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시신익사·멀쩡한 형광등, 과연 어뢰폭발 맞나

[재조사 요구‧청원 왜 봇물터지나] 정부 발표에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 해소안된 탓…어뢰 최초 발견자 증언 다 달라

2018-02-26 21:0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비난 여론과 함께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하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에 올라온 천안함 재조사 청원 글은 26일 오후 5시 현재 200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 22일 청원한 ‘천안함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청원합니다’ 글에는 26일 오후 5시 현재 동의자가 3만7000여 건을 돌파했다.

앞서 조헌정 전 향린교회 목사, 명진 스님 등 종교계 정치권 원로 5인도 지난 24일 이 같은 청원을 지지하며 천안함 진실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냈다.

천안함을 북한의 폭침으로 규정하고 그 배후이자 주범이 이번에 방남한 김영철 부위원장이므로 방남에 반대한다는 여론과는 다른 방향의 흐름인 것이다. 이들이 이처럼 천안함의 진실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우선이라고 보는 것은 8년 전 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 발표에 제기된 수많은 의문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5월20일 중간조사결과를 통해 북한의 이른바 1번 어뢰(북한산 CHT-02D)의 수중 폭발로 천안함이 두동강 났다고 발표했다.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북한 해군 기지에서 2~3일 전 빠져나와 2010년 3월26일 22시22분에 어뢰 발사로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것이다. 당시엔 한미합동훈련이 진행중이었는데도 아무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부발표였다. 또한 TNT 250~360kg 규모에 달하는 어뢰가 백령도 근해에서 수중폭발했는데도 백령도 주민은 누구도 그 시각에 그런 굉음을 청취했다고 증언하지 않았다.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폭발했는데도 인양한 천안함 함수 선체 절단면에 설치된 형광등은 지금도 멀쩡히 달려 있다. 천안함 정부합동조사결과 보고서(합조단 보고서)에 의하면, 천안함을 격침시킨 어뢰의 폭발시 물기둥 약 82m가 솟구치는 것으로 계산돼 있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폭발에도 폭발력을 정면에서 받은 함수 선체 천정의 형광등이 멀쩡하다는 것은 쉽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방부는 천안함 내부의 형광등이 ‘내충격’ 설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 2016년 1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당시 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사건 선고공판에서 “위 형광등 갓의 지지 프레임이 내충격 구조를 가지도록 설계돼 있고, 주변 형광등은 모두 깨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어뢰폭발로 인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압력이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시신의 사인은 모두 익사였으며, 생존자들의 부상 상태도 골절이나 타박상, 열상은 있었으나 화상이나 총상, 파편상, 관통상 등은 일절 없었다.

민군합동조사단 자신들이 낸 보고서에도 이 같은 조사결과를 제시해뒀다. 합조단은 ‘부상자들 중 열에 의한 화상환자 및 청각장애자 다수 발생’한 사례에 대해 “없음”이라고 기록했다. 또한 수상폭발시 손상지표인 ‘폭발에 의한 전선 및 각종 케이블과 구조물 등에 열 또는 화염 흔적’ 또는 ‘그을음’ 역시 “없음”으로 기재했고, 외부 격벽 또는 상부 갑판에 파편으로 인한 구멍 및 파편도 “없음”으로 기재했다. 합조단은 무엇보다 ‘충격파와 폭발소리에 의해 청각장애 및 화상환자 다수 발생’ 사례를 전혀 “없음”으로 기록했다.

결정적 증거이자 과학적 조사결과의 상징이라는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1번 어뢰’ 잔해의 경우 이를 최초 발견한 사람들의 기억이 다 제각각이었다. 합조단은 중간조사결과 발표 닷새 전인 2010년 5월15일 아침에 쌍끌이어선 대평11호에서 1번 어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누가 발견했고, 발견시 각각 어떤 말을 했는지 목격자들이 모두 다르게 증언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발견자를 ‘선원’이라 했고, 그가 ‘그물 속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그러나 김남식 쌍끌이어선 대평11호 선장은 지난 2014년 7월21일 신상철 전 위원 1심 재판에 출석해 “‘항해사’가 발견한 직후 ‘어뢰다’라고 소리쳤다”고 증언했다. 같은 대평11호에 동승했던 채종찬 상사(과학수사분과)는 “‘기관사’가 ‘어 저기 올라오네’”라면서 어뢰를 발견했다고 같은 법정에서 증언했다. 또 함께 동승한 권영대 UDT 대대장은 지난 2016년 3월 집필한 책에서 “‘갑판장’이 ‘또 발전기 같은 것이 올라왔네’”라고 했다고 썼다.

합조단 보고서와, 같은 대평11호에 탑승한 김남식 선장, 채종찬 상사, 권영대 대대장의 증언이 모두 다른 것이다.

더구나 채종찬 상사는 어뢰 발견 당일 대평11호에 동승했다는 탐색인양전단장(또는 제5전단장·해군준장)이 실제로는 이 배에 타지 않았다는 증언도 했다. 반면 김남식 선장의 증언과 권영대 대대장은 책에서 탔다고 썼다. 채 상사만 이들의 증언에 대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이다.

이밖에도 1번 어뢰의 설계도상 씌어있는 크기와 실제 실물 크기가 크게 다른 것으로도 확인됐다. 재판부의 현장검증 결과 13.5cm에서 16cm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1번 어뢰의 프로펠러에서 샤프트까지 112cm이며 설계도면과 실제 증거물의 길이가 정확히 일치하였다고 썼다. 그러나 2015년 10월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가 실시한 어뢰추진체 증거조사 결과 ‘프로펠러 끝~샤프트 뭉치 뒤 길이’가 125.5cm였고, 샤프트 끝~샤프트 뭉치 뒤 길이은 128cm였다. 약 1.3m도 되지 않는 길이의 치수를 재는데 13cm의 오차가 생긴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천안함 1번 어뢰의 부식상태도 많은 의문을 낳았다. 합조단은 1번 어뢰의 부식상태가 천안함 상태의 부식상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 명의 전문가에게 육안검사를 하도록 한 결과 그런 결론을 냈다고 썼다. 하지만 러시아조사단을 비롯해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은 어뢰 수거 직후라고 공개한 동영상을 본 후 적어도 6개월에서 3년은 돼 보인다고 반박했다.

또한 천안함 선체와 1번 어뢰에 붙어있는 하얀 분말가루, 이른바 ‘흡착물질’의 정체에 대해서도 과학적 논쟁이 치열하게 불붙었던 소재였다. 정부는 폭발후 발생한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발표했으나 이를 조사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박사 등은 자연에서 침전됐을 것이라는 반론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부측 연구원들은 ‘지구상에 없는 물질, 세상에 없는 물질’이라고 이런 물질이 함수, 함미, 어뢰에 묻어있으니 폭발물질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