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계속 있었다면 내가 먼저 뛰어내렸을 것”

간부의 폭언·실적 압박 뒤 벌어진 광고담당자 투신사건, 해결의지 없는 동아일보
1년 간 직원들은 줄줄이 퇴사, 해당 간부는 인사조치 없어…“회사가 부끄럽다”

2018-02-05 11:03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야 이 ○○야!…그게 ○발…니가 하는 일이 뭔데 임마!…야 이 개○○야!…야 이 ○발!…” 

지난 1월 미디어오늘 편집국으로 도착한 우편물에는 ‘언론적폐청산’이란 글귀와 함께 CD 한 장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 직원들을 불러 반말과 욕설로 심하게 다그치는 녹음파일이었다. 듣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확인 결과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현직 동아일보 간부 B상무였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2월6일자 <동아일보 직원, 끝없는 업무 압박에 ‘투신’>이란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 광고영업 담당자 A씨가 B상무의 과도한 실적압박과 욕설, 인격 모독성 발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하며 이 사건의 산업재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도 한 달여 뒤, 익명의 제보자는 왜 이 같은 녹음파일을 보냈을까.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에도 B상무는 아무런 인사 조치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A씨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도 엄정한 조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사과 및 문책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던 동아일보 직원들이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보도 당시 동아일보측은 “가족들을 만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A씨 가족 측에게 공식 사과나 명확한 보상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후 4개월이 지났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사건에 밝은 동아일보 직원은 “B상무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 사실이 기사를 통해 알려진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녹음파일이 (미디어오늘에) 어떻게 유출됐는지 색출하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뒤에서 분노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사건에 밝은 또 다른 동아일보 직원은 “회사에서 탄원서를 쓴 사람이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 상무가 직무정지 상태도 아니어서 다들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
지난해 초 B상무가 해당 파트에 임원으로 온 뒤 B상무 밑에서 일하던 직원 중 10여명이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병가도 많이 나왔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다. 내부에선 B상무의 이 같은 태도가 인력감축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신문 산업이 쇠퇴하면서 40대 후반~50대 초반 직원들에게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주고 실적압박을 하거나 트집 잡기·인격 모독으로 스스로 그만두게끔 유도한다는 것이다.

A씨는 1990년대 후반 동아일보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동아일보를 위해 일했다. A씨는 B상무가 오기 전까지 사내 행사의 사회를 도맡아 할 정도로 밝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B상무가 온 뒤 남에게 하소연도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A씨와 함께 일하다 B상무가 온 뒤 퇴사한 전직 동아일보 직원은 “예전엔 대화도 많이 했는데 A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말수가 줄었다. 작년 6월쯤 말을 걸었는데 문장을 만들어서 말을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초점도 불안했다. 말을 붙이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회의실 바깥에서도 개새끼라고 부르는 등 심한 폭언이 들렸다. 특히 광고 쪽 사람들이 많이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B상무가 온 뒤 사표를 낸 또 다른 전직 동아일보 직원은 “B상무가 오고 업무강도를 높이고 질책도 많이 한 건 맞다. A씨가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으며 “B상무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사표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 근무 했다면 A씨보다 내가 먼저 뛰어내렸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전직 직원 역시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호소하며 “오전 8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오후 5시30분에 또 회의를 하고 다음날 회의 준비 때문에 야근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A씨) 일이 터지기 전까지 동료들이 폭언이나 (B상무의 폭력) 이런 부분을 전혀 대응을 안 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과 나만 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B상무는 왜 아무런 인사 조치를 받지 않는 걸까. 이와 관련해 한 동아일보 기자는 “B상무가 김재호 사장이 좋아하는 간부그룹에 포함돼 있다. 그래서 초고속 승진했다. 실적도 좋은 편이다. 특히 나이 많고 쓸모없어진 사람들을 내쫓는데 일조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한 뒤 “B상무에 대한 처벌이 없다면 전사적으로 비인간적인 실적압박과 퇴사강요 분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앞서 동아일보에선 2015년 50대 중반의 조아무개 기자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그는 당시 대기발령 상태였지만 마땅한 대기발령 사유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관련기사=동아일보 기자, 대기발령 일주일 만에 스스로 목숨 끊어) B상무가 최고책임자로 있는 파트의 경우도 50대 이상 직원들을 몰아 팀을 만들어 당사자들이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이 B상무에게 해당 녹음파일에 담긴 욕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B상무는 “해당 녹취록은 제3자 녹취 및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유포로, 불법 여부를 짚어야 한다”며 기사화될 경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본인이 뱉은 욕설에 대한 사과입장은 없었다.

동아일보 한 기자는 “다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이 사건을 모른 척 지나가는 것 같다. 회사가 부끄럽다”고 말했으며 “동아일보 노조는 조합원 권익에 관심이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오늘도 동아일보 직원들은 B상무와 함께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