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권 승계 아니다? 일반인 판단 벗어나”

[인터뷰] 김남근 민변 부회장 “사건 180도 뒤집어놔…집행유예 염두에 두고 제한적 사실만 인정”

2018-02-06 11:19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대폭 감경 및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변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일반인의 판단을 벗어난 것이며 충격을 주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 판단에 대해 “이 부분이 가장 충격을 준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10여 년 전에 에버랜드 주식을 헐값으로 인수하도록 해서 시드머니를 만들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이 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해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라는 주력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은 언론에도 많이 알려져있고, 우리 사회에서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관계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하도록 한 것조차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남근 부회장은 “부정한 청탁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하나하나 별로 따져봐야 한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 플랜의 일환이었는지, 그 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매각을 공정위는 900만주로 하려 했는데 (청와대 등의 압력으로) 500만주로 줄이려 한 것이 청탁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나 모조리 획일적으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1심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포괄적 청탁이 있었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경영권 승계 차원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부분이 가장 충격을 주는 것 같다”며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탈법과 불법을 동원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본 것인데, 이것이 없다는 건 이 사건의 핵심적인 내용이 다 빠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최순실의 코어스포츠에 36억 원을 보낸 것이 재산해외도피 의사가 없었다는 재판부 주장에 대해 “36억을 최순실의 코어스포츠로 보낼 때 뇌물로 보내는 것도 있지만,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독일의 회사에 돈을 보낸다는 것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다는 그런 인식도 있었던 것”이라며 “이걸 기계적으로 나눠서 뇌물 의사는 있지만 재산 해외도피 의사는 없었다는 판단도 너무 작위적이고 일반적 사실판단 방식에서 벗어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정유라의 말과 차량을 준 것이 소유권이 아닌 배타적 무상 사용권을 줬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김 부회장은 “말과 차량의 경우 1심에서는 소유권을 넘겼다라고 했으나 이번 재판부는 소유권을 넘겼다고 하면 언론에 주목받을 우려가 있으니 소유권을 넘긴 게 아니라 ‘배타적 사용권을 넘겼다’고 판단했다”며 “그러고서도 막상 재산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형에서 무죄처럼 거의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타적 사용권을 줬다고 판단했다 해도 거의 소유권과 같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심과 같이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하므로 적어도 뇌물액수를 72억 원 정도는 인정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김 부회장은 말했다.

양형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을 정경유착 사건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이 부회장이 이를 거절하지 못해 거액의 뇌물을 준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정경유착 사건으로 봤다.

김 부회장은 “정경유착 사건으로 판단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의해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해 사건의 성격을 180도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연 그런 것인가”라며 “SK그룹의 경우 이들의 요구에 거절했으며 다른 기업은 소극적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삼성은 더 적극적이어서 최순실을 직접 만나고 최순실에게 돈도 지원했을 뿐 아니라 고가의 말과 차량을 지원했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의 용역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과연 그걸 그렇게 권력에 끌려다녀서 소극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부회장은 “전반적으로 집행유예라는 목표로 이른바 ‘3-5룰(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적용해 재벌총수를 많이 풀어주고 있는데 그 룰에 맞춘 것”이라며 “(한마디로) 집행유예를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려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