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내부서도 “이재용 판결 도저히 못받아들여”

[인터뷰] 최경진 국민연금지부장 “이재용 이해관계 위해 국민연금 손실, 그런데 강요? 국민누구도 이해 못해”

2018-02-08 18:36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반대를 무릅쓰고 제일모직과 합병을 강행했던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재용 항소심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진 국민연금 노동조합 위원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은 8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제3자 뇌물 무죄와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법원 판단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당시 합병과정에 있어서 삼성에게 유리하게 결정한 것도 사실이며 청와대와 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압력을 가한 문제로 당시 복지부장관인 문형표가 구속됐다”며 “이런 것이 사실인데도 마치 ‘청와대가 돈 주라고 하니 어떨 수 없이 줬을 뿐’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합병으로 이재용이 얻는 이익이 있었던 반면, 국민연금은 손실이 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손실과 관련해 최 지부장은 “국민연금이 입었던 손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두 회사 모두에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삼성물산 지분이 훨씬 많았다. 그렇게 볼 때 손실이었다. 삼성 측이 제시했던 비율대로 결국 관철됐던 것은 삼성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의미다. 이것을 강요된 뇌물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하도록 한 과정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아니라는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대해 “(실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한 후의) 현실과 주식변화를 보면, 이익이 됐는지 안됐는지 나온다”며 “결과가 말해준다.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력이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경영권 승계를 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최 지부장은 “이재용 등이 이익을 본 것이 사실인데, 그런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겠느냐”며 “소 뒷걸음치다 쥐를 잡았다고 쥐잡을 의도 없다고 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실형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최 지부장은 “기금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이 어느 쪽이 유리한 것인지 판단한다면 합병을 반대해야 했고, 찬성한다 해도 삼성물산이 유리해지도록 결정했어야 하는데, 못하게 했다”며 “많은 시간 동안 교섭과 지급보증 등의 (필수적인) 과정이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본부장이 실형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의 지배력이 늘어난 것 없이 강압에만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 지부장은 “이재용 지배력이 늘어나고, 국민연금 손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사실관계 놓고 보면, 당연히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청원 등 국민들의 해당 판사를 향한 항의에 대해 최 지부장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법원만 모르고 있다”며 “지부가 공식 입장을 내기 위해 연금행동 쪽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