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뇌물·횡령 고발당해

경찰, KT 상품권깡 불법후원금 수사… 노조 고발장 접수 “권력과 비리‧유착 악순환”

2018-02-02 16:4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불법후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불법 기부한 혐의와 관련, 경찰이 KT 수사과정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KT 새노조 등 내부에선 황 회장과 임원들의 이 같은 불법행위가 뇌물공여 및 업무상 횡령에 해당된다며 별도의 고발장을 경찰청에 접수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압수한 내역과 관련해 “(KT 광화문 사옥 두군데를) 압수수색했다는 것 외엔 (압수한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황 회장 집무실은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황 회장 집무실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당연히 사옥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회장 집무실을 다 포함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KT의 광화문 사옥은 웨스트(대로변)와 이스트(안쪽) 사옥 등 두 군데이며, 황 회장 집무실은 광화문 이스트 사옥에 있다.

20여 명의 KT 임원을 동원해 KT 돈으로 구매한 상품권을 ‘깡’ 방식으로 현금으로 전환한 뒤 쪼개기 수법으로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 위원들에게 기부했다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경찰은 수사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MBC 보도내용이 (경찰 수사방향과) 크게 틀린 것 같지 않지만, (그런 혐의가) 사실인지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며 “확인해야 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는 큰 틀에서 황 회장과 KT 임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과 임원들의 소환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현재 자료 분석중이며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소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KT 새노조(위원장 오주헌)와 약탈경제반대행동(사무국장 홍성준)은 2일 황창규 회장과 성명불상의 KT 임원들을 상대로 뇌물공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이들은 “황 회장과 이들이 지난 2016년 9월경부터 황창규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피하기 위하여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금품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며 “그래서 피고발인들은 피해자 ㈜KT의 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후 위 구입한 상품권을 할인판매하여 현금으로 바꾼 후 위 현금을 피고발인들 개인들의 명의로 KT와 관련이 있는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기부금의 명목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이 국회의원들에게 정치기부금을 교부하는 행위는 국정감사에 필요한 증인의 소환을 피하려는 의도로 행하여진 것으로 피고발인들은 국회의원의 국정감사라는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지급한 것”이라며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피고발인들이 피해자 ㈜KT의 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것은 뇌물 자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 ㈜KT의 자금을 임의로 소비한 것”이라며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황창규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회피할 목적으로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피고발인 개개인 명의의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기부금 명목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등 매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고발장을 낸 이유에 대해 이들은 지난 2016년 10월 황창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경찰청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KT 황창규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혐의가 있음에도, 회장 연임을 위해 분주했다”며 “국회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황창규는 국감 초기 해외출국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증인 출석을 피해 미리 도피했다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다”며 “KT의 해당 후원금은 증인출석 회피를 위한 ‘댓가성 뇌물’의 성격이 아주 짙다”고 추정했다.

앞서 지난 2016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횡령혐의로 고발당했던 황 회장은 이런 혐의에 대한 추궁을 피하고자 또다시 불법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KT 새노조 등은 “고발당한 황창규 등은 KT라는 기업을 범죄수단으로 삼아 또다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황창규의 회장 연임이 쟁점이 되던 시기에 시작됐다는 점에서나, 그 방식이 기업 돈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후 기업의 조직을 동원해 쪼개기 후원을 한 방식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동기와 수법이 그렇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 전임 이석채 전 회장의 비자금 사건과 유사한 점을 들어 KT 새노조는 “이석채는 ‘임원들의 급여 일부를 페이백’ 받음으로써 조직을 동원하여 비자금을 만들었다면, 황창규는 ‘상품권깡’을 통해 비자금을 만든 뒤 조직을 동원하여 임원들 명의로 쪼개서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기업의 자금과 조직을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동원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장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거듭되는 ‘권력 유착형’ 경영진의 행태가 바로 KT의 적폐”라며 “최순실이 잘 나갈 때는 최순실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제공하고, 그런 권력 유착형 돈 쓰기로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자 이를 막기 위해 또 다시 기업의 자금과 조직을 동원하는 비리와 권력유착의 악순환을 반복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바로 ‘적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KT 새노조 등은 “한국인 다수를 상대로 수익을 내는 거대 통신회사의 역대 경영진은 정치권력자들과 외국의 금융자본과 결탁해서 KT를 불법의 수단으로, 때로는 불법의 대상으로 삼아 호의호식을 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소비자는 늘 피해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뇌물 공여 및 업무상 횡령 혐의 적용이 가능한 지에 대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행위에 대한) 내용의 사실확인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측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사중인 사안이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임직원들 소환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하게될 지도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소환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