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문 제공은 기자단 특혜가 아니다

[미디어 현장] 최지용 오마이뉴스 법조팀장

2018-03-01 14:33       최지용 오마이뉴스 법조팀장 media@mediatod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 오마이뉴스 법조팀은 법조기자단 출입정지 1년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동안 기자단 내에 판결문 전문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있었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 판결문 전문은 대법원 등에서 확정되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엠바고(보도 시점 제한)가 설정돼 있다는 것도 징계 근거로 알려졌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법조 출입 기자들은 법원이 제공한 판결문 사본을 직접 인용해 보도하긴 했지만 판결문 전체를 잘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 판결문 공개 과정에서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오마이뉴스가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에 신의를 깼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출입정지 1년이라는 징계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일정 정도의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징계 소식이 알려지고 여러 곳에서 문의가 왔다. 오마이뉴스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다수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있었고, 여러 단체가 이번 징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마이뉴스는 징계 논의가 시작되고 확정되기 전까지 이러한 물음에 신중하게 답했다. 기자단의 일원이고 논란의 당사자로서 징계 논의에 영향을 끼치는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또 ‘오마이뉴스가 징계받았다’라는 사실보다 이번 사안에 본질적인 문제가 조명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난 2월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353일만에 구치소에서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법조기자단이 소속 매체를 징계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대부분 엠바고를 파기한 사례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사안이 언론을 넘어 시민사회까지 파장을 끼치는 것은 그만큼 국정농단 사건에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또 오마이뉴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넘어 ‘판결문 공개’라는 행위가 국민의 알권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징계를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에는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109조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라고 돼 있다. 판결은 모두 공개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법원 예규는 헌법의 취지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판결문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징계 이유가 된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의 경우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비실명 처리된 사본을 전자우편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건번호를 알아야 신청이 가능하고, 1000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시민 중 누군가 판결문을 보려 한다면 ‘이재용’이라는 키워드 검색만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 확정판결을 받는다면 사건번호뿐 아니라 당사자의 이름도 알아야 한다. 어찌해서 사건번호를 알게 돼도 당사자의 이름을 알지 못하면 구할 수 없다.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 변호사, 법학 교수들도 이런 문제점을 공통으로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판결문 공개 제도와 시스템은 구색만 갖추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기자단에게 판결문 사본을 제공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적으로 국민들에게 판결문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공개되지 않아야 하는 판결문을 기자들이 받는 게 아니다. 또 기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판결문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특혜로 여기고 잃을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또 거기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헌법 가치 구현을 위해 국민이 보다 판결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최지용 오마이뉴스 법조팀장
오마이뉴스의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문 공개로 그런 논의들이 이뤄진다면 1년 출입정지라는 징계도 달게 받을 수 있다. 법조기자단의 토론을 기대한다.