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서 검사의 용기는 우리의 결기로 돌아왔으며, 우리는 이 용기 있는 증언자들과 함께 검찰과 수많은 기업, 사회 시스템 전체가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곳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입니다.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성폭력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검찰은 공소시효 운운하지 마십시오. 철처히 조사해야 합니다. 제대로 조사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하여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 검찰 조직내의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가 발생한 근원인 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